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힘 아버지
왕쉬에량.유천석 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클릭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이야기 속의 많은 아버지들처럼 지금 나의 아버지도 이 세상에서는 뵐 수가 없습니다. 나의 첫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몇달전에 돌아가셨으니까 나의 아이가 자라는 만큼, 그리고 아이가 내게 삶의 기쁨을 주는 만큼, 나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멀어지고 희미해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내 기억속에 남은 것들 중에 마음속에 새겨지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지워버렸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명절이면 한번씩 찾아가는 아버지의 흔적이 더 현실적인 것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이 책을 대하게 된것은 그래도 책을 멀리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내게 주어진 하나의 선물이라는, 잊혀진 기억상자를 다시 정리하고 묻혀가는 소중한 의미들을 꺼내어 볼수 있었던 귀중한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게 보이는 것들이라도, 분명 내 마음에 남아있는 나의 아버지는 당신이 살아계시던 그 모습 그대로 내게 내 삶의 뿌리에 대한 깨달음과 삶에 대한 묵묵한 가르침을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 평생을 농부로 사셨고, 늙어서는 큰아들의 아이들의 유모차를 밀며 도시의 빌딩 숲과 시멘트 건물들 사이에서 묻혀 사셨던 분, 인생의 어느 한 때라도 남들에게 큰 소리 치며 행세하고 살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땅과 흙을 일구며 사셨고 술을 벗삼아 사신 분, 평생을 땀을 흘리며 살았지만 가장으로서의 능력에는 항상 물음표 달린 시선을 받으며 외롭게 사셨던 분, 오로지 공부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의 희망을 느끼셨을 농사꾼, 그리고 일하시다가 손가락 한마디를 잃고 오셔서 통증에 끙끙거리며 밤을 새시던  생생한 기억........  내 기억속에 계시는 나의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과 많이 닮은 모습이지요. 자식으로서 돌아보면 참으로 가슴 아픈 모습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많은 자식들이 부모님을 돌아보려고 하면 부모가 기다려주시지 않더라는 회한을 내뱉듯 나도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당신의 그 고단한 삶에 내가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책만이 내 마음에 남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은 자신이 성공한 후, 나이 들어서 나중에 부모님께 효도하면 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작가 류용의 말퍼럼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다.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 효도하겟다는 마음이 슬그머니 들기 시작한 후면 이미 부모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시기가 십상이다'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세요" 라고 씌여진 책의 띠지를 보며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위의 글처럼 세상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들을 가진 사람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으로 잘났던지 잘나지 못했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라는 존재의 울타리 안에서 세상을 알아가고 인생을 배웠을 것이고, 그런 아버지의 존재는 분명 가장 소중한 인생의 기초일 터인데 그걸 저리 낱낱히 파헤칠려는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세요"라고 선전해대는 글이 그리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이제는 안 계셔서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다는 안타까움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모든 것이 아니고,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나 나처럼 회한만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다시금 화해와 감사의 시간, 그리고 당신으로 부터 세상을 배우고 삶을 배우고 나눔과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는 간절한 고백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데 생각이 이르러서는 내 삶을 촉촉하게 하고 기름지게 하는 부드러운 권면의 목소리로 듣게 됩니다. 

 부모가 되면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 아직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건만 그 마음의 깊이를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내 아버지의 엄격했던 모습보다는 온유하고 다정한 모습을 더 선호하기에 아이들에게 그리 대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아이들의 기억속에 남을 나의 모습은 내가 나의 아버지를 돌아보며 가지는 감사와 가슴이 아프지만 뿌듯한 기억과 같은 그런 삶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고리끼의 글처럼 내 인생이 비록 화려하고 다른이에게 내놓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장 위대한 책이 될 수 있기를 -내 아버지의 삶이 내게 그리 비춰졌듯이- 바라며, 나의 아버지가 삶에서 보이셨고 내 가슴에 새겨놓으신 '아버지의 사랑'을 나의 아이들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영혼을 감동시키는 가장 위대한 책이다. 그 책을 이해한다면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 -막심 고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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