HOW TO READ 니체 How To Read 시리즈
키스 안셀 피어슨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니체.
 앞을 응시하는 강렬한 눈빛에, 덥수룩한 콧수염, 조각상을 깍아 놓은 듯한 옆모습. 그를 소개하는 책에는 항상 실려있는 그 사진을 통해 대하는 그런 모습의 강렬함이 더 먼저, 더 강하게 뇌리에 기억되어버린 사람입니다. 그의 광기어린 후반기 인생에 대한 기억들도 아마 그의 철학을 더 강렬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데 일조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쓴 책들의 제목에서 느끼는 마음의 깊은 곳을 찌르는 강렬함도 있습니다. -비극의 탄생, 즐거운 학문, 이 사람을 보라, 권력(또는 힘)에의 의지, 우상의 황혼, 서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반그리스도 등등-
 학생때 모 출판사의 전집을 어렵고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매 페이지 가득히 밑줄을 그어가며 오기를(?)를 부리며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의 철학 외적인 부분에서 느꼈던 강렬함에 매료된 면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크리스챤으로서 단순히 '신은 죽었다'는 그의 선언 하나만으로 신앙생활에 금기시 되는 분위기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던 듯 합니다. 신앙의 바닥이 다져지기 위해서는 그가 그리 말하게 된 것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의 저작들을 내 팽개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 것이 정직한 신앙이라고 생각하였으니까요. 하지만 약간의 허영심(?)과 그런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거였지만, 철학에 대한 기초가 미약한지라, 읽으면 이해되고 기억되는 것보다는 머리속에서 그대로 증발되어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읽었다는 기억은 있는데, 그가 말한 것들에 대한 기억은 흐릿할 뿐입니다. 철학의 초보자가 한번 읽고 다 알려고 한것부터가 과욕이었겠지만, 하여간에 알려고 했지만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것이 옳겠네요. 주저앉은 이유는 어려워서라고 한다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사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고, 그러하였기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천천히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에 인색하였기 때문이겠지요.
 
'번역은 반역이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서적이나 소설도 그럴진대 철학서적들은 말해 무얼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번역된 책을 읽는 것은 그런다 치고, 이 책처럼 어떤 사람의 사상을 다시 자신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독자를 이해시키는 책들은 반역에 다시 반역을 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번역된 책이라도 철학자의 원저작을 읽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원저작의 방대함이나 혼란스러움, 그리고 한번 읽기를 마치고도 이해하지 못한 점 등으로 인해서 '원전의 난해함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이러한 종류의 안내서들도 유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을 읽게 된것이구요. 다른 사람의 해석과 눈을 통해 다시 그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 조금은 거리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게 남겨진 원전의 난해함을 덜고, 그를 보는 눈을 높일수 있다면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을 내 삶에 곁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로 말입니다. 
 
 차라투스트라로 대표되는 초인, 신은 죽었다는 선언이 말하고 있는 반기독교 반형이상학, 명랑성, 디오니소스적인 인간상, 신과 형이상학의 죽음뒤에 오는 허무주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영원회귀..... 이러한 것들이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요점들일것 같습니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명제들입니다. 그래서 저자도 이러한 것들에 요점을 맞춰서 자신의 이해와 설명을 곁들여 니체의 사상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문에 먼저 밝히고 있네요. 우리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니체는 느리게 읽는 것을 가르치는 자이며, 그런 연유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곱씹으며 잘 읽는 기술이 필요로 하다고.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알고자 하는 자세와 그 과제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리 서문에 천천히 그와의 여정을 즐길것을 주문한 저자는 본론에 들어서는 니체의 핵심사상 10가지를, 니체의 저서에서 저자 자신이 고른 열 가지 아포리즘과 함께 진지하고 세밀하게 설명해가고 있습니다. 디오니소스적인 어둠과 아폴론적인 빛의 대립으로서의 세계, 절대진리나 영원한 것은 없다는 형이상학의 부정과 세상은 대립물이 아닌 하나의 승화과정 속의 현상만이 있을 뿐이라는 역사철학의 옹호,우주만물의 질서와 목적이라는 허구의 해체를 통한 신의 죽음의 선언, 진리 자체에 대한 의심, 현재와 똑같은 삶의 반복이라는 의미에서의 영원회귀, 인류를 위한 목적을 창조하고 미래에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고 선악을 결정짓는 자로서의 초인,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제시된 영원회귀 등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나씩 풀어가며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를 노력하는 주제들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아직도 여전히 니체라는 거인(?)은 네게 그의 모습을 다 드러내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예전의 그림자의 윤곽이 좀더 선명해진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알고자 하는 진지한 열정을 보태서 다시 읽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좀더 니체라는 거인을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는데 만족하여야 할 듯 하구요.
 '나를 말을 이해하였는가?' 그가 묻습니다.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당신을 잘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을 발견하겠습니다.' 저자의 서문 마지막 말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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