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존 J. 롤랜즈 지음, 헨리 B. 케인 그림, 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내 삶을 조용히 들여다 보면 언제부턴가 우리가 이룬 문명이라는 틀과 시간이라는 정해진 틀안에서 쳇바퀴 돌듯이(?)  하루하루, 한시간 한시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이젠 그 한시간 단위의 시간 나눔이 사치스러운 이야기가 되어 분단위 때론 초단위로 나누어 시간을 절약하고 분배해서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듯 합니다. 아이들이 처음시작하는 유치원이나 학교생활도 몇시부터 시작하고, 수업 몇분에 쉬는 시간 몇분 하는 식으로 아이들의 삶을 하루라는 시간의 틀에 끼워 맞추는 과정이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바빠서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화폐나 그에 상응하는 교환 수단을 매개로 해서,  그걸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이들에 의해 해결하고, 그들 삶의 필요한 부분 일부를 내가 하는 일로 책임져주는 그런 식의 생활방식이 더욱 가속화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어서, 이젠 이 틀에서 벗어나면 홀로서기가 어려워 질거라는 두려움마저 드는게 사실입니다.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처음 책을 대했을 때, 호수와 숲이라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몸은 문명화된 시멘트 건물들 틈에 있지만 머릿속에 생각만 해도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 두 단어로 인해서인지 전혀 다른 삶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매년 이 책을 읽겠다고 한 소개글의 글쓴이를 어필했을 만한 그런 낭만을 내마음에 먼저 그린 탓이었을겝니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이 정한 시간이 삶을 이끌지 않고,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고, 날씨의 변화와 계절의 변화에 사람이 맞추어 살아가는 여유있는 생활방식에 대한, 그리 살아보지 못한 사람의 비현실적인 환상에 기인하는 그런 기대가 마음속에 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식의 낭만을 내게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호숫가 숲속생활의 생동감있는 모습을, 그 속에서 살면서 필요한 지식들과 함께 담담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1월 두껍게 눈싸인 숲속의 모습을 시작으로,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와 눈싸인 응달을 천천히 몰아내며 봄이 오는 숲속의 모습, 그리고 무성해지는 나무들과 함께 사람을 괴롭히는 모기, 등에의 등쌀이 이어지는 여름, 그리고 가을 다시 겨울로 이어지는 일년 12달의  호숫가와 숲속의 변화에 따른 동물 식물들의 변화와 자신을 비롯한 친구 헹크, 티비시 추장과의 삶을 전해주는데, 그 안에서 살아가면서 만드는 각종도구들에 대한 기록은 특히 흥미를 돋구어 줍니다. 예를 들면 여름에 냉장고를 만드는데, 어디에 냉장고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간결한 기록이 아니라 어떤식의 냉장고를 만들었는데 그걸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삽화가 곁들여져 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도 지금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면 재료를 갖춰 시작만 하면 이내 끝을 맺을수 있는 정도로 자세합니다.  그래서 이 책속에서 배우는 자연속에서 야영하는 법,  바늘등을 이용해서 나침반을 만드는 법, 음식을 만드는 법, 여행을 떠날때 꾸려야할 짐과 짐 챙기는 법, 무거운 배낭을 메는 법, 산불을 만났을 때 피하는 법, 해시계를 만드는 법 등은 실제 생활을 한 사람만이 기록할 수 있고, 실제로 그 속으로 들어가서 생활하고자 하는 사람이 배워야만 하는 지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서문을 썼던 소개자가 매년 이책을 읽겠노라고 고백한 것은, 이 책속에 들어있는 이런 색다른 매력때문인 듯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저자의 친구인 헹크가 그린 책속의 삽화가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대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책을 훌륭하게 장식하는 적절한 기품을 지닌 도구가 되어 있습니다. 사진보다고 더 기막힌 작품들입니다.

 호숫가 숲속의 생활이 좋았다는 식으로만 소개하였다면 결국은 저기 파라다이스가 있다는 말처럼 공허하였을 겝니다. 호숫가 숲속에서 몇년동안 살았는데, 그 아름다운 경치며 변화하는 자연이 정말 좋았다고 억지스런(?) 자랑거리를 늘어놓았다면 아마도 책의 매력은 많이 떨어졌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저자와 그 친구들이 숲속에서 살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두려움이 그대로 배어있고, 그 난관을 티비시 추장같은 현명한 인디언 친구를 통해 자연속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극복해가는 모습이며, 숲속에서 살다가 자연스럽게 그 자연을 읊는 시인이 되어버린 저자의 꾸밈없는 모습이 읽는이로 하여금 그 생활에 대한 매력을 한껏 고조시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나에게도 마음 어느구석엔가 자리잡고 있는 나만의 캐쉬호숫가를 그리워하게 하고, 거기를 찾아나설 용기만 조금 있다면 저자처럼 문명과 시간의 제약을 벗어버리고 멋진 삶을 계획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갖게 됩니다.

 문명과 시간이 비켜선 곳에서도 어려워하지 않고 멋지게 살아낸 저자의 글과 거기에 담긴 마음 그리고 그의 친구의 그림을 통해, 내 마음속에 있는 나의 캐시호숫가 숲속이 내게 훨씬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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