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도둑 -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라 데청 킹 케이크 시리즈
데청 킹 글.그림 / 거인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구름 공항>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이상한 화요일> 아이들 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책들도 마찬가지로 그림으로만 된 아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케이크 도둑>에 비해서 훨씬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듯한 몽상적인 내용이지요. 물론 케이크 도둑의 내용도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아이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기에 나름의 기대를 가지며, 어느 날 저녁, 이 책을 아이들 앞에 내밀었습니다. 그 때처럼 대단한 반응을 나름 기대한 거지요. 하지만 왠걸요, 아이는 표지부터 시작해서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어 글씨가 없네' 하면서는 책을 후딱 보고 내  던진 채,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맙니다. 순간 ' 어! 이게 아닌데.... 이 녀석이 제대로 보기나 한건가?.....'등의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분명 아이에게 이 책을 내밀며 기대한 건 이게 아니라, 신기해서 몇번이고 앞뒤로 넘기며 퍼즐 맞추듯이 이야기를 맞추어 가는 거였거든요.......

 못내 아쉬움이 생겨서 아이가 하지 않은 이야기 퍼즐 맞추기를 내가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버려둔 책을 집어들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나오나 하며 한번 보고, 그 다음은 케이크를 훔쳐가는 생쥐와 쫒아가는 강아지 부부를 찾아가며 한 번, 소풍나온 돼지 가족과 아슬아슬하게 구조되는 아기 돼지를 보며 한 번, 모자를 낚아 채 도망가는 원숭이들을 뒤쫓으며 한 번, 그리고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 가족을 따라가며 한 번 등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따로따로 나누어 가며 몇 번이고 앞뒤로 오간 뒤에 아이에게 조용히 가서 '야! 이 책 재밌는데.... 이런 이야기도 나오네.." 하면서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따로따로 나누어 읽었던 책속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관심을 다시 끌고자 하는 공작(?)이었지요, '나 다시 한 번 읽어볼래!'하는 대답을 바라면서요.

 하지만, 아이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기억을 해 냈습니다. 케이크를 훔쳐가던 생쥐는 어떻게 되었고, 아기 돼지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는데 누가 구해주었고, 가족과 떨어진 아기오리를 누가 가족에게 데려다 주었고, 공을 가지고 놀던 개구리며, 일의 나중에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데 소외된 녀석들이 누군가까지 내가 애써 읽으며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슬렁슬렁 책장을 넘기며 '어 글씨가 없네'하는 싱거운 소리를 하던 녀석이 모두 기억을 하고 있는 겁니다. 딱 자신에게 맞는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작가가 하고자 한 그림이야기를 읽어낸 아이를 보면서 순간 내 식으로만 읽는 것을 강요할려고 했던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림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이 책을 5분도 채 안되어서 모두 읽었습니다. 그리고 난 20여분간 몇편의 이야기를 만들며 읽었습니다. 아이는 글씨가 없는 그림책이라서 그림을 마음속으로 읽었는데, 난 글이 없는 책이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림들 위에 문자들을 새겨 넣으며 이야기를 만들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난 열심히 읽었고 아이는 슬렁슬렁 읽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정말로 작가가 의도한 대로 열심히 읽은 것은 아이고, 그림을 무시하고 슬렁슬렁 보고 거기에 문자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 읽은 내가 이 책을 최대한 성의없이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식의 책읽기를 보면서, 그들의 무한함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처럼 이 책은 눈으로 감상하며 마음으로 읽는 게 제 맛이 날 듯 합니다. 절대로 나처럼 이야기를 만들어서 글로 읽지 마시기를 -그런 사람은 그림책에 대한 문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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