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놀러가는데 당신 뭐야! - 아빠 엄마와 함께 떠나는 Go! Go! 역사현장체험 나들이
조승범 지음 / 푸르름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직설적인 제목이 조금 자극적입니다. 표지의 그림속에 TV를 보고 있는 아버지와 엄마의 치맛자락을 끄는 아이, 그리고 사찰로 몰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직설적인 제목의 의미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제목과 입술모양으로 보아서는 부인이 남편을 닥달하는 말인 듯 한데, 한편으로는 저자가 이 땅의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아버지들에게 -특히 학생을 둔 학부모들- 자성을 촉구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젠 쉬는 날에도 짐 싸들고 아이들 모시고 어디론가 떠나란 말이지!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야?"  저자의 촉구에 이리 말하며 달려드는 아버지들에게 답으로 들려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입니다. 주5일제와 아이들의 체험학습 등으로 인해서 귀한 주말을 가족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라는 테마를 가지고 역사체험을 통해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각과 긍지를 아이들에게 심어주자는 취지가 담긴 책이니까 '역사현장 체험 나들이'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체험강사는 이 책을 통해서 먼저 공부한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는 것이구요.^^

 저자는 우리나라의 역사 유적지나 사찰, 전시관 등 67곳을 서울권, 경기권, 기타의 3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로 서울 경기권에 대한 소개가 반이상을 차지하고, 기타는 부여, 경주, 천안, 안동 지역에 대한 소개입니다. 형식상으로는 답사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저자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답사동선에 따라 각각의 유물이나 건물 등에 대한 역사적 의미나 모양상의 특징, 얽힌 일화 등을 소개하고 또한 생생한 사진을 많이 곁들여 놓아서, 책을 보는 이로 하여금 단순히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답사지의 속을 들여다 보고 알게 하는데 상당한 정성을 들였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답사 소요시간과 답사 동선 안내, 관람안내 등을 꼼꼼히 체크하여 놓았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우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실용적인 서적의 경우 얼마나 실제 목적에 부합하는가가 우선 중요할 듯 한데, 부모가 역사체험 강사가 되어 따나는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자처했으니 내 경험에 비춰 얼마나 유용할지에 대한 것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예를 들면, 나같은 경우 아무 사전지식없이 아이들과 신륵사(p242)를 들른적이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내용을 보며 그때는 정말 눈요기로 한번 둘러본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강월헌에서 바라본 남한강과 벽돌로 쌓은 전탑 정도인데 말 그대로 저런 것이 있네 하는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이 책 정도의 사전지식만 있었더라도 보물 226호인 다층전탑의 층수도 세밀하게 세어보고, 벽돌에 새겨진 반원과 당초문도 찾아보고, 절 구석에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곰곰히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해 보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대장각기비며 극락보전 앞의 다층석탑의 용조각, 적묵당 굴뚝의 특이한 모습, 보제존자 석종부도와 석등의 용과 비천상 조각 등 훨씬 깊이 있게 보고 배우는 답사시간이 되었을거라는 안타까움이 생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이럴때 쓰는 것이겠지요. 이리 내 경험과 비추어 보니, 이 책에 한줄의 글을 쓰기 위해 저자는 수십, 수백걸음의 노고를 들였으리라는 생각이 새삼들기도 하고, 그런 노고에 감사의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다양한 문화재, 유물 등에 대한 많은 사진을 싣고 있다는 것과 여러 잡다한 설명들은 생략하고 간략하게 내용을 꾸려간 점은 이 책의 장점이 될 수 있겠고, 답사 소요시간, 답사 동선 안내, 관람안내란 등을 통해서 나들이 계획을 짜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소개한 것으로 훌륭한 안내서로서 역할은 많이 충족시켜주었지만, 각 답사지에 대한 답사동선을 '따라오세요' 라는 코너를 통해 단순히 직선적인 순서로 나열해 놓은 것은 페이지를 더 차지하더라도 구체적인 지도나 도면을 통해 소개하여 위치감까지 익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고학년인 경우, 역사체험이란 테마면에서는 좀더 내실있는 나들이를 원한다면, 답사지에 대한 자세한 것들을 다른 자료를 통해 더 조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 책은 답사지에 대한 안내서로서의 경향이 강하니까, 여기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같은 안목을 더한 책을 조합한다면 훨씬 깊이 있고 내실있는 나들이가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요. 물론 이 책을 통해 이러이러한 의미가 담긴 우리 역사의 현장이 우리 주위 어디에 있다는 간단히 요약된 정보를 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자꾸 방바닥이나 TV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버지들,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아버지들에게 좋은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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