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표 이야기 -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정표.김순규 지음, 이유정 그림 / 파랑새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나이는 열하고도 세살.

 이름은 이정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코피가 멈추지 않아서 병원 응급실에 갔던 아이, 그리고 뜻밖에 백혈병을 진단받고 2년이 채 안되는 세월을 그 병과 씨름하며 이겨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아이. 글쓰기를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유희왕 카드 놀이를 좋아하고, 여느 아이들처럼 애완동물을 갖고 싶어하고, 놀이공원에 가거나 가족과 함께 외출하고 외식을 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 질병과의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 가운데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아픔 너머의 가족들의 아픔과 노고도 볼 줄 알았고 위로할 줄 알았던 속 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아이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다만 과거의 기억과 남기고 간 흔적들로만 남아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며 또박또박 써 내려갔던 일기가 이 세상에 흔적으로 남아 이리 한 권의 책으로 내 손에 들려졌습니다.

 아이가 죽기전에 기획되고 준비되었던 이 책은 아이가 세상을 등지고 하나님 나라로 먼저 간 뒤에 이렇게 출판되었습니다. 병을 진단받고 나서 죽기 며칠전까지의 기록이지만, 그리고 투병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질병과의 고단한 싸움을 그린 투병일기라기 보다는  여느 아이들이 자신의 일상을 그린 듯, 투명한 아이의 눈, 순진한 아이의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기록한 일상의 기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기록 안에는 한 아이의 기쁨과 슬픔과 눈물과 웃음,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가족, 친구들의 삶이, 때로는 즐겁게, 그리고 때로는 가슴 아프게 기록되고 있습니니다.

 1년 9개월여의 시간동안 아이는 백혈병을 진단받고, 항암제 치료를 하고, 골수이식을 받고,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합병증 등으로 고생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마지막 일기에 다가올 자신에 생일에 대한 기대와 병을 이기고 즐겁게 보낼 날들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 2007년 1월 16일 피자, 치킨, 떡 스파게티, 고구마튀김으로 생일 파티할 때 나도 먹었음 좋겠고 이렇게 힘들게 이겨 내면 다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신나고 즐겁게 보낼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하지만 1월 11일에 이렇게 일기를 마무리 했던 아이는 자신의 생일이 채 되기도 전인 1월 14일 숨을 거두었습니다. 자신의 희망과 미래를 모두 남겨둔 채 아이는 이제 이 세상의 아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과 손끝에서 만들어진 이 글들로 인해 아마도 아이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큰 희망의 씨앗을 이 세상에 뿌린 듯 합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의 의미, 살아 숨쉬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이리 자신의 삶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나이 13세, 이름은 이정표.

 그 아이는 이젠 세상에 없지만, 아이는 그의 가족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