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한 작가가 자신의 가족들의 일상사를 공개된 지면에 쓰고, 또 책으로까지 엮어 내는 이유와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먼저 갖습니다. 요즈음은 아이들 교육이 우리사회의 큰 관심사인 만큼, 아이를 어떻게 키웠다는 류의 서적들 -성공적인 육아와 교육이라고 인정받은 듯이 자랑스러워하는 내용을 담은- 이 한 가정의 일면을 들여다보는 도구가 되고 있는데, 분명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글을 쓰는 작가는 그런식의 글쓰기를 하지는 않겠고, 아마도 그런일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즐거운 작업이 아니라 고역일 듯 합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작가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쓸수 있다는 의미는 정말 무엇일까요? 가족의 똑똑함, 높은 교육이나 명예 또는 성취, 분명 이런식의 세상적인 자랑거리는 아닐듯 합니다.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해 자신의 '가족의 평범함'이 그가  이 글을 쓴 이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족들의 일상이나 고민과 닮은 한 가족의 평범함, 특별하지 않기에 독자들이 읽었을 때 '어 이런 일은 우리 가족이야기네!'하고 동감을 일으킬 수 이야기들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겪는 사소한 일상적인 문제들에 대해 미소지으며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저자의 믿음이 펜을 들게한 동기가 된 듯 합니다.

 까칠한 가족. 가족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을듯한 까칠하다는 단어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저자의 가족. 이가족이 까칠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하는 호기심을 먼저 갖게 됩니다. 가족이 까칠하다니..... 그럴때 까칠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가족의 아이들이 어떻게 까칠하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그런건 아닐거고 결국 부모가 먼저 까칠한 건 아닐까....

 유명한 작가이지만 자신의 책을 읽은 아들에게 '너무 서둘러 쓴것 같다'는 타박을 받는 쿨한 아버지 조반니노, 착하지만 조금은 감상적이고 현실감각이 없는 듯하기도 하고 이기적인 듯도 한 어머니 마르게리타, 여행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만화책속에 있을 만큼 자신의 세계에 충실한 아들 알베르티노, 태어날 때 너무 약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무기로 사용하며 하고픈 말, 해야하는 말은 참지 못하는 소녀 파시오나리아. 이렇게 넷이서 이룬 가족이 생활하면서 만들어 내는 까칠하고 따스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글들은 분명 우리와 많이 닮아 있지만 독특하게 튀는 면도 곳곳에 눈에 띕니다. 까칠하다고 표현된 그리고 결코 다른 가족들에게서 쉽게 발견되지 않을 이 까칠함의 근원이 무얼까하는 답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읽기을 진행하지만 '정말 까칠한 아이에 까칠한 부모네' 하는 장면들만 내 눈앞에 펼져질 뿐, 까칠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해답이라고 할만한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가정과 다르지 않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과 딸로 이루어진 가족, 하지만 이 가족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유산에 대해서 먼저 달라고 조르기도하고, 아버지가 결국 약속을 지킨다며 딸과 함께 빈집의 벽에 낙서를 하고 도망가기도 합니다. 헌 자전거를 두대 팔고  그 중 한대를 바로 두배의 가격에 사고서도 흐뭇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아이들의 '약간 퉁명스럽지만 정답다'는 부모 평가에 쩔쩔매다가 그래도 안도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있기도 합니다. 치졸레타라는 한가지 음식을 고집하다가 결국은 가족모두의 배신(?)으로 질릴때까지 그 음식을 혼자 먹어야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느끼는 까칠함이란 문자 그대로의 느낌보다는 우리가 우리아이들이 귀여워 머리카락을 볼에 문지를때 전해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소름돋는 까칠함이 아니라 엔돌핀이 솟구치게 하는 까칠함.....엉뚱함에 놀라움보다는 미소짓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이 가족의 까칠함은 곧 나와 내 가족의 일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주인공들의 까칠함은 표지의 저자처럼 생김새로 인한 것도, 성격의 결함으로 인한 부족한 부분도 아니었습니다. 부모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존중해주는 그런 노력으로 인해 숨겨진 아이들의 감정이 분출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부모로서의 자신들의 감정을 억제만 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서로 소통시킬 줄 아는 동심을 잃지 않은 어른들의 능력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그런 까칠함이 이 가족의 까칠함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호존중과 이해 그리고 사랑. 여기에 이르러서야 결국 까칠함도 가족이라는 따스하고 포근한 단어와 어울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들 모든 가족, 가족의 독특함의 표현들이 가족이라는 말과 어울릴 수 있듯이, 이 가족의 까칠함도 결국 가족애의 또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즐겁고도 까칠한 시간이었어요, 과레스키 아저씨.^^

 여러분도 이 즐거운 가족이야기를 까칠하게 한번 읽어 보세요.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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