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소년 그리고… 여우
매튜 스위니 지음, 박미낭 옮김 / 아리솔(중앙교육진흥연구소)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80년대 후반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을 아실겁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지켜야할 가치나 덕목들은 유치원 다닐정도의 어린나이에 이미 다 배운 것들인데도, 실천의 문제가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이어서 어른이 된 뒤에도 전혀 생소한 가치들인냥 그런 것들에서 갈등하게 되는 어른이 된 우리의 모습을 통렬하게 지적했던 책이었습니다.

 <아저씨, 소년 그리고....여우>. 이 동화 -출판사 소개글에서는 성장소설이라고 하였지만-를 읽고 나서 문득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떠 올랐습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그것을 따뜻하게 품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방법도 이미 어린시절에 우리의 마음에 새겨진 덕목이라는, 어른들이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그리도 복잡하게 따지고 돌려 말하고 합리화 하여 부정하거나 무시하곤 하는 이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소중한 덕목들은 이미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 배워 알게 된 것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도시로 이사온,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시골소년, 제럴드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구경을 처음 나간길에 보게된 여우와 빨간수염의 노숙자 아저씨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처음보는 여우로 인한 호기심이 마음속에 가득하지만, 처음에는 눈길도 마주치지 못했다가, 그 다음엔 눈길을 서로 주고 받고, 손을 흔들고, 그리고 나중에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사이가 되어갈 때까지 소년은 부모님께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어른들은 그들의 기준으로 소년에게 만나지 말라고 제한을 가했겠지요- 학교에서 1주일간 정학을 당해서 집에 갇히게 된 때에도 소년은 여우와 아저씨에게 찾아갔고, 그들이 며칠씩 안보이자 기어이는 그들이 사는 쓰레기장까지 찾아 나섭니다. 서로 만나는 횟수가 늘수록 소년은 여우와 아저씨의 사는 모습을 더 잘 알게 되고, 그들 삶의 조악함-이것도 어른들 시선이겠지요-을 보게 되었지만 소년에게는 그게 아무것도 아닌 듯 합니다. 그것보다는 아저씨가 하는 선원시절 세계여행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아저씨가 쓰레기장에서 모은 것들이 더 관심이 가고, 아저씨가 말하는 자기처럼 여행을 할려면 지리공부도, 국어공부도, 수학공부도 모두 열심히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더 수긍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선생님이 그리도 말로 잔소리하며 가르쳤겠지만 소년을 별로 변화시키지 못했던 일이 여우와 아저씨와 교류하던 소년의 삶에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 삶이란 것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게 됩니다. 아저씨의 소유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그들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다루는 소년의 모습에서, 우리 삶에 모범답안같은, 그리고 모두가 소망하는 그런 삶의 모습이 있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고, 그런 삶이 항상 바른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의 만남의 한자락에서 발생한 아저씨의 폐렴은 결국은 죽음으로 연결되고 소년에게는 아저씨의 여우-아니 이제는 소년의 여우입니다-와 작은 수집품 몇개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제 소년은 그 여우를 데리고 산책을 하며 아저씨를 생각하고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달픈 삶이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이 동화는 노숙자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사이먼공동체에서 일한 원서기획자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가 아이를 혼내면서 노숙자의 트레일러로 보내버리겠다고 하는데 그 아이는 "지금 가도 돼요?" 라며 신나하는 모습에서 책을 출판하기를 결심했다는 원서기획자는 자신이 도왔던 사이먼 공동체의 거주자들로 부터 절망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지, 가진게 없어도 어떻게 남을 도울수 있는지, 불행한 중에도 어떻게 즐거운 마음을 가질수 있는지, 모든것이 불가능해 보일때도 어떻게 하면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단조롭고 똑같은 일상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살수 있는지를 배웠다며, 그들에 대한 빚진자의 심정을 토로합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마음이 제랄드라는 소년의 눈을 통해 태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누가 얼마나 소유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서로 마음이 통하는 진실한 관계의 끈을 튼튼하게 엮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른이 되면 결국은 이기적인 마음때문에 -물론 바쁘다거나, 다른 할일이 많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를 달겠지만- 놓아버리는 사랑과 진실이 엮인 인간관계의 끈이 그리도 열심히 찾아 헤매는 인간 행복의 조건이 아닐는지....  

 사이먼 공동체의 봉사자들처럼, 그리고 이 책의 원서기획자처럼, 어린시절 배웠던 가치를 어른이 되어서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낮은 곳을 향하여 손내밀고 진실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우리의 아이들도 제럴드처럼 낯선세계에,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삶을 개방할 수 있는 용기있는 아이들이 될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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