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그러고 보니 요즈음은 가족, 그 중에서도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돌아보는 책들이 많이 출간된 것을 봅니다. 모 제약회사의 캠페인성 광고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버지, 어머니가 주제이고, 요즈음 영화에도 다시 아버지가 돌아왔다고 -과거처럼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리 채이고 저리 깨지는 희화화된 아버지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하기도 합니다. 결국 세상살이에서 마지막 정서적인 안정과 쉼을 허락하는 울타리가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면 거기의 기둥은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 바로 부모입니다.

 <부모로 산다는 것> 책의 제목을 대하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과 부모로 산다는 것의 의미의 차이가 무엇일까에 대한 한없는 상념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 생각은 계속되었지만, 결론은 내가 괜한 말장난이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싱거운 결말이었습니다. 책속의 글들을 읽으며 부모가 되는 순간이 곧 부모로 사는 순간의 시작일 뿐, 괜한 현학적인 구분이나 의미의 구별을 하고자 한것이 우스워보일 뿐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아들과 살아오면서 겪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에 대한 자전적인 기록으로 보입니다. 물론 다른사람의 이야기와 삶도 곁들여져 있지만 저자가 부모로서 살면서 자식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마음, 부모가 되어서 돌아보는 부모님에 대한 단상, 지난 세월에 대한 성찰과 반성,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의 글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갖게 되는 양육과 교육에 고민스러워하는 나의 모습과 대비되어, 문득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서 가졌던 즐거움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아이가 말똥말똥한 눈동자로 쳐다보며 웃었을 때, 우유를 다 비우고 멋있게(?) 머리위로 던졌을 때, 처음 뒤집고 기기 시작했을 때, 엄마 아빠를 처음 말했을 때,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을 때, 처음 유치원에 갔을 때, 학교에 갔을 때 등 단지 자라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이 되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들은 부모로서의 욕심이 들어간 양육에 대한 욕심이나 부담 -잘 키워야한다는-들로 힘들어 하던 순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다음의 중국 하얼빈의 14세 소녀가 썼다는 글은 저자만이 아니라 내게도 많은 상념을 하게 만듭니다

 '누구에게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이다. / 올해로 당당히 14세가 된 나도 그런 꿈이 있다. / 천사 같은 밝은 미소와 따뜻한 손길로 / 학교에 갈 때면 희망을 담아주고 / 훌륭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  나의 꿈은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 .............만약 내가 커서 엄마가 된다면 / 아침마다 맛있는 반찬과 / 구수한 밥을 준비할 것이고 /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곁에 있어주는 엄마 / 우리가 걱정되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엄마 / 행복이 넘치는 가정에 꼭 있어야 할 엄마가 될 것이다. / 엄마! / 나의 꿈이자 들으면 눈물이 나는 두 글자다. /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 / 나는 나의 꿈을 꼭 이룰 것이다.

 어머니가 없이 아버지에게서 자란 14세의 소녀가 썼다는 이글은 '모든 부모는 어린아이에게 꿈이고 소망이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부모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잠잠히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부모가 되고 부모로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자식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깨우치고 있습니다.

 내가 나의 아이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치있는 것들을 새로이 깨닫게 되고, 소유하게 되었는가를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 품에 안은 소중한 나의 아이들로만으로도, 이들의 부모로 산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이 세상의 대부분을 소유한 부유한 자임을 고백합니다.

 안타까움 하나. 많은 유익한 이야기들 속에 숨어있는, 옥에 티와 같은 오자와 탈자, 어색한 문맥, 그리고 책의 서술형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했더랬다'는 식의 표현 -나만의 불편함인가?- 들이 보이는데 다음번 인쇄시에는 세심한 교정의 손길이 더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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