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인간 1 - 북극성
조안 스파르 지음, 임미경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았다면,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보자마자 영화속의 나무 정령들을 생각했을 듯 합니다. 모양새며 이미지가 너무 닮아서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이 책속의 나무인간은 정령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그래서 사람의 감정과 삶에 훨씬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사람과 교류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면이 확연한 차이 일듯 하구요.

 죽은 마르그리트의 시끄러운 트럼펫 소리에 깨어나 움직이게 된 나무인간은, 정체된 나무에서 손과 발을 가지고 움직이고, 눈과 코와 입을 만들어 소통할 수 있게 되고, 음악과 독서-실제로는 상품 카탈로그를 더 좋아하지만-와 목공으로 가구를 제작해 주변에 나눠주며 숲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의 현명한 친구 엘리아우는 나무인간에게 글을 가르친 유대마법에 관심이 많은 현자이고, 유대마법으로 그가 만든 진흙인간 골렘 - 인간이라기 보다는 만든 사람의 부분적인 형상 정도라고 하는게 옳을지도 모르겠는데- 은 엘리아우의 분신이나 피조물이랄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는 이 세 사람이 모인 숲속에서 시작합니다.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떡갈나무을 없애려는 알리트바라이-북극성의 공기와 불의 정령-족의 음모가 진행되면서 조용하던 숲속에 갈등이 일고 결국에는 아틀라스 떡갈나무의 쓰러짐과 알리트바라이왕국의 파국, 거친 땅의 정령들이 지배하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이야기속에서 나무인간은 정의감이 넘치고, 우정이 돈독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마법이나 힘을 소유하여 친구들을 구하고 적을 물리치는 그런 영웅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차라리 아틀라스 떡갈나무의 수호 정령이었던 카카가 더 영웅적으로 싸우고 죽음-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헛된 죽음이지만-을 맞이하는 모습이 비극적이고 허망(?)하지만, 그런 영웅적인 삶의 불사름보다는 괴물들앞에서 멈칫거리기도 하고 눈앞의 불의한 현실에 맞서 자유와 존엄과 평호를 지키려고 나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인간의 체취가 풍기는 모습이고 작가가 들려주려는 인간본연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나름대로 생각했던 구도는, 북극성이 솟아있는 알리트바라이  왕국으로 대표되는 차갑고 문명화된 사람들의 세계와 아틀라스 떡갈나무로 대표되는 원시적인 보전된 자연, 그리고 그사이에 존재하는 나무인간과 그의 친구들의 중간지대입니다. 단지 자신들보다 높게 자랐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아틀라스 떡갈나무를 공격하는 알리트바라이 왕국의 왕과 그의 백성, 그리고 왕국이 무너지고 나서야 무덤을 떠돌며 왕을 비난하는 알리트바라이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 생활을 하며 자연을 자신들의 잣대와 편의에 의해서 재단하고 태연스럽게 파괴해 가는 문명화된 인간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런 무자비한 공격에 결국 떡갈나무는 쓰러지지만 그 나무에 의해 왕국은 무너지고 -이건 자연과 인간세계의 균형상실이 가져올 파국에 대한 숨은 경고는 아닐지- 자연도 새로운 괴물들-아틀라스 나무안에 숨겨져 있던 땅의 정령들-에 의해 점령당하는데 그 모습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죽은 알리트바라이 인들을 먹고사는 괴물들은 인간의 멸종뒤에 올지도 모를 새로운 지배자들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르겠는데 인간의 눈으로 본 그들은 썩 유쾌한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자연의 파괴로 닥치는 인간의 파멸, 그리고 그 뒤에 오는 불쾌한 질서에 대한 작가 나름의 성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국 이런 상태에서의 해결책은 중간지대의 나무인간과 현자 엘리아우의 존재일 듯합니다. 하지만 책은 그에 대해서는 더 진행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가버린 그들의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북극성은 사라지고 아틀라스 떡갈나무는 쓰러지고 알지도 못하던 난폭한 정령들이 지배해가는 세상에서의 나무인간과 엘리아우와 골렘의 일상. 작가의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기에 나의 나름대로의 구도설정에 의한 책읽기는, 이 이후의 일은 나무인간이나 현자 엘리아우의 몫이 아닌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는 변명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인위적인 이해로 끝나 버렸습니다.

 책소개 어디선가 몽환적이라고 표현했듯이 이야기의 내용에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꿈속을 헤매듯 따라가다 보면 지나온 길이 안개속으로 사그라들고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으니 이리라도 이야기를 해석하며 읽어 보았습니다. 재미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느라고 나름 진땀이 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아마도 같이 가볍게 웃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색을 하며 반박하거나 대답하는 그런 엉뚱한 진지함으로 인한 어려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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