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 부자되세요" 어느 카드회사의 광고에 어여쁜 연예인이 나와서 외치던 몇해전 새해인사였습니다. 몇해전이라고는 하지만 아마도 2-3년 전인듯합니다. 이젠 돈에 대해서,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 내어놓고 이야기하고, 돈을 좇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당시의 시류에 대한 신문의 기사도 함께 되살아납니다. 그 뒤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재테크 서적과 자기계발서들이 줄을 이었고, 부자라면 어느정도의 돈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자극적인 신문기사들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낙망하거나 기가 죽기도 하고, 더 많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하며 살게 된 듯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행복해진 걸까요?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쌓은 사람들은, 얼마간의 돈을 더 벌게된 사람들은 더 행복해진 걸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부를 얻을 수는 있는 걸까요?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부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며 수도 없이 많은 현실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갖게 됩니다. 살다보니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보다 돈이 더 많고,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상태라는 단세포적인 의식상태로까지 근접해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시류를 따라 방심하며 살았던 지나간 많은 시간들이 깨인 사람들 눈에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이라는 그릇을 움켜쥐고 그 안을 쳐다보며 부자, 부자, 부자라고 되뇌이며 살고 있는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네 가족들중에 세 가족은 나와 닮은 모양의 가족입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하지만 뚜렷한 목표나 계획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의 입에서는 열심히 사는데도 살면 살수록, 돈을 벌면 벌수록 힘들어진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증권사 과장에 부인은 소아과 의사인 박광수 가족, 대기업 과장에 아내는 전업주부인 서문식 가족, 무역회사 사장에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 김재벌 가족. 이 세 가족은 우리사회의 기둥인 중산층이라고 할 만 외양을 갖춘 가족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정을 초대한 건설회사 감독이며 아내는 은행의 비정규직원 이하늘 가정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제일 초라해 보이고 가난과 가까워 보이는 이하늘 가정이 소위 있어보이는 세 가정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선사하는 내용입니다. 40이 되어가는 인생의 전환기에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불안해 하는 세 친구가정의 모습을 보고 이하늘은 함께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를 가질려고 그들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내놓는 그의 선물 -그의 비장의 무기-은 친구들에게 첫날 작성하게 했던 가정의 재무상태에 대한 진단도, 코가 빠져라고 마시며 세상을 한탄하는 자조섞인 모임도, 그냥 친목을 도모하며 겉으로 위로하는 것으로 끝내는 위로의 시간도 아닙니다. 한때 잘나가는 회사의 사장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작성했던 낡은 가계부가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해답으로 내놓은 비장의 무기입니다. 그리고 그 토대위에서 자신의 수입을 착실히 쪼개쓰고,  나누어 담아둔 여러개의 통장들은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그 해답의 결과물입니다. 작은 월급으로 미래의 필요에 맞게 쪼개어서 각각의 통장을 만들어 놓은 그의 모습에서 그의 친구들은 가장 든든한 부자, 행복한 부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열심히 벌어서 지혜롭게 통제하며 살고 있는 진짜 행복한 부자의 모습을 말입니다.

  "열심히 벌고 지혜롭게 통제하라"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에 새기는 한 문장을 찾으라면 이 글을 들겠습니다. 많이 벌어야 부자가 되고 행복한 것이 아니고, 돈이 내 삶의 주인이 아니고 내가 삶의 주인이며, 부자가 된다는 것은 로또 복권을 사서 당첨되는 것처럼 대박을 노려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일해고 성실히 모아가는 것이며, 그 안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 행복한 부자가 되는 것이고, 재테크란 치열하게 싸워서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만들어 내는 싸움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계획가운데 그 필요에 따른 요구를 미리 준비해 가는 고도의 재무설계기법이라는 사실 등 많은 함축된 의미를 가진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부자란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내 자신에게 짚고 넘어가는 화두입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모으기를 바라기보다는 돈에 대해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며,  더 많은 벌이나 대박의 행운을 노리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그 계획을 달성해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기 때문입니다. 

 -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아닐까요.

 -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돈이 아닌 행복을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내게 잠자고 있던 부와 돈에 대한 통찰력을 일깨워준 위의 두 문장의 글로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대신하며, 나도 그리고 여러분도 올해는 정말로 행복한 부자, 진짜 부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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