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들> 이책의 원제목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저자는 이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자신의 일생가운데  하고 싶었던 가장 속깊고 진솔한 것들을 이야기 했다고 생각했기에 이리 제목을 붙였을듯 합니다. 하지만 이건 책을 다 읽고 알게된 이야기이고, 처음에는 <개를 위한 스테이크>라는 조금 생소한 표현의 제목과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온 거라는 책소개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짧은 지식에 저자가 과거에 노벨상 후보에 까지 올랐다는 건 몰랐구요.

 저자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2차대전의 혹독한 시련을 몸으로 겪은 유대인이지만, 그가 쓴 이 짧은 글 (책 표지에는 짧은 소설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들 속에서는 그런 그늘이나 고뇌의 그림자가 보이질 않습니다. 세상을 비틀고 풍자적으로 과장하고, 가식과 위선을 유머스럽게 드러내고 있는게 아마도 그런 고난을 몸과 마음으로 다 소화해내고 삶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눈이, 그리고 그것들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그에게는 생긴듯 합니다. 그래서 차갑고, 냉소적이고, 어두움보다는 따뜻하고, 온화하고, 밝게 삶을 긍정하는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배꼽잡고 한바탕 웃고 마는 수준미달인 독자의 모습도 내게 있습니다. 저자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 이상일텐데 하는 미안함과 함께 말입니다.

 자기집의 개를 핑계삼아 식당에서 남은 맛있는 스테이크를 집에 싸가서 먹기로 결심하지만, 결국은 신물이 나서 식당주인에게 개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해야 한 주인공과 그 가족의 이야기인 <개를 위한 스테이크>를 읽노라면 인간 내면에 있는 가식과 위선, 그리고 그걸 위해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고 또한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변명할 수 있는 숨겨진 인간 능력(?)에 대한 저자의 매서운 관찰과 풍자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변기에 열쇠를 빠뜨리는 아이를 보고서 남 모르게 그걸 따라하며 쾌감을 느끼는 어른, 아이의 '지구가 정말 태양주위를 돌고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어른, 고무 젖꼭지로 집안을 들썩이며 어른들을 골탕먹이는 아이, 개처럼 짖으며 합법적으로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 자신의 아이의 발표에는 환호하지만 다른 시간에는 시들해져서 시간이 빨리 가기를 재촉하는 어린이 학예회에 참석한 어른들, 버릇없는 개를 길들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개에게 길들여진 가족, 엉터리 포커게임으로 돈을 따고도 그것을 포커 게임의 매력이라고 우기는 남자, 안녕이라는 말을 가르치고자 하지만 결국 다른 말만 잔뜩 배운 앵무새와 가족 등 40여편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저자의 눈길은 그 사건들을 때로는 과장하여 부풀리고, 때로는 비틀어서 우습게 만들지만, 곰곰히 돌아보면 그 이야기들과 내가 지금까지 묵묵히 살던 나의 일상과 닿아 있음을 느낍니다. 난 그저 그러려니 하고 식상하게 넘긴건데 저자는 거기에다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하여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키득거리게도 하고, 때론 배꼽이 빠져라 웃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도 만듭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삶에 대한 따뜻한 눈길이 생사를 넘나들었던 저자의 삶의 생존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어깨에 짓눌린 일상이 저자의 눈길로 본다면 어찌 보일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는 나의 이런 일상을 어떻게 따뜻하게 그려줄까? 라는 꿈같은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삶에 대한 자세를 나름 그려보며, 나는 내 일상에 대해 너무 무심하고, 냉소적인 눈길로 바라보고만 산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곁들이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평범한 일상들속에도 이리 흥미롭고 많은 내용과 의미와 웃음이 담길수 있음을 되돌아볼 수 있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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