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노란 코끼리>.  참으로 마음을 끌리게 하는 제목이었습니다. 출판사의 광고처럼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넘어선 찬사와 감동!' 이나 '100만 독자를 울린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에 눈을 두지 않더라도 이혼한 가정에서 어머니와 두아이가 슬픔과 그리움을 이기고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사실과 책표지의 노란 잎사귀가 날리는 거리에 세가족의 다양한 표정을 담고 서 있는 노란 자동차의 일러스트를 보며, 예전에 읽었던 아이들 책중에서 모리야마 미야코의 <노란 양동이>나 도다 가즈요의  <여우의 전화박스>에서 느꼈던 동심과 따뜻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다시 기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까지의 미천한 나의 경험으로 보건대 세상을 보는 동심의 눈이 어른의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보다는 훨씬 따뜻하고 희망이 넘치는 사회라는 걸, 소위 말하는 인문학적인 깊이가 없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결국 세상을 살 만하게 하고 살아갈 만하게 만드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깊이와 마음속 울림은 동심의 눈이 훨씬 깊다고 감히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세상을 피하는 퇴행이어서는 아니 되겠지요.....

 이야기의 소재는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어쩌면 일상적인(?) 일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이혼한 가정입니다. 아무리 우리 주위에 흔한 이야기가 되더라도 결국은 당사자들에게는 언제나 마음에 남는 아픔이고 삶의 고통이기에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이고 절실한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에 이리 반복되는 것이겠지요. 이혼후에 잡지사의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어렵게, 하지만 기죽지 않고 명랑하게 가정을 이끌어가는 조금 덜렁거리고 건망증이 있는 어머니, 이제 5학년이지만 몸보다는 마음이 먼저 어른이 되어버린, 그래서 하는 말이나 생각들이 어린아이의 말이나 생각이라기 보다는 이미 어른이 되어서 세상을 회색빛 안경을 끼고서 바라보는 듯한 우리의 주인공 '히로시', 그리고 여전한 동심의 마음을 지니고 그만큼의 눈높이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나'. 이렇게 세사람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보니 이 가정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노란자동차 -노란 코끼리-가  빠졌네요. 커다란 집채만한 코끼리-자동차-들 사이에서도 그나마 절망하지 않고 고개를 쳐들고 살아갈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의 이 가정을 지켜주는 뼈대인데 말입니다.

 '나는 또 그렇게 원하든 원치 않든 훌쩍 커버린 것 같았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씁쓸해진 그날은 내 열한 번째 생일날이었다.'  자신의 생일날 자전거를 선물로 가져왔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결국은 다투고 가버리던 날, 우산을 가지고 따라 간 동생 나나에게 아버지가 우산을 빌려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하니까 됐다고 거절하며 돌아서 비에 젖은 찻길을 걸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그리고 아무말 못하고 그런 여동생 나나에게 우산을 씌우고 집에 돌아오며 주인공이 되뇌이는 독백입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세상이 자신의 마음을 억지로 커버리게 강요하는 시간들이 반복되어, 이제는 자신이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씁쓸함이라고 표현하는 어린 동심을 보며 울컥 솟는 안타까움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독백을 통해 이 세상의 차가움이 여린 마음속에 깊이 패인 상처 하나를 새기는 따끔한 아픔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히로시의 행동과 말들을 보며 상처속에서 위로받지 못하고, 억지로 크기를 강요당한 아이의 어린 영혼에 새겨진 상처와 혼돈과 세상에 대한 조롱을 보는듯 하여, 이리 자라지는 말아야 했는데 하는 안타까움에, 자신의 몸에 맞는 정도까지만 정신도 영혼도 성장해야 하는데 너무 자라게 강요한 세상에 대한 -나를 비롯한- 무의미한(?) 질책의 채찍을 함께 휘둘러보지만, 결국 그것도 세상의 삶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만이 내게 울릴 뿐입니다. 상처받은 저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엉망이 되어버린 노란코끼리는 끌고 돌아오며 히로시와 나나의 어머니는 이리 고백합니다.

 "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함께 달리다 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 하잖아'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이 가정에 주어진 노란 코끼리의 의미입니다.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그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지탱해 주며, 그나마 자존심을 세우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살 수 있게 해 준 것이라면, 아마도 첫째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하로시와 나나 두자녀였을 것이고, 바로 그 다음이 이 노란 코끼리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입니다. 결국 이 어머니처럼 어려움속에서도 노란 코끼리와 같은 희망을 찾아 만들고, 그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가정에는 많은 아픔과 시련들이 닥치겠지만 꺽이지 않는 소망이 있음을 보게됩니다. 그리고 비록 히로시 같이 정신이 너무 커버린 상처받은 어린 영혼이 있지만, 그런 어머니가 있는 이 가정에서는 그 상처가 씁쓸함과 절망으로만 끝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가정을 대하는 나와 우리 사회가 저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따뜻한 미소를 담은 성원의 박수가 아닐는지....

 이 가정처럼 깨진 가정, 상처받은 영혼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노란 코끼리를 찾고 품에 안고 살아갈수 있는 따뜻한 소망의 시간들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가정의 어린 영혼들이 동심의 눈을 잃고 너무 커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기원도 함께 드립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생각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초등 5년인 주인공을 보는 부담스러움이 끝내 마음속을 무겁게 짓누르며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다른 많은 이야기들에서 내 눈길을 거두어 들이게 만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음에서 덧붙이는 소망입니다. 너무 이기적인것 같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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