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EBS 지식채널 e, 5분간에 걸쳐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그리고 때로는 웃음을 담고 때로는 눈물을 담아서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던 영상과 글들이 종이위로 자리를 옮겨 이리 내 손에 들려졌습니다. 5분이라는 시간적 제한과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 기존의 TV 프로그램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깊숙한 외침과 자각에 대한 물음을 던져 주었을 내용들이 종이위에 많은 여백을 만들면서 책으로 이리 꾸며져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이 방송이라는 특성과 시간적 제한으로 사람들에게 문제제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숙고의 시간을 허락하지 아니하고 영상을 바꿔가며 그 짧은 시간을 메꾸었던 것에 비해, 책속으로 옮겨진 지식들은 한곳에 머물러 생각하고 반성하고 답을 구하고 희망찾기를 시도해 볼만한 한없는 여유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책은 TV라는 영상매체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라도 책을 통해서 이야기 될 때, 영상매체로 옮겨진 언어와 어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예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물론 문학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진 예들은 수도 없이 많기는 하지만, 선후관계가 서로 바뀐 것이니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한 뒤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시작되는 책의 첫머리는 아마도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지식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한 정보와 꽉 짜여진 논리로서의 지식, 겉모양을 화려하게 꾸민 지식이 아닌 생각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지식, 그리고 여백이 있는 지식, 그런 의미로서의 지식 말입니다. 이야기의 첫시작은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인데, 침략자로서의 서구인과 그들에게 꺽인 인디언의 존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파이조각 1%를 가져가는 커피 생산농가와 99%의 파이를 차지하고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거대커피업자와 중간거래상, 소매업자에 대한 우울한 커피 한잔에 대한 이야기, 100g의 고기 생산을 위해 소비되는 2000L의 물과 사라지는 5제곱미터의 숲으로 인한 지구상의 수많은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를 돌아보는 햄버거 컨넥션, 아동들과 가난한 나라의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되는 축구공과 화려한 축구스타와 월드컵 등을 대비시켜 생각해 보는 축구공의 경제학, 풍부한 다이아몬드나 생산물들로 인해서 피를 뿌리는 내전의 소용돌이 속의 아프리카와 강대국들의 각축을 들여다 보는 Blood Phone 등 40가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 바르게 산다는 것, 평등하게 산다는 것, 꿈을 가지고 산다는 것 등에 대한 물음을 현실속의 삶의 모습들을 통해서 던져주고, 그 안에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들을 또한 담아서 들려줍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중간중간, 함께 실린 사진을 보거나 내용들을 보며 잠시 멈추어서 의미를 생각하고 이유를 생각하고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들 속에서, 이 책의 의미가 단순히 다른 책들이 다루지 못했던 방식으로 지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마음을 울리는 공명이 있음을 느낍니다. 하루 23시간 55분을 5분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였던 이들이나 책으로 이리 펴낸 저자들의 열정속에 담겨 있던 소망이 이러한 울림을 만들어 내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들은 진정한 앎이 필요한 시사문제를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단순하게 던지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할지라도, 단순한 성찰 너머의 무엇으로 연결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구요.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기에 생각되어진 적도 없고, 또한 관계가 있더라도 내가 불편하지 않아서 너무도 가볍게 취급되어졌던 이러한 문제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이제는 감성적으로 가슴을 울리고 적시는 지식으로서의 방송, 책의 역할 '그 다음은?', 그리고 그러한 지식을 가슴에 품은 독자로서의 내가 해야할 '그 다음은?'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글읽기를 마무리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