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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건축 여행 - 소심한 아저씨,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길 위의 건축을 만나다
차현호 지음 / 앨리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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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다. 여행 가고 싶다. 다른 것보다 일본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지역에도 박물관과 미술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속속들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보니 부럽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실은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걸까? 하나가 유명해지면 정작 그 유명한 경관을 망치는 각종 카페 러브호텔 술집 상점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아서 결국 쇠락해버리고 말게 만드는 관광 정책이 문제일까. 이건 서울에서도 많이 보인다. 북촌이라든가 인사동이라든가... 애초에 그 지역이 유명해졌던 이유인 오래된 가게와 집들은 터무니 없이 올라버린 집세에 쫒겨 사라지고 개성이라고는 없는 강남이든 어디든 다 있는 비슷비슷한 가게들이 조금씩 늘어나 금새 질리게 되는.

자전거를 못타는 게 아쉽다. 자전거 루트 지도가 너무 예뻐서. 그대로 따라 달려보고 싶어서. 그리고 깊이 있는 사색과 허황된 공상 사이를 넘나드는 건축 이야기가 고맙다.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해줘서. 겨우 한달여, 아니 한달씩이나! 일까. 여행이라는 건 같은 기간이라도 어떤 사람은 지겹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가 보다. 자전거로 한달이면 사실 나는 이미 중간쯤 나가 떨어졌을 것 같긴 하다. 일단 그전에 자전거를 배워야겠지만.

이 여행기의 주인공은 사실 자전거와 건축.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건축인 것 같다. 자전거로 달리는 마음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고, 직접 달려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사진과 그림과 인터뷰와 각종 자료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건축물의 이야기가 더 마음을 이끄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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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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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빌 브라이슨. 이 사람의 여행기는 이렇게 보니 대부분 다 산 모양이다. 영국 산책만 사면 되나. 읽고 있으면 신이 난다. 80년대의 미국 횡단기라 시기적으로는 조금 엇나가 있지만 당대의 백인 중산층-지식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 잘 알 수 있다. 자연을 구경하러 가서 자연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오는 캠핑카족들, 무엇을 기념해야할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되는대로 만들어놓은 기념관들 등 관광지 특유의 풍경들. 그리고 부유한 휴양지의 쾌적한 광경과 대비되는 다운타운의 황폐와 원주민 보호구역의 메마름. 아주 쓸모 없고 이상한 물건일지라도 새로운 것이라면 아무튼 사고 싶어하는 소비문화까지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이 어딘가 조금 우스운 광경들뿐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오래쓴 물건을 욕하면서도 고쳐서 다시 쓰는 것처럼, 그에게는 미국이 왠지 버릴 수 없는 애증의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오래전 떠났던 고향이라는 것일까. 뭔가 심각할 것같기도 하고 훈계조일 것 같기도 하지만 이남자는 그러는 법이 없다. 남들을 까는 만큼 자기의 어리석음을 더욱 깐다. 시행착오와 어리석은 미신과 착각, 오해들까지 날것 그대로 까발리며 웃음을 자아낸다. 읽다보니 기분이 좋아져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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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면허 프로젝트 - 드로잉 기초부터 그림일기까지, 삶을 다독이는 자기 치유의 그림 그리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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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그림 그리기 책들이 30% 할인한다고 해서 구경만 하려다가 질러버린 책이다. 그냥 흔한 스케치 방법론이 담겨 있지 않을까 했으나 사실 그림 그리는 방법은 3분지 일도 되지 않고, 이사람이 그림을 그리면서 삶이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예술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인생을 어떻게 즐기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담은 에세이집에 가까웠다. 이러면 사실 속은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왠걸. 나도모르게 스케치북을 사고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 책이 다른 어떤 책들과도 다른 점은, 어떠한 기법보다도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머그컵의 윤곽을 따라 그려보라는 저자의 말에 마침 마시고 있던 컵을 노려본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머그컵'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둥근 모양의 컵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형광등 아래 푸르게 빛나고 약간 넙적하고 반들거리고 커피얼룩이 울퉁불퉁하게 남아 있고, 유약이 뭉쳐 조그마한 흔적이 남아 있고, 공장에서 찍혀 나올 때에도 '완전한 원'으로는 나오지 않았을 머그컵. 그러자 어린 시절 다녔던 화실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던 것들이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그리지 말고, 사물의 진짜 색을 보라던 말. "사과가 무슨 색으로 보여?" "빨간 색이요." "정말 그래? 자세히 한번 더 봐봐."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답을 알려주던가. 그것만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며 자꾸 자꾸 어떻게 보이냐고 묻기만 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입술을 댓발은 내밀었다. 근데 이제는 안다. 그때 내가 배운 것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또 하나의 기쁨을 주었다는 사실을. 원체 둔하고 섬세하지 못한 인간이지만, 미술에 재능이라고는... 글쎄 10년을 배웠지만 영.. 어린 시절 그 흔한 사생대회 상 한번 타보지 못했을 정도로 꽝이지만 그래도 그림이 얼마나 재미나는 것인지 알고,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단순한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섬세하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안다. 나는 그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미술을 배워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랬다. 미술을 좋아했지만 돈벌이가 되는 것을 하겠다며 광고업계에 진출하여 잘 나가던 어느날. 아내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이르고, 잘 나가는 와중에도 새벽 네시만 되면 악몽을 꾸고 벌떡벌떡 깨어나게 되었을 때, 저자는 펜과 스케치북을 잡고 아침 식사와 욕실 서랍 따위를 그려나가면서, 아내, 친구, 동네에서 만난 노숙자들을 그려가면서 치유를 받았다. 내 인생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느끼게 되었던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붓과 펜을 쥐면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신의 일상이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림을 잘 그리거나 못 그리는 것과는 관계가 없는 문제였다. 그저 꾸준히 바라보고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표현하려고 선 하나에 신경을 쏟는 그 순간이, 황폐하게 망가진 마음을 보듬어 주었던 것이다. 미투데이에도 올렸지만, 이건 계속해서 파다보면 어느순간 다른 것들을 잊고 나 자신과 그 대상만이 남는 몰아의 경지에 이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나의 예로는 원고 교정에 몰입해 있을 때가 그렇고.. ㅎㅎㅎ 그림 그릴 때도 대충대충이 아니라 집중해서 온전히 마음을 쏟아 그릴 때면 그 순간의 충만한 감정이 있다. 마음이 조급하거나 잘해야 한다고 이것저것 신경 쓰면서 눈치보면서 할 때는 사실 그런 느낌도 못 받고 결과물에 연연하게 되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면 결과물 자체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그리고 사실 초조해하지 않고 성급하게 마무리지으려 하지않고 끝까지 보면서 '보이는 대로' 그리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물건이 나오게 된다. 이 책에서는 계속해서 그이야기를 반복한다. 그냥 즐기라고. 포기하지 말고, 주변을 신경쓰지 말고, 계속해서 꾸준히 즐기기만 해도 그림이 달라질 거라고. 낙서 같은 그림도 그 자체가 예술이 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인간은 창작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만들어졌다고 단언하는 저자의 말을 보니 정말 용기가 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바라는 게 있다면, 막 그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것뿐이라고 했는데, 나에 한해서는 그 효과가 확실했던 것 같다. 근데 어릴 때 배울 때는 사실 그런 걸 잘 몰랐다. 항상 마무리가 허술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어디가 어떻게 허술한지 잘 몰랐는데 끝까지 집중해서 '잘 보는 것'을 성급한 마음에 잘 하질 못해서 그랬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때 그걸 깨달았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잘 (빈도로든 정도로든) 그리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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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탐닉 -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
옥선희 지음 / 푸르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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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때문에 잠실 영풍문고에 갔다가 후다닥 해치운 책.

북촌 토박이...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북촌에서 태어나 여전히 종로구를 헤매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왠지 기분 떨떠름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북촌이라는 곳은 그나마 서울에서 변화가 가장 느린 편에 속하는 곳이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하고 말았다. 그 변화를 그려낸 것이 바로 이 북촌 탐닉이라는 책이다. 실제로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엄마 옆에서 가재잡고 놀고, 삼청공원에서 개구리잡고, 골목길에 내어놓은 연탄으로 눈사람 만들며 놀았던 시절이 바로 엇그제 같은데 어찌나 이렇게 빨리 세상이 변하는지... 우리집 있던 골목은 전부 옆집 한정식집의 주차장이 되었으니 이거야 말로 현대식 상전벽해다.

한옥보존지구로, 낡은 한옥에 손도 못대고 끙끙 앓던 시절부터 한옥보존지구가 철폐되어 우후죽순으로 빌라가 들어서던 시절을 건너 북촌지구(?) 비슷한 이름으로 한옥 짓기를 진흥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게스트하우스며 카페며 기타등등 주택가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잔뜩 들어서기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변화를 지켜보고 어떤 것은 안타까워하고 어떤 것은 그러려니 하고 어떤 것은 반가워하였지만... 그걸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자니 마음이 떨떠름한 모양이다. 이 글을 지은 지은이에게는 북촌이, 변화하는 북촌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곳이라면 나에게는 내가 일부러 정한 것이 아니라 운명과도 같이 만난(태어나는 장소를 스스로 정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고향이니, 그 무게가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는 뭐랄까 영원히 함께 가야할, 지긋지긋하지만 미운정고운정 다 들어서 떼어낼 수 없는 그런 동무 같은 곳이다. '탐닉'이라는 말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달까. 그렇게 탐닉하지 않아도 곳곳에 모르는 곳이 없어서 아는 곳 하나하나 새삼스러운 설명을 읽자하니 간지럽다.

한편으로는 근래에 우후죽순으로 생긴 모르는 카페, 박물관, 선원 등의 소개가 낯설고 여기가 우리동네인데... 하는 소외감도 들고 이제는 그 곳에 속하지 않는 것 같은, 내쫓긴 것 같은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그러나 관광가이드로 치자면 그래도 이제껏 나온 다른 가이드북보다는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는 편이렸다. 옛것부터 근래의 것까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자신의 감상과 객관적인 평을 구분하여 제시하였으니 만약 북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 하겠다. 용기가 있다면 뭐, 책 하나 들고 직접 찾아 돌아다녀보아도 좋으리라.

여전히 나는 종로구 .. 그것도 북촌에서 5분 거리인 경운동 주민이다. 먼데 사는 친구들은 가끔 사람들 별로 없는 가회동-수도약국 뒷길이며 삼청동 감사원길이며, 골목골목을 안내하면 좋아라 한다(발도 아파하지만). 아파트며 네모반듯하게 구획진 주택단지가 이제는 더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사진 언덕이며 좁은 골목길 사이로 촘촘히 들어선 작은 집들은 예쁘게 꾸며져 있지 않아도, 아리따운 한옥이라거나 신기하게 생긴 신식 건물이 아니더라도 그들만의 아우라를 품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고(살기에는 불편하지만) 아마도 이 책의 저자도 북촌의 그러한 점을 소중히 여기고 탐닉하고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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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클로버 세트 1~10(완결)
우미노 치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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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 완결편을 보고 남긴 감상에도 써 있지만, 내 청춘의 만화라고 할 만한 걸 뽑자면 나는 주저없이 허니와 클로버를 뽑을 수 있다. 대학 입학하고 어리버리한 시절에 보기 시작해서 대학원을 수료할 무렵에 완결편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그 시의적절함도 선택에 영향을 주었지만 진짜 이유는 "눈을 깜박일 때마다 사진이 찍혀서, 마음속의 앨범에 담아둘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안타깝고 사랑스런 그 느낌을 잘 묘사해냈기 때문이다.

마침 야마다+다케모토처럼 짝사랑 일변도로 대학생활을 점철했던(현재는 '다른'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 녀석과 같이 도서관에 앉아 토익책을 펴놓고, 그 위에 허니와 클로버를 펴놓고 사이좋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격렬하게 동감해서 웃으면서 울었다. 나는 다케모토의 그... 헤매는 마음이 너무나 가슴에 다가와서, 다른 사람들은 뭔가 하나씩 다 잘하는 게 있는 거 같은데 나만 혼자서 뒤쳐지는 것 같은 그 느낌! 초조하고 안타깝고 그렇지만 그 시샘이 나는 친구들 마저 너무나 소중하고, 모두가 함께하는, 이 청춘의 순간이 너무 귀하고 사랑스러워서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되는... 그 마음이 가슴에 너무 와닿았더랬다. 논문은 앞으로 안나가고(이건 현재진행형이다. orz) 돈은 없고...(이것도 현재진행형이다. orz) 솔로고... 흑흑... 그냥 진짜 청춘의 자아찾기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었던 그 순간에, 이 만화는 그런 여행과도 같은 힘을 주었다.

도저히 못 일어설 것 같은 순간에 힘을 내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의 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이 만화였던 것.

내 청춘, 내 아름다운 20대 초반의 방황하던 시절, 풋풋하고 사랑스런 추억 중에는 아마도 친구랑 같이 허니와 클로버를 읽으며 웃고 울던 것도 한자락, 자리잡고 있다. 이리저리 부딪히면서도, 힘을 내야지! 하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추억의 힘이 이 만화에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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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夢影 2010-01-04 09:36   좋아요 0 | URL
허니와 클로버는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만화야. 읽어봐~ 서재지수는 글 많이 올리고 많이 방문받고 댓글받고 뭐 그러면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삼. 어떤 공식으로 되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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