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달걀 샘터어린이문고 6
벼릿줄 지음, 안은진.노석미.이주윤.정지윤 그림 / 샘터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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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이리 적고 보니 너무 거창하다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안의 편견이 모여 만든 야만적(?)인 차별 또는 소외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여 어린이 책에 어울리지 않는 글을 시작합니다.

장면1) 이제 막 봄볕이 든 도심의 공원에 영화에서 보았던 인형처럼 생긴 백인아이 셋이 비둘기를 쫒으며 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는 대여섯걸음 뒤에서 그들을 보며 때로는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댑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내 마음엔 낯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이국적인 환상을 직접 본 설레임이 함께 합니다.

장면2)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다른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의 소리가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자세히 들으니 우리나라 말이 아니고 OO어(직접언급하는 건 실례일거 같아서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라고만 해 둡니다)입니다, 계속 들리는 소음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결국은 짜증을 일으킵니다. 그 나라 사람에 대한 비난과 함께 말입니다.

장면3) 텔리비젼에 미국에서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도 마다하고, 조국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왔다며, 한국에 와서 영어강사를 하고자 했던 교포2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어도 유창하고 영어도 유창한 그래서 어느 학원, 어느 학생에게나 최고의 강사가 될수 있을 듯한 그가 한달 40-60만원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전화영어회화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학원에서 그리고 학생들이 원하는 강사는 금발의 피부색이 하얀 백마들이고, 전화영어회화를 할때 상대방들 대부분은 그가 백인 원어민인걸로 알고 있고, 회사에서도 그런척하란다고 그가 씁쓸하게 말하며 웃습니다. 그래도 내 부모의 나라고 내 조국이라고...

 문득 이 책을 읽으며 내 기억속에 잠들었다가 슬며시 깨어난 것들입니다. 백인에 대한 동경, 유색인종이나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사람에 대한 무시, 일본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분노 등. 이 책은 우리안에 있는 이 편견, 그 중에서도 우리와 함께 섞여 있는 혼혈인들에 대한 우리의 야만적인 소외와 차별이 우리의 거울이랄 수 있는 아이들을 통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결국 그러한 현실을 눈물이라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죄어오던 좌절을 겨우 잠재우고 다시 희망을 찾아나서는, 우리사회에서 차별받는 이들의 모습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필리핀인 어머니를 둔 '사르해 사르해'의 아랑이, 흑인혼혈인 아버지로 인해 그대로 외모를 물려받은 '까만 달걀'의 재현이, 라이따이한이라는 차별과 비난의 30년을 뒤로하고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온 '너희 나라로 가라'의 경주, 태국인 엄마를 둔 토종 한국소년 '내 이름은 유경민이야'의 경민이, 그리고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의 과거를 몸으로 반성하고 사는 양심적인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하후데쓰까'의 달이. 이들 삶의  이야기는 우리사회의 부조리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발생한, 어찌보면 피해자로서의 삶을 사는 이들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부를때는 코시안, 튀기, 검둥이, 라이따이한, 쪽발이 등으로 부르며 멸시하고 무시합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아이들도 우리사회의 가르침을 아무 거리낌없이 따라합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 죄책감도 없이.....냉정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더 미안해 하고, 때로는 고개숙여 감사해야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앞의 네 이야기는 소리없는 눈물, 목놓아 하는 통곡, 눈물젖은 외침으로 마무리됩니다. 여기까지 읽으며 결국 아직까지는 우리사회가 이들의 아픔을 껴안거나, 사랑을 표현하는 한계가 이정도까지 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와 다른 이들이 함께 웃고 일하고 공부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런 모습까지 발전하지 못하는 동화속의 모습이 고스란히 우리사회의 한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마지막 달이의 이야기에서 달이를 그리 못살게 굴던 운철이란 아이가 달이에게 다가와 살며시 화해의 손을 맞잡는 모습에서 아직 진행중인 우리사회의 성숙과 저들에게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의 싹을 보여준게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 줍니다.

 이 책이 다룬 이야기는 대단히 현실참여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스스로 변하지 아니하고 아이들에게 말로만, 이런 글로만 바른 자세를 강요한다고 혼혈인들에게 드리워진 소외와 차별의 그늘이 눈녹듯 사그라들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먼저는 내안의, 우리 어른들 안의 편견이 부스러지고 우리안의 야만이 계몽되어야만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편견과 야만이 사라질거라는 단순하지만 당연한 이치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와 다른 문화, 민족, 종교에 속하거나 신앙, 능력, 성별이 다른 사람과의 교류의 기회를 의식적으로 허락한다면 훨씬 쉽게 그 그늘은 거두어 질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오늘도 나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덮으며 메아리처럼 공중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속삭임을 들려줍니다. 삶의 어느 순간엔가 이 메아리가 그들의 마음을 깨닫고 열리게 해서 자신들과 다른 피부색깔, 얼굴모양, 신체적 결함을 가진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손잡고 놀고, 함께 공부하고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애들아 서로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것은 아니란다. 일곱빛깔 제각각이 모여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듯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그렇게 새롭게 조화된 세상을 위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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