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CEO, 세종
전경일 지음 / 휴먼비즈니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조선 제4대 왕 (재위 1418∼1450). 1418년 8월에 22세의 나이로 태종의 왕위를 받아 즉위하였다. 즉위 뒤 정치, 경제·문화면에 훌륭한 치적을 쌓아 수준 높은 민족문화의 창달과 조선 왕조의 기틀을 튼튼히 하였다. 1443년 한글을 창제하게 하고, 1446년 이를 반포하였다.'  한 인터넷 백과사전에 요약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이 이 짧은 문장안에 담긴 우리 역사에서의 그의 존재의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의 훌륭한 치적을 말하라면 아마도 훈민정음 반포를 비롯하여 대여섯개는 단숨에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들 하나 하나만으로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 수 있는 훌륭한 업적이었다는 사실도 압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 뇌리에 영원한 대왕님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창조의 CEO 세종'은 이러한 역사속의 세종대왕을 우리의 현실로 불러내어, 현실을 비춰보는 거울로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너무 방대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루고 치적을 쌓았기에 그를 단순히 경영자로서 해석하고, 기업경영을 위한 벤치마킹으로 사용한다는 데 대한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는 경영이란 사람과 자원, 시대와 환경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종합예술이라는 측면에서 그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경영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며,  경영자로서의 세종, 주식회사 조선을 운영한 창조의 CEO로서의 세종에 대한 해석을 시도합니다. 낯선 시도이기는 하지만 역사속의 인물을 현실로 불러내는 노력이라는 의미에서 참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세종의 즉위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신생왕국의 CEO라는 측면에서 그를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보배로운 그의 경영정신을 찾아내고자 시도합니다. 장자가 아니지만 세자로 책봉받는 준비된 CEO로서의 자질에서부터, 신생 조선왕국을 안정시켜야 했던 젊은 CEO 세종의 과제와 그에 대한 그의 해결책들에서 나타나는 탁월한 능력과 노력, 그리고 그가 업적을 이뤄가며 중심을 잡고 지켜 나갔던 CEO로서의 경영철학들에 대해서, 세종의 치적이 방대했던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며 이 시대의 경영자들이,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결코 빛이 바래지 않은, 그에게서 배울만한 훌륭한 경영정신들을 이끌어 냅니다.

 저자에 의하면 세종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당대의 인재들과의 막힘없는 의사소통의 과정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리더십의 본보기를 보였고, 왕으로서의 권위로 통치하는 것이 아닌 근본되는 백성에 대한 사랑과 의무감을 가지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실천한 실천적인 사람이었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신속한 판단력과 행동 그리고 끊임없는 추구자세를 지닌 변화를 읽고 시대를 앞서가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리더십의 특징은 만인지상의 통치권자였음에도 민주주의적이었으며, 토론을 즐기고 다른 이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용할 줄 아는 포용력과 유연성을 지녔고, 조력자들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일을 진행시켰으며, 문무의 카리스마를 통합하여 변하는 환경에 대응한 변혁의 리더십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국가 CEO의 자질과 능력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 올린 불멸의 CEO, 치밀한 경영전략가, 리더십의 황제, 그리고 경영 인프라와 시스템의 창조자라고 평가하는 저자는 세종경영의 특징과 스타일에 대한 정리로 우리에게 건실한 세종대왕의 경영의 유산을 알려줍니다.

 <세종의 경영 특징>

 1. 지배가 아닌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했다.

 2.  CEO와 신하가 함께 국사를 논하는 참여 경영을 했다.

 3. 많은 영역에 지식을 갖고 있었다. CEO 스스로 지식 경영을 하고자 했고, 국사에 대한 업무 파악에 소홀하지 않았다.

 4. 국가 소유권에 대한 태도가 매우 헌신적이었다.

 5. 경영 방식이 민주적이었다. 그는 민본주의자이면서 박애주의자였고, 동시에 민주주의자였다.

 6. 자신의 역할을 인프라 갖추기에 두었다. 이로써 단기적 성과가 아닌, 영구한 시스템의 일부로 남게 했다.

 7. 자신을 하늘을 섬기고 백성을 위하는 위민사상의 실천자로 생각하고 이를 실천했다. 최고경영자는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므로 특히 스스로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세종의 경영 스타일>

 1. 다방면에 걸친 관심과 지원으로 전채적인 인프라와 시스템의 육성에 힘쓴다.

 2.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일과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다.

 3. 수준 높은 기대감을 표명하고, 이를 관리한다.

 4. 지속적이고 강한 파급력을 갖는 문화 인프라를 구축한다.

 5. 토론과 토론의 결과를 중시한다.

 6. 스스로 가치있는 일을 하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도록 배려한다.

 7. 명확하게 규정하고, 쉬운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한다.

 8. 수직적인 사회조직 속에서도 수평적 관계를 중시한다.

 9. 스스로 조심하고 근려한다.

 책을 읽는 중에 저자가 너무 많은 내용들을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정신'이라는 페이지를 통해 정리하고 있기에 잘 정리되지 않고, 너무 많은 것을 다룰려는 욕심이 있는 것 때문에 내용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이리 핵심을 다시 정리한 저자의 노력에 의해서 저자가 중점적으로 말하고자 한 내용들을 요약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들만 성실하게 실천해도 우리가 작게는 한 가정의 그리고 크게는 한 기업이나 사회의, 그리고 국가의 경영자로서의 자질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저자와 같은 노력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지만, 세종대왕이 만들어낸 다양한 업적에 대한 찬양만이 아니라 세종이라는 사람 자체에 숨겨진 다방면의 보석을 찾아내는 현대적인 해석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모르거나 무시하고 지냈던 또 다른 그의 가치를 오늘에 되살려내는 의미있는 작업들이 진행된다면 훨씬 풍성한 과거와 저력을 지닌 나라와 민족이 될 듯 합니다.

  작년말에 학생들이 손에 꼽는 위인의 순위에서 세종대왕께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TV드라마의 영향으로 순위를 지켰는데, 한글을 창제하고 많은 인재를 기용해서 우리 문화나 과학등의 분야에서 비길 바 없는 업적을 이루었지만, 항상 동일한 틀에만 갇혀서 이야기 되니 아이들 관심권에서 멀어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멀쩡히 살아있는 안철수님이나 빌게이츠-현대적 의미로는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위인이라기는 아직 역사의 평가가 남아있는-가 더 관심을 끈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보며 우리의 과거를 보는 방식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하게 됩니다.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아난 자랑스런 세종대왕을 배우는 기회를 우리 아이들이 가졌다면 언제까지나 닮고 싶은 위인의 앞자리에 그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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