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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홀릭 1 - 귀차니즘 선생님과 교복 입은 악마들의 엽기발랄 학교로망 ㅣ 스쿨홀릭 1
신의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문득 그 시절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난 것이 두자릿수를 벌써 넘긴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도 이 책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였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안에 갇혀 있을 땐 감옥처럼 느껴졌지만, 벗어나서 살면서 되돌아보면 분명 그곳은 우리를 위한 온실이었다는 느낌입니다. 저자가 기록한 것들이 부정적인 것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학창시절의 추억과 아직은 학교라는 곳이 충분히 다닐만한 밝고 희망찬 곳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였기에 더더욱 그리 느낀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비판보다는 희망의 불씨를 심어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따뜻한 눈길에 더 공감이 가기에, 여러가지 부정적인 기억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이 한번쯤은 돌아가고 싶은 거겠지요.......
책을 받아들자마자 서너 시간만에 다 읽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슴에는 따스함이 남았습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이랬었지 아마....'하는 생각에서 부터 ' 어! 요즘 아이들은 다르네...하지만 귀엽기는 마찬가진데...'하는 생각들까지 다양한 웃음띤 감정들이 내 가슴에 피어 오릅니다. 떡볶이 먹다가 목에 걸릴 뻔 했다는 분, 냉랭한 사무실 분위기를 파악못하고 깨버렸다는 분, 미친듯이 배꼽 쥐어잡고 웃었다는 분.... 그 분들의 감정표현도 모두 나의 것이 됩니다. 저두 아이들이 자는 옆에서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웃음 참느라고 몇번이고 키득거리며 괴로웠(?)거든요. 아뭏든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합니다.
내 학창시절의 기억과 닮은 꼭지도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16의 '평가'에서 학생들의 자화상에 대한 평가를 하며 되뇌이시는 선생님의 독백 ' 학교에서 미술 배워서 화가가 될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은 학생다운 성실함과 자기 작품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를 보며 문득 중학교 때 미술시간에 나의 그림들 평가해 주시던 미술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이리 저리 번지는 수채화 물감이 못내 부담스러웠던 시절, 스케치북에 대각선으로 큰 길 하나를 그리고 원근법이랍시고 가로수를 쭉 일렬로 그리고, 나머지 여백을 논으로 채워간 그림을 그려갔는데,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와! 이 그림이 원근법을 제대로 표현해 왔네.' 하시며 이런 저런 그림의 좋은점을 칭찬해 주셨는데, 솔직히 그 당시 내 무성의함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저자처럼 우리 천사같은 미술 선생님은 좋은 점만 보아주시고는 점수도 무척 후하게 주셨거든요. 아마도 다 늙어서도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당시의 민망함과 또한 선생님의 배려에 대한 감사함으로 인해서 말입니다. 또 하나는 에피소드 36 '가혹한 벌'에 나오는 교련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쩌면 학창시절의 우리 교련 선생님하고 꼭 닮으셨습니다. 교련시간만 되면 숨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실습시험 하나보고 도장 하나 받을 때면 정말 온몸이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될 지경이었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뒤돌아서시면 역시나 교련이 너희들 앞길에 장애물이 안되기를 바란다고 되뇌이시며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제가 괜히 겁이 많아서 미리 얼어붙었던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교련쌤^^.
.... 어떠한 경험이든 그것이 현실이라면 / 현실에서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것보다 /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것들이 /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 우리 자신을 다스리고 참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 가고 싶은 곳도 많고 /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 내가 그것을 참는 법을 배울 때까지 기다려 주는 곳은 / 학교밖에 없었다. / 우리의 대부분은 학창시절이 끝나면 / 더 냉혹한 곳으로 내 던져질 운명을 /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그곳에서는 아무도 미숙한 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p 174)
내 아이가 얼른 자라서 이 책을,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학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자와 같은 선생님들이 더 가득한 학교가 된다면 아마도 그때는 더 다닐만한 곳, 더 나아가서는 다니고 싶은 곳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어림없는(?) 상상도 해봅니다. 학교 화이팅!!! 그리고 선생님 화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