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 세상에 무슨 일이? 2
질 칼츠 지음, 이상희 옮김 / 책그릇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속에 신비한 미소를 지닌 채 여전히 보는 사람을 그윽히 바라보고 있는 '모나리자'. 사람들은 모두가 명화라고 하지만 그림을 보는 눈이 까막눈인 내게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는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모나리자의 미소의 원인이나 이유를 밝히는 가십성 기사들을 대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림속의 여인은 결코 내 누이나 어머니처럼 친근해지지 않는 이질감을 지닌채 여전히 그림속의 이방 여인으로만 느껴지곤 했습니다. 피카소나 다빈치의 그림보다는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이 주는 분위기가 더 좋은 사람이기에 전문가들이나 미술하는 사람들의 설명이 아무리 거창하다고 해도 아직은 자연스럽게 모나리자의 미소를 친근하게 그리고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못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 눈의 안경이라고 모든 사람 각각이 자신의 취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공통된 취향에서 벗어나 이리 외떨어진 말을 하고 있는 나의 안목에 -그것이 아니라면 그림을 대하는 나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모나리자라는 그림과 그림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티브로 시작하지만 전체적인 전개는 그가 살던 세상과 르네상스라는 시대의 조류를 큰 틀에서 반영하며 진행됩니다. '모나리자가 그려지던 시절에 세상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라는 틀안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오늘날에는 화가이자 조각가, 기술자, 건축가, 과학자로 기억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책의 소개대로 그냥 천재가 아니라 '만능 천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인물입니다. 다빈치가 살던 그리고 활동하던 시대와  장소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르네상스가 그 절정기를 이루던 시절이었습니다. 중세의 종교적인 권위와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의 지성과 지상에서의 삶이 중요시 되고, 그러한 사상과 철학의 영향으로 바스코 다가마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아메리고 베스푸치 등의 전설적인 탐험가들에 의해서 서양세계의 지리적인 확장 및 정복과 약탈이 이루어지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공간적 시간적 역사조류의 복판에서 살았던 다빈치도 당시 문화의 중심지였던 피렌체와 밀라노에서 화가로서, 음악가로서, 기술자로서, 때로는 건축가가 되기도 하고 조각가가 되기도 하면서, 또 때로는 연극의 연출가, 인체 해부학자 등의 삶을 살다 갑니다. 너무 앞선 천재의 비운이랄까? 수많은 획기적인 구상들이 너무 앞선 생각으로 인해 그것을 실현할 수단이 없어 사장되거나 시간이 없어 묻히기도 하였구요.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다비드>상과 <천지창조>의 작가인 미켈란젤로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그와 동시대-그 보다는 한 세대 더 젊은-사람이었다는군요.
 
  책의 핵심 메뉴인 모나리자의 미소로 들어가 봅니다. 이 그림에는 르네상스에 새롭게 등장한 두가지 그림기법인 '스푸마토'와 '키아로스쿠로'(명암법)가 적용되었는데요, 선들이 부드러워지고 색채들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거나 또는 증발하면서 서로 섞여 보이는 스푸마토 기법이 모나리자의 긴 웃옷과 그 유명한 미소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명암법은 두손이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게 그린 기법인데, 일정부분에 닿는 빛의 양을 변화시켜 여러 부분들에 입체감을 주고 3차원 형상을 묘사하게 해준 기법이랍니다. 그리고 그림의 상반신을 그림을 보는 사람 쪽을 행해 2/3쯤 몸을 돌게 해서 그린 것은, 그림속의 인물을 앞쪽으로 한껏 다가오게해서 친밀감을 불러 일으키게 한 거랍니다. 인체해부학을 연구한 다빈치의 지식이 그림의 각 부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사실중의 하나이겠구요. 이러한 독특한 기법과 지식에 기반을 둔 작가의 손놀림이 모나리자가 이리 신비스러운 미소를 짓게 만든 이유가 될 듯한데, 나같은 초보자들에게는 이러한 기법이나 지식에 대한 설명보다는 책에 소개된 다른 이들의 초상화에 나타난 인물들의 표정과 모나리자의 미소를 비교하는 것이 이 그림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데는 더 간단한 방법이 될 듯 합니다. 비교하면서 바라보노라면 너무도 그녀의 미소가 살아있는 사람이 미소짓듯 너무도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되니까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그리도 감동하나 봅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앙증맞다고 해야하나요....... 그럼 이 그림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리사 게라르 디니 델 조콘다'라고 하는데,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연인, 여자로 꾸민 소년, 레오나르도 자신, 또는 이상적인 여성의 표현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로 알려진 그림 - 빨간색으로 그려진 머리가 대머리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하얀 할아버지 초상화-은 아마도 학교다닐 때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던 듯 한데, 이 그림이 기껏해야 위조품이나 모사품 밖에 안될거라고 합니다. 이런때의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아무튼 르네상스라는 시대의 조류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한껏 뽐내고 살다간 한 '만능 천재'의 삶을 통해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귀중한 유물들을 둘러보며, 신이 그에게 내린 재능이 곧 우리에게 내린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그린 모나리자라는 작품 하나만으로도 말입니다. 앞으로는 나도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며 낯선 그 느낌보다는 부드럽고 따스한 한 천재의 숨겨진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안목을 조금이나마 가지게 되었음에, 그리고 나의 아이들과 이 그림의 의미와 이 천재의 삶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합니다.
 
 " 화가가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본보기로 삼으면 사원찮은 그림을 남기게 됩니다. 그러나 만인 자연 속의 소재들을 연구한다면 훌륭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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