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초등 낱말편 2
김경원.김철호 지음, 오성봉 그림 / 열린박물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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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배가 고플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나 목이 마를 때 마시던 한 모금 냉수에 대한 기억은 아마도 평생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한때 가난하던 시절의 꽁보리밥이 단순히 건강식이라는 의미 이상의 열풍을 타고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던 것도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그나마 주린 배를 채우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 많은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하였기 때문일겝니다. 어느 날, 여기저기 뜨기 시작한 두번째 어린이 국밥에 대한 소개가 내게는 그런 자극이었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숨겨진 굶주림을 자극하였던 첫번째 어린이 국밥에 대한 기억이, 냉큼 두번째 국밥을 내손에 움켜쥐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내 아이들이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만큼 자란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같이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한그릇씩 비울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그 기막힌 맛을 기대하며 내가 먼저 다시 한 그릇을 후딱 해치워버렸습니다.

 책의 형식은 <초등 낱말편1>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 두 단원인 '즐겁게 깨달으며'와 '생활 속에서'는 이전처럼 서로 혼동하기 쉬운 낱말들의 쓰임 -예를 들면 '햇볕'과 햇빛', '돌'과 '돌멩이', '볼'과 '뺨' 등- 에 대해 알려 주고 각 의미의 차이를 알수 있는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교과서에서 볼수 있는 예문들을 중심으로 각 낱말의 바른 쓰임을 찾아보는 퀴즈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단원인 '총명한 생각으로'에서는 '다르다'와 '틀리다', '빠르다'와 '이르다' 등의 동사나 형용사들 중에서 비슷한 의미를 가지거나 혼동하기 쉬운 단어 일곱쌍을 소개하고 있고, '차이를 가려내며'의 단원에서는 '몽둥이'와 '방망이'의 차이 등 일곱개의 명사 단어쌍의 바른 쓰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각 소단원의 끝에는 '교과서, 사전 들여다 보기'라는 코너를 통해서 각 단어의 쓰임의 실례를 친절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용으로 나온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들여다보면 배운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내가 평상시에 수도 없이 되뇌이는 각각의 낱말들이지만, 그 의미와 쓰임에 대해서 좀더 명확한 지식을 얻고, 미묘한 어감의 차이나 쓰임새의 차이를 알아가는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한 번 읽고서 '아! 그렇지' 하다가도 다음에 그 낱말을 사용할 때는 다시 혼동하며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잘 알고 있는 듯한 우리말과 글에 대해서도 이리 제대로 정리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겐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두권의 형식이 비슷한 말에 대한 풀이에 대한 것들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내용과 형식이 발전할까하는 호기심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동일한 형식이나 내용의 반복이라면 3권, 4권이 나오면서 열기가 식을 수도 있고, 식상함을 주기도 할텐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시절 전과를 보면 항상 국어 단원의 말미에 비슷한 말, 반대말 등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앞으로는 유의어 뿐만 아니라 반의어나 상대어에 대한 내용들도 추가된다면 좀더 풍부한 내용의 시리즈물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영어사전의 Lexicon과 같은 류의 형식을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우리 말들의 어원이나 숨겨진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내용들도 정리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됩니다. 국밥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책들이 내게 준 즐거움과 기대가 컷기에 두번 째 어린이 국밥을 먹으며 잠시 해보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저자들이 문장론 등에 대해서도 다룰 것이라고 했던 말을 들은 듯도 한데, 하여간 앞으로도 더욱 흥미롭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우리 말과 글에 대한 독특한 국밥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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