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훔치는 사람들 - 1768년 중국을 뒤흔든 공포와 광기
필립 쿤 지음, 이영옥 옮김 / 책과함께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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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사 하는 언니가 재밌다기에 읽은 책이다.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 어떤 사람들은 영혼을 훔친다. 어떤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농경사회의 정착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떠돌아다니는 상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낯설어하며 때로는 두려워한다. 그 공포는 명청 교체기의 혼란으로 증폭되어 광기와 같은 형태로 변화한다. 영혼을 훔친다며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때려죽인다. 정부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황제는 때로 그것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억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이란 상당히 연약한 존재로구나. 폭력은 두려움에서 나오는구나. 내가 느낀 것은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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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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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표지가 다르다. 어쨌거나 글이 맛깔스럽다. 간첩의 이야기라는 게 조금 신선했다. 간첩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 가장의 이야기. 잘 모르겠다. 다 늙고 멋지지 않은 중년 아저씨가 간첩이라니! 일단 여기에 타격. 낡고 건조해서 바스러질 것 같은 가족의 분위기가 가슴이 아팠다. 예쁜 중학생 딸내미가 있는데 뭣들 하는 짓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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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이 도망간다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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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다의 선인으로 알게 된 이토야마 아키코의 작품. 바다의 선인보다 조금 더 유쾌하고, 귀여운 정신병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조울증이랑 우울증 정도, 뭐 살다보면 걸릴 수도 있는 병 아닌가. 흥. 그러니까 어쩐지 동감을 하게 된다. 옛날에는 나도 귓가에서 북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고. 잠잘 때였으니까 아마도 꿈결에 그랬던 거 같긴 하지만. 뭐 그냥 청춘의 도망! 일 뿐이잖아. 도망가는 건 괜찮아. 우물쭈물하고 신경질 잘 내는 우울증 샐러리맨, 날카롭고 흥분 잘 하고 시종 붕붕 떠있는 환청이 들리는 조증 여대생하고. 여행을 한다. 나도 문득 규슈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작은 철도 건널목, 인적 드문 샘, 정자, 시골의 텅빈 주차장, 커다란 칼데이라 분지. 온천. 80년대 산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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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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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들 이야기? 아니 종말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 조용한 절망과 황폐의 분위기가 가슴에 너무 와닿았다. 슬프다. 겨우 3년 남은 상황에서 시합을 하고, 복수를 하고, 대안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낳고, 죽을 결심을 하고, 별을 보고... 참 사람들은 많은 것을 한다. 바싹 말라 부스러질 것 같은 평온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저기 한 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는 시체가 있고 쓰레기의 산이 있고 폭동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그곳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은... 아이를 낳자고 말하고 시합하자고 말하고 함께 살자고 말하고, 망루에 올라가 함께 경치를 바라보는 이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어째서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행복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 걸까. 원래 인간은 추하게 살아남는 거라고, 그게 의무인 거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반짝거리는 걸. 추하더라도 행복해지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하니까, 나는 그게 좋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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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바라는 기도 밀리언셀러 클럽 48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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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 영화를 봤는데 우울하고 메마른 느낌이라 이 탐정소설도 그렇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웬걸! 이렇게 신날 수가! 완전 하드보일드! 갱 두목의 손녀딸인 앤지, 그 남자친구이자 또 사립탐정 켄지-쿨하지만 가끔 무능력해보이는 게 문득 우리 로이 대령님이 생각나는데... - 그리고 멋진 부바! 폭탄 전문가! 이사람들은 평범한 탐정이 아니다. 이 세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노심초사하는 그런 세계가 아니다! 켄지와 앤지도 그런 소심한 것들이 아니다! 이것들은 잡혀들어가지 않을 정도 한에서 마음껏 문제를 일으킨다. 범죄자보다 더 범죄자 같은 녀석들! 아, 사실 다 범죄자긴 하다. 증거를 안 남길 뿐이지. 마구 터트리고 마구 쥐어패고, 심지어 마구 죽이기까지 한다. 이런 갱 같은 녀석들. 아 한 놈은 갱이지? 한 놈은 갱 친구고, 한 년은 갱 손녀다. 킬킬킬거리며 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악당은 좀 뻔했지만. 주인공 캐릭터들이 너무 악독해서 악당의 악독함은 보이지도 않았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스릴러는 이에 비함 정말 얌전하군! 나쁜 놈 하나 죽였다고 벌벌 떨잖아. 그것도 공무 중에 어쩔 수 없이 한 건데! 사람들은 모두 이 얌전한 주인공을 잡아 넣지 못해서 안절부절하고 말야. 하드보일드와 느와르의 차이인가? 응? 롤러코스터와 유령의 집의 차이?

둘다 보스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백 베이도 자주 등장하고. 불쌍한 여자도 나온다. 하지만 비를 내리는 기도에서의 여자는 말그대로 희생양이다. 착하고 순진하고 아름다운 희생양. 어쩐지 평면적인. 하지만 내가 보고 있는 이 소설의 여자는 한 없이 불쌍한데도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여자다. 그래, 불행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그래서 더 불쌍해보이고 마는 여자.

아아 나 보는 소설 잘 되면 좋겠다.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와 앤지 시리즈처럼 이것도 시리즈화되었다는데... 이글 보는 분 제가 보는 책 나오면 알려드릴테니 많이 사 주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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