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김정일 - 경제전문가가 바라 본 북한 문제
김종서 지음 / 참콘(CHARMCON)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잘가! 김정일'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의 제목과 경제전문가가 쓴 북한관련서적이라는 점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책입니다.  최근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결국은 터뜨려 버린 핵실험,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 그리고 다시 시작된 6자회담 등 다시 한번 한반도를 긴장과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들어간 중심에는 김정일이란 이름이 있습니다. 김일성이 죽고나면 무너질 줄 알았던 북한체제를 지금까지는 완벽하게 자신을 중심으로 지탱해 나가고 있는 이 인물에 대해서 '잘가!'라는  한마디 말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론 굿바이 김정일, 사요나라 김정일 또는 잘가 김정일 이라는 친구에게 이별할 때 던지듯 한마디하고 그를 우리의 삶속에서 잊을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거기에 동참할 것입니다. 그에게 아직도 충성을 다짐하는 몇몇 눈먼자들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를 사라지게 한다는 것, 그가 실각한다는 것은 이미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닌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김정일 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한 김정일의 사라짐이 아니라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국가에 미칠 갑작스런 붕괴의 파도는 아무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동감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김정일과 북한 체제를 다룬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제거하는데 세밀한 주의와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듯이 주변 국가들의 협조와 의견통일에 의한 잘 설계된 계획이 필요한 일인듯 합니다.  

 이 책의 논지는 큰 틀에서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결국은 붕괴할 것이다는 것과 현재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인 미국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 질서에 순응하여 우리의 길을 계획하자는 것인 듯 합니다, 무리한 군사력 강화와 핵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적인 고립, 그리고 고립의 여파는 더 심해지는 경제난과 그에 따른 북한주민의 굶주림, 중간계층의 이탈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결국 붕괴할 것이고, 그러한 북한의 붕괴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세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패권에 순응하는 지혜로운(?) 길을 택하자는 것이 저자의 주된 논조인 듯 합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라는 종속변수도 고려해야 하겠지요. 저자는 북핵문제의 접근이나 햇볕정책의 방향, 주한미군이나 전시작전권의 반환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지를 유지합니다. '미국을 인정하자 그리고 거기에 순응하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자. 결국은 세계의 질서는 미국의 마음대로 움직이고 흘러갈테니까' 라는 생각 말입니다.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운명을 또 다시 강대국의 손아귀에서 허우적거리게 하는 듯한 뭔가 허전함을 안겨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책을 들면서 기대했던 굿바이 김정일에서 묻어나는 유쾌하고 명쾌한 어감은, 이내 잘가 김정일정도로 변하더니, 사요나라 김정일이라는 일본 군국주의 색채가 묻은 보수주의자의 비웃음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저자가 여러가지 것들을 이야기 했지만 결국 그것들은 우리나라의 보수논객들이 수없이 반복했던 논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고 조금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답답함이 남습니다. 그리고 경제전문가로서 여러 책을 집필했던 저자의 이력에서 기대했던 북한문제와 통일이 우리나라에 끼치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통찰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통일이 될때 그것이 기회라고 생각된다면 주식이 오르겠지만 결국은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거라는 식의 말은 전문가에게 의지해야만 들을수 있는 대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통일을 말하지만 그에 대한 국민과 국가의 통일된 의견하나 만들어내지 못한 채 시간을 흘러보내는 나라, 보수건 진보건 상대의 통일관이나 생각들에는 귀를 닫은 채 자기들만 옳다고 소리치는 나라, 우리앞에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북한 붕괴라는 커다란 파도 앞에서도 그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민족지도자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나라, 아무런 진보도 없이 결국은 한해를 또 마무리해가는 그런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내가 부끄러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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