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래리 크랩의 파파 기도 - 전에는 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도
래리 크랩 지음, 김성녀 옮김 / IVP / 2007년 3월
평점 :
지금까지 신앙생활중에 가장 쓰라린(?) 기도의 응답을 받지 못했던 일은,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1년이 조금 지났을때, 골육종이라는 암에 걸려 항암제 치료를 받고, 다리를 절단하고 다시 항암제를 맞고, 폐에 전이되어 결국 쓸쓸히(?) 유명 기도원의 한 구석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먼저 하나님 나라로 간 후배에 대한 기억인 듯 합니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기억이고, 많은 시간을 나와 우리 모임의 신앙의 실패가 아닌가 하는 황당한 생각을 갖기도 했던적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대하며 그 기억이 다시 나는 것은 그때의 나와 우리 모임이 그 후배를 위해 했던 기도가 저자가 말하는 전형적인 간청형 기도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 여러 기도에 관한 책들과 설교 말씀을 들었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나의 기도에서 잘못된 부분이 어디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적해 주는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때로는 비슷한 깨달음도 있었겠지만, 이내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되돌아간 곳은 하나님께 무엇을 해 달라는 식의 기도법이었고, 나 자신의 신앙적인 나태함이나 교만함도 그러한 행태에 일조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저자는 기도란 하나님을 얻는 것이지 다른 무엇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즉 기도란 하나님과의 관계를 견고히 맺는 것이 우선이고 그러고 나서야 우리가 보통하는 간청을 드리는 것이 순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도는 우리에게 관한 것만도 아니고 하나님께 관한 것만도 아닌 하나님과 우리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현대인들의 기도의 전형이 되어버린 간청형 기도 -자신의 요구 사항을 구하고 거기에서 시작하여 다른사람을 중보기도하고, 감사하고, 예배드리고, 하나님과 관계맺기를 시도하는- 의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만족적인 잘못을 지적하고, 그와는 다른 하나님이 우선 순위에 계시는 그래서 그 분과 관계맺기가 우선이 되는 관계형 기도의 필요성과 참된 기도의 한 유형으로서의 진면목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를 '파파기도 The Papa Prayer'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관계 중심의 기도는 나 중심적인 기도의 방향과는 반대로 우선은 하나님께 나아가 그 음성을 먼저 듣는 관계 맺기에서 시작하여, 예배와 감사와 중보와 간청으로 이르게 됩니다. 저자가 말하는 파파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P (present): 자신을 꾸밈없이 하나님 앞에 내어놓으라.
A (attend): 당신이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의 주시하라.
P (purge):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놓으라.
A (approach): 하나님을 당신의 1순위로 여기고 나아가라.
저자는 이러한 기도의 실천을 위한 자신의 위치를 찾고,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이미지를 형성하고, 하나님의 거룩함에 나아가 절대적인 의존을 배우고, 하나님께 빈마음으로 나아가 하나님을 첫자리에 모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실천적인 방안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세밀하게 안내를 해 줍니다. 그리고 저자의 이러한 이야기들이 너무 신학적이거나 너무 이론적인 것이 아닌 저자 자신의 메말랐던 기도생활 가운데 체험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어찌보면 현실속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신앙생활을 해가는 나같은 신자들에게 더 호소력있게 다가옵니다. 물론 그의 영혼을 쓰셔서 많은 곤고한 기독교인들에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의지가 있었겠고, 또한 저자의 끊임없이 탐구하며 나선 영적여정 가운데서 얻은 경험과 통찰력이 소중한 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도 응답에 대해서 많이 듣는 내용이 하나님의 응답은 '그래, 아니다, 기다려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닫는 것은 응답 자체가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디가 몇만번의 기도 응답을 받았고, 어떤사람은 기도수첩에 빼곡히 응답받은 기도를 지운 흔적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나 간증을 들으면서 남모르게 기가 죽고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나의 신앙에 대해서 실망하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거나 간증할 때 진짜 알짜배기 이야기는 빼먹었고, 그것은 그들이 기도할 때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기도했다는 -저자의 표현으로 한다면 하나님을 우선순위에 두고 먼저 관계를 맺는 기도를 했다는- 통찰력 있는 내용은 항상 빠졌었다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알려준 파파기도를 통해 내게 닫힌 듯 했던 기도의 세계에 대한 놀라운 지혜를 얻고, '기도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다시 가지게 됨으로 인해 감사하고, 이 책은 내 신앙생활 가운데 안겨진 놀라운 선물이요 멋진 책이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저자가 부록으로 남겨준 파파기도를 배우기 위한 실제적인 지침을 따라 새롭게 하나님의 말씀을 청종하고 관계맺는 기도의 즐거움을 누릴겁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환경을 우리가 좋아하는 쪽으로 사용하실 수도 있고(may), 또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이 좋아하는 쪽으로 변화시키는 데 그분의 능력을 사용하실(will)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