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초등 낱말편 1
김경원 외 지음, 오성봉 그림 / 열린박물관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나름대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살고있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잘 쓰는 글을 아니지만, 글에 나의 마음을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꼭 우리말에 대한 책들을 체계적(?)으로 읽어 보리라고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며 결심만 하던 내게 이 '어린이 국밥'이 쥐어졌습니다. 어린이 책이니까 가볍게 읽고 소화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한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알고 있는 우리말 지식이 혼란스러워지고, 자신감은 아래쪽으로 자꾸만 곤두박질 칩니다. 그리고 각 단원의 내용을 다 읽고 풀어보는 연습문제의 오답의 갯수가 늘어갈수록 얼굴이 붉어집니다. 결심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고 허영심(?)에 자신만만하던 나에게 어린이 국밥이 먹인 멋진 하이킥입니다. 영어공부라면 불을 켜며 달려들고, 아이들에게도 심하다 싶은 정도로 강조하던 내가 정작 우리말에는 무심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데, 몇번의 결심만을 가지고 그래도 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다 읽고 난 소감중의 하나는 좀 엉뚱하지만 왜 우리가 열심히 영어를 해도 원어민들을 따라 가기가 어려운지에 대한 명확한 깨달음입니다. 아무리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살며 우리문화에 푹 젖어 지내지 않았다면 어찌 '붉다' 와 '빨갛다', '기쁘다' 와 '즐겁다', '삶다' 와 '찌다' 등의 세밀한 차이를 감각으로 구별해 내고 느끼지는 못할테니까요. 한국사람이라면 물론 헷갈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정도의 구분은 하며 사는 어휘들이구요. 물론 정확하게 구분하여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딱히 구분하여 배우지는 않았지만, 문법공부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구분을 하고 말이 통하며 사는 것은 한글이 통용되는 문화권에 젖어 살기 때문이겠지요. 두번째 소감은 우리말도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적당히 구분하고 쓸줄은 알지만 결코 그 이상은 못되는 것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대학생들도 두꺼운 영어사전을 뒤적이며 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중학교나 잘 하면 고등학교의 어느 지점에서 국어사전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나만을 보더라도 책꽂이에서 사라졌던 국어사전이 작년에야 다시 돌아왔는데 -그것도 초등국어사전으로- 이유는 학교에 가게 된 아이때문이었습니다. 어린이 국밥을 통해 명확하게 각 단어들의 의미의 차이를 배우면서,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던 우리말에서도 이리 배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숨어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과 우리말인데도  정확한 뜻과 쓰임을 미처 알지 못했던 데 대한 부끄러움이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한 깨달음이 우리말을 좀 더 잘 쓰고 가꾸기 위해서 배우는 것 마다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말로만 아름다운 우리말, 자랑스런 우리말 하지 않고, 정말로 아름답고 자랑스런 우리말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린이 국밥은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의 내용에서 어린이들에게 알맞은 어휘 열여섯 쌍을 골라내어 어린이의 눈높이로 삽화와 내용을 정리한 책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텔리비젼에서 '국밥'이 새로운 시도에 의해 기획되고 출판된 책이라는 보도를 본적이 있습니다. 출판전에 펀드형식으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투자받고, 성공해서 얼마 이상 팔리면 원금의 두배, 그 이상이면 얼마더...등의 투자조건으로 시작된 것이었는데,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이 책의 성공으로 거둬들인 수익을 다시 재투자하는데 기꺼이 -자발적으로- 동참하였다는 기분좋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한 것이 아니라고 하며, 더 좋은 책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했던 기억입니다.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국밥'을 읽으며, 그들의 마음만큼이나 우리말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아름다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나처럼 많은 이들이 우리말에 대해서 진실한 관심을 가지고 좀더 가까이에서 정확하게 알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깨달음을 가졌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영어사전중에 'Thesaurus'라는 종류의 사전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어휘력사전'정도가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의미의 말들을 설명하고 반의어들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전을 비롯한 다양한 영어사전의 종류들을 보며, 우리 국어사전에는 저런 것이 왜 없을까? 하고 생각한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얼굴이 붉어진 경험을 한 뒤에 용감하게 서점에 가서 우리말에 관한 책 몇권을 사고, 인터넷 서점들을 뒤지면서, 내가 미처 관심이 없어서이지 그 사전들과 비슷한 종류의 우리말에 관한 책들이  이미 있었고, 요즈음 그 종류들이 조금더 다양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반가웠습니다. 물론 영어사전류만큼 체계적이고 다양한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모양의 배움의 기쁨을 얻게 된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어야 한다고 권할 책의 목록에  다시 한 권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아이들은 나보다 더 아름답고 명확한 우리말을 쓰는 현명한 이들이 되기를 소망하며, 이런 종류의 책은 우리사회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나중에 이 책을 권한 내게 나의 아이들이 이리 고백할지도 모릅니다. '아빠! 어린이 국밥이 밥보다 더 맛있어요'  아니면 밥 대신 치킨이나 햄버거라고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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