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관한 17일간의 성찰
존 러벅 지음, 노지양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인생에 관한 17일간의 성찰"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고 '내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을 하였던 적이 언제였지?'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자처럼 거창한 주제들을 가지고 17일간씩이나는 아니더라도 잠시 잠깐이라도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게 언제적이었는지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핑계일 수 밖에 없겠지만, 현대사회라는 것이 지난 시간을 천천히 곱씹고 돌아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듯도 하고, 그 동안 산다는 것이 아마도 일을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 것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조용한 독서의 시간마저도 스스로를 비춰보고 내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데 더 의미를 두고, 삶의 예민한 한 모퉁이가 자극을 받게 되면 짧은 감상으로 나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기회의 시간들을 외면해 버리곤 한 것이 아닌지 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주관적이고 의미가 애매한 '깊이에의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내 삶이 한달에 한 번 정도라도 저자가 말한 여러가지 주제들 - 인격, 근면, 자기계발, 신앙, 사랑, 희생, 독서, 돈, 부, 건강 등 -에 대해서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분명 더 건강하고 활기 찬, 그리고 의미가 담긴 윤택한 삶을 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책의 제목에서처럼 17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우리가 인생을 돌아볼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여기에는 저자 자신의 생각도 있지만, 많은 부분 여러 철학자나 위인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나 성경의 문구들을 인용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인류에게 쌓인 지혜를 그가 정리하고 편집했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 위인들과 작가들이 남긴 주옥같은 문구들을 인용하여 자신이 정한 주제들의 알맹이를 그대로 표현하고 주장하고 읽는 이를 설득해 가는 과정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주장들에 공감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곤 합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줄을 그으며 그 문장들이 주는 고귀한 정신들의 조언을 놓치지 않고 내 안에 받아들이고 싶은 열망도 내안에 자라납니다.  책장의 마지막을 덮는 순간은 책을 다 읽어냈다는 생각보다는 시간을 내어 다시 천천히 곱씹어서 훌륭하게 소화시키고 싶다는 아쉬움 곁들인 소망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 시간입니다. 삶에 대한 나의 사고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줄 수 있는 귀한 이야기들이라는 기대와 찬사와 함께 말입니다.

  책의 17가지 주제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책의 향기'와 '신앙에 대하여'라는 주제가 가장 관심이 가고 마음에 담기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왜 책을 읽고, 거기서 무엇을 얻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어떤 소녀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있는 매콜리의 다음과 같은 글과 사냥에 따라 나서지 않고 플라톤의 책을 읽고 있던 애스컴의 고백이 내게는 희미해졌던 독서의 즐거움에 대한 한 줄기의 빛을 뚜렷이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이고, 신앙에 대하여는 작가가 술술 풀어낸 성경의 인용을 통한 내 신앙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화력 때문입니다.

 ' 누가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왕으로 만들어주고 궁전과 정원과 진수성찬과 와인과 마차와 아름다운 옷과 수백 명의 하인을 준다고 해도 책을 읽을 수 없다면 나는 왕이 되지 않겠다. 나는 독서를 사랑하지 않은 왕이 되느니 책이 가득 찬 다락방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매콜리-

 ' 그 분들이 사냥터에서 맛보는 즐거움은 제가 플라톤을 읽을 때 느끼는 즐거움에 비하면 한낱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답니다.' -애스컴-

 '주의 손가락으로 지으신 주의 하늘과 주가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그를 돌보시나이까' -시8:3-4-

 '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11:28-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6:8-

 책을 다 읽고도 아직 읽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깊은 우물물을 한번 길어올려 그 시원함을 맞보고는 외면하지 못하듯이, 내 눈길이 한 동안은 이 책에 담긴 지혜로운 문장들에서 떨어지질 못할 듯 합니다. 짧게 짧게 이어지는 시간이라도, 이 책의 내용들을 다시 되새김질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내 삶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보고, 반성하고 기초를 더 공고히  다지는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많이 읽고 많은 일들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는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러이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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