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의 수학 콘서트
박경미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어 대는 사람이 많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치 못한 기억 하나 둘은 모두 가지고 있을듯 하구요.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대하면서 <수학 콘서트>라는 제목이 왠지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사용된 미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철학콘서트>가 인기를 끌더니, <경제학 콘서트>가 상당히 눈길을 끌었고, 이젠 <수학 콘서트>인가? 하는 식의 삐딱함 이랄까요. 하지만 내 삶에 다가온 책의 내용은 그런 삐딱함을 다행히 멀리 내몰아 주었습니다.

 저자는 음악의 각장르에서 느끼는 자신의 느낌과 유사한 생각이나 영감을 주는 수학의 영역을 대비시켜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분야를 연결시켜 놓았는데, 아직 수학이라면 솔직히 거부감 비슷한 감정부터 앞서는, 내공이 부족한 나는 저자의 분류를 다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하고 읽으며 넘어갑니다. 저자는 수학의 각 영역이 콘서트를 연듯이 하나하나 아울러서 연주회를 진행해 가는데, 수학의 심포니인 파이와 로그와 미분의 협연을 들려주고, 수학의 왈츠로 명화 속에 깃든 수학이나 이차방정식, 정다각형의 비밀로 멋진 춤을 보여주고, 수학의 즉흥곡으로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수학과 확률에 담긴 패러독스를 멋드러지게(?) 소개해 줍니다. 콘체르토도 있고, 에튀드, 디베르멘토와 랩소디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음악에 있어서도 저자는 나보다 한수 위입니다. 저걸 다 이해하고 수학을 다 이해하고 서로 닮은점을 끄집어 내어 나름대로 멋진 음악회를 치뤄냈으니 말입니다. 참신한 발상이 담긴 음악회였습니다. 나 같은 중생들은 자기가 알고 들린만큼만 이해하겠지만 말입니다.

 갈릴레오는 '신이 수학이라는 언어로 우주를 창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수학이라는 게 사람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고안이나 창조물이 아니라 만물속에 깃든 것을 발견해 내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들려집니다. 대부분 사칙연산만 할 줄 안다면 세상사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기에 우리 주변에 파고든 수학의 세계에 관심이 없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일상에 들어와서 우리에게 보여지고 말을 거는 수학의 영역들을 알게 되면 갈릴레오의 말이 부분적으로나마 이해가 됩니다. 암호의 발전과 거기에 적용되는 수학의 역할, 물건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 이제는 일상화된 바코드에 담긴 수학의 비밀, 운동경기나 각종 게임의 리그전 대진표를 짜는 법, 자연 생태계와 행렬의 연관성, 마방진, 달력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 수학의 방정식이나 수식을 이용한 하트 그리기와 짱구 얼굴 그리기, 수학적 시각으로도 멋지게 해석이 되는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이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건축물이나 디자인에 사용될 수 있고 사용되고 있는 각종 수학적 아이디어들, 우리몸의 허파꽈리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프렉탈 구조, 박테리아의 증식에서부터 날씨의 변화까지 각종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카오스 이론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우리삶에 들어와 있는  참으로 다양한 수학의 모습을 알게 되면, 그동안 알지 못했지만 수학의 세계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노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솔직히 말하면 이책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내용 모두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자꾸 마음 한 쪽에 뭔가 불안전하게 끝냈다는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내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된, 그리고 그려려니 하고 생각하던 곳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이런 수학적이 의미가 있었네 하고 감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복잡한 수식은 거부감이 일지만, 내 삶에 이리 친밀하게 들어와 부딪히는 수학의 몸놀림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합니다. 예전보다 더많이 수학과 친해진 거라고 해야 하나요!

 여담으로, 책의 여러곳에 재미난 수학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232-233 페이지에 "엽기적인 수학답안"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부분적으로 돌아다니던 내용이었는데 수학을 하나도 몰라도 정말 배꼽빠지게 만듭니다. 그 답을  쓴 학생들은 수학에는 둔재일지 몰라도 창의력에서는 아마도 천재가 아닐지.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다닐때 그렇게 문제 풀이 했다면 아마 수학선생님께 몽둥이 찜질을 당하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영어니 다행히 불쌍한 우리나라 학생은 아닌듯 하여 안심입니다. 또 한가지 '수학적으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코끼리를 미분한 후에 냉장고에 넣고 그 안에서 적분한다' 랍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멋지게 이해했으니 엽기적인 수학답안을 작성한 학생들같은 수학의 둔재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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