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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 박성득의 주식투자 교과서
박성득 지음 / 살림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2006년의 말미에 주식시장을 결산하면서 어김없이 등장했던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2006년 주식시장이 2005년에 비하면 오른것도 거의 없고 위아래로 변동성이 더 심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는 뉴스중의 하나가 손해만 보곤 하는 개미로 일컫는 개인투자자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들은 별로 신통하지 않았던 장세에서도 벌었지만 개미들은 결과적으로 돈을 잃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오른 종목은 너무 빨리 팔고, 내린 종목은 미련스럽게 다시 오를거라는 욕심에 과감히 손을 대는, 이익은 줄이고 손해는 키우는 방식의 투자행태로 인한 결과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신문을 장식할 기사거리랄 것도 없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이라는 골리앗과 맞서는 자체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미 이런 운명적인 결과를 각오한 것일테니까요. 수많은 정보를 찾아내고, 때로는 만들어 내기도 하고, 우리경제뿐만 아니라 미국과 세계경제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정밀한 예측 등,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이 감내하고 또는 알아내고 처리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들을 상대는 척척 들여다보며 하는 게임이니, 그 게임에서 이겨낸다는 것이 대단한 거지, 졌다는 건 이미 시작할 때 정해진 운명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개미들의 자조섞인 모습에 '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15세에 횟집에 들어가서 바닥을 닦으며 주린 배를 채우기 시작한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되는 초반부는 주식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한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 흘렸던 땀과 눈물이 어린, 고단했지만 희망을 키웠던 강건한 삶의 기록입니다. 가난했던 15세의 소년이 횟집의 바닥을 청소하다가 주방보조가 되고, 요리사가 되고, 호텔의 요리사를 거쳐 작은 횟집의 주인이 되고, 그리고 규모를 키워 거대한 식당의 경영자로서 성공을 일구기까지의 자신의 삶속에서 겪었던 사업에 대한 철저한 준비-시장조사, 비용과 이윤의 계산 등-와 목표설정의 과정 및 필요성, 사업과 고객서비스에 대한 자세, 경영자로서 직원들에 대한 자세 등에 대한 자신의 몸으로 살아낸 내용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저자가 말했듯이 이러한 경험과 삶이 후에 그가 주식투자에 뛰어들었을 때도 그대로 적용되고 활용되는 내용들입니다.
저자는 서민이 주식투자를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에게 넘어간 우량회사들의 지분이 이제 몇배의 이득을 그들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기는 식의 우리 현실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그가 하는 말입니다. 물론 투기나 도박의 성격을 갖는 주식투자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공부하고 보는 눈이 생긴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 보다 더한 이득을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쥐어줄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 때문인듯 합니다. 그리고 두번 망하고 세번째에야 일어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식초보들에게 들려주는 충고가 있습니다. 자기만의 시각이 생길 때까지 경제공부를 할 것, 모든 일상을 경제적인 마인드로 바라보고 주식과 연관 시키는 마인드를 가질 것, 하루하루의 주식시세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투자와 가치투자의 방법을 익힐 것, 얼치기 전문가들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투자 종목을 결정하고 가상투자나 소액투자부터 시작할 것 등입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인 자신의 노하우에 대한 것들을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어떤 주식을 어떻게 선택하고,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 얻을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택한 주식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식으로 대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독자들에게 스스럼없이 펼쳐 놓습니다.
단순히 책의 제목에 쓰인 슈퍼개미라는 말과 100억대 주식부자라는 말에 솔깃해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마지막 장을 덮으며 허전함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책의 알맹이에는 현학적인 이론이나 그럴듯한 방식의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도표나 노하우를 내놓으며 이렇게 하면 주식부자가 된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다만 그가 살아오면서 익힌 그의 생각과 성공의 방법을 들려주며 이것이 내가 성공한 방법이고 자세라고 말하고 있지만, 바로 그 부분이 책을 읽는 내가, 저자가 말한 여러가지 내용에 대해서 저자만큼 치열하게 느끼며 살지 못했던 안일했던 부분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자세에서 생긴 차이가 슈퍼개미 박성득과 아직도 서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나같은 이들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은 삶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 겸손, 절제 등의 덕목들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저자는 성공하였고 무너지고 나서도 다시 일어섰으며,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이리 자신있게 자신의 인생을 말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이책을 대했던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지는 부분입니다. 삶이란 게 부자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가치있는 삶의 결과물이 쌓인 것이 결국 어느 순간에 내가 지니게 된 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느낌에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이 책을 덮으며 생각하는 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나의 감상입니다.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 / 근심에 쌓인 수많은 밤을 /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 울며 지새본 적이 없는 자 / 천국의 힘을 알지 못하나니.....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