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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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도는 세상을 이사카 고타로다운 필체로 어지럽게 그려냈다. 오듀본의 기도를 읽은 사람이라면, '허수아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화랑의 아르바이트생의 정체에 대해 좀 궁금해하게 될 거다. 맞아 허수아비는 모든 걸 예언해! 여기에도 허수아비와 같은 신이 나온다. 허수아비처럼 해체될 뻔한 신이 나온다. 어이어이어이.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

실직자와 늙은 개, 애인과 살해음모를 꾸미는 카운셀러 여자, 빈집털이범, 욕심많은 대형 화랑 오너와 신인 화가, 신흥종교의 교주를 토막내려는 그림 잘그리는 청년. 이 다섯명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낸다. 책 표지에 나온 그림처럼. 잘 보면 이 다섯명의 사건 순서, 영향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재미가 있을 듯한데, 대충 졸린 정신으로 읽었더니 헛갈린다.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인간들은 빙글빙글 쳇바퀴 돌리듯 살아간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여유있게 관찰하고 누군가는 빙글빙글 도는 삶조차 부러워하며 홀로 웅크리고 앉아있다. 그렇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일지도. 괴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이런 빈집털이범이라면 한 명 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일반적인 도덕률이나 사회제도와 동떨어진 어떠한 '선'을 그려낸다. RPG 캐릭터 타입으로 말하자면 혼돈 선 ...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선'을 행하는 사람들의 있다. 기존의 규칙에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선'을 행하는 건데, 이사카 고타로 씨는 그런 사람을 꽤나 좋아하는 거 같다. 사회 체제를 이해하고 이용하여 가장 윗자리에 군림하는 사람은 '악'으로 그리고, 사회체제를 이해하면서도 거기서 벗어난 사람들은 '선'으로 그린다.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과 같은 이들. 아웃사이더. 그렇지만 사회 체제를 변화시키는 못하니까 그게 또 한계겠지. 그래도 통쾌한 이야기의 맛은 있으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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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1 - 황금빛 눈동자 1, 나의 뱀파이어 연인 I 트와일라잇 6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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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세상사에 냉담하고 몸이 둔한, 창백한 안색의 소녀가 음침한 동네로 이사와 투덜거릴 새도 없이, 전학간 학교에서 무진장 멋진 냉미남을 만나게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석이 뱀파이어더라...

1권만으로는 내용이 진행이 안된다. orz 로맨스 소설이든 인생사든 무엇이든 그런 법이지만, 어째서 그들은 사랑에 빠지는 걸까. 뭐 남자애야 못난 구석하나 없는 엄마 친구 아들 같은 녀석이라지만. 피닉스에선 묻혀 지냈던 소녀가 어째서 이 음침한 동네로 이사오자 인기 폭발이 되는 걸까. 전학생의 후광이라는 걸까. 뭐 이해는 안되지만 로맨스 소설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귀엽다. 귀엽게 봐줄 수 있다. 남자아이의 눈만 바라보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건, 좋아하기 때문일까 뱀파이어이기 때문일까. 그런 걸로 고민이 되지는 않는 걸까? 뱀파이어 소설은 단 한권도 안 읽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안 읽어서 비슷해지는 면도 많은 거 같다. 읽고 나서 요리조리 피하는 구석도 있어야 하건만, 너무 서슴없이 쓰다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들고 만다. 게다가 안 봤다고 그렇게 강조하면 더 왠지 비교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아, 이게 뱀파이어지 뭐~.

내가 이걸로 뱀파이어 로맨스 물 한국에 나온 건 대체로 다 읽은 셈인가?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애니타 블레이크" "트와일라잇"까지...

근데 가슴아픈 건 애니타 블레이크는 표지라도 예쁘지만(편집과 판형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트와일라잇은... 표지도, 편집도 뭐랄까... 임펙트가 없다. 좀더 로맨틱한 표지였으면 좋을텐데. 그리고 원서가 그런지는 모르겠는데(안그럴 거 같다) 두 권으로 나누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2권을 읽어봐야 진짜 이 책의 재미를 알 수 있겠지. 아직은 멀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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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무튼 애새끼들이란...
    from 무슨 이야기를 할까. 2007-10-19 12:55 
    다 읽었음. 요즘 이런 닭살 연애가 점점 좋아진다. 그렇지만 역시 싫은 건, 가족들 다버리고 현실 따위 개차반이야, 널 선택할 거야 하고 사랑에 죽자사자 매달리는 여주인공. 알긴 하겠는데 기분 나빠. 정말 그걸로 족해? 그 세계를 저버리고 가족을 저버리고 남자친구를 택하는 이런 모습은 어쩐지 무책임해 보인다. 역시 사춘기라 그런가.
 
 
 
Fantastique 판타스틱 2007.9 - Vol.5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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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잡지도 슬슬 물이 오른 느낌입니다. 아 어쩜 실린 소설 한 편, 한 편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전민희님은 그 짧은 단편에도 세월의 돌에서 느꼈던 기묘한 느낌을 살려내셨더군요. 클릭 한번, 사소한 변수로 뒤바뀌는 그 삶들을 보면서 주인공들을 이런저런 운명으로 이끌던 작가님의 음흉한 손길을 떠올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디벙커는... 아, 저는 저번달 1편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2부작이었더군요.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어요. 어찌보면 진짜 채널러는 채널러였네요. 뭐. 회의주의자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다니 자기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는 들지 않는 걸까요. 뭐 그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쏟아지는 수다, 천연덕스러운 설명에 킬킬거리며 읽었네요.

내일의 꽃! 거울에서 보았을 때는 눈치채지 못한 설명들이 보이네요. 아니면 잡지에 실으시면서 첨가하신 걸까요. 위장에서 단백질 형질이 발견되었군요. 처음 읽는 사람한테 그런 단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모르겠군요. 미스터리어스한 부분이 있지요. 그런 부분들이 이 기묘한 세계에 대해 더 몰입하게 해주더군요. 근데 저도 이렇게 광합성 인간에 대해 상상한 적이 있긴 해서, 정말로 글로 만들어내주신 점에 감사하고 있어요. 아 최고야! 게다가, 다음호에서는 클라이막스에 치닫겠어요. 이 슬프고 기괴한 이야기를, 과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실까요. 아, 그리고 은형유가 여자인 줄은 이번 호에서 캐릭터 소개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여자로서의 묘사가 전혀 없어서 몰랐어요. 사실 이 소설에서 성별은 그다지 상관없는 거 같기도 하고요.

다이티타운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번 것도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재밌더군요. 이걸 도대체 어쩌면 좋은지! 흥분해서 회사에서 다 읽어버렸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목이 잘린 걸로 시작하는 도입부라니! 그러고도 살아있을 수 있는 미래 세계가 신기하기도 하고, 도대체 왜 그런 일을 당해야만 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어른이 배제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업둥이단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보살펴 줄게는 슬프면서도 오싹한 이야기였어요. 아, 안타까워라. 마치 안락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아시다시피 안 읽었고요.

에또... 디오티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근데 내용을 다 까먹어서 어쩌죠? 허브에서 연재하다 만 건 또 어쩌죠? 3권 시작부분부터 연재해주겠죠? 그렇겠죠? 아, 이거 참. 탐정 해리 시리즈는... 뭔가 하드보일드! 라는 느낌이 들면서 주인공 해리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사건의 전반적인 줄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돌아오지 않는 남자가 완결되면 1호부터 차근차근 다시 봐야겠어요.장르문학 전문고교...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학교가 정말 좋을까요? 읽으면서 그런 생각만 나더군요.

역사를 빛낸 탐정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아는 사람한테는 시시한 이야기일 테고, 초보자에게는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보일 거 같았어요. 저는 중간 정도라서 적당히 재밌게 보긴 했지만 그냥 블로그 포스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다지 와닿지 않네요.

한국 인구 1억 이야기는 저도 자주 생각했던 거라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보긴 했습니다. 뭐 굳이 한국인이 늘어날 필요는 없고, 한국어 사용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 거긴 하지만요. 한국의 문화 컨텐츠가 다양하고, 또 다양해지길 기원하는 그 마음들이 보이긴 하더군요. 해리포터는... 안 읽어서 모르겠어요.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진 이상 제가 손댈 가능성은 더 적어진 거 같네요.

에세이 두개... 1편 보고 느낀 것은 그저 그 시장 큰 미국도 비슷하긴 하구나, 뭐 이런 거였죠. 다만 한국의 문제는 독자들도 '순'문학이라는 데에 왠지 모르게 더 가치를 둔다는거? 장르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미국보다 더 많죠. 재미를 위해 독서하고, 책을 사는 문화가 아니라서... 장르작가는 '순'문학작가와 비슷하게 굶어요. '순'문학에서 성공한 사람보다 성공한 장르작가가 더 잘 살지도 않구요. 아아 왜 제가 장르문학에 빠졌을까요?? 보다보니 다시 막 안구에 쓰나미가.... 인터뷰는? 솔직히 심심했어요. 뭔가 확하고 와닿는 그런 것이 없네요. 질문들이 무난해서 그런가요?

다카라즈카는 제가 몰랐던 분야라서 즐겁게 읽었어요. 남장배우분들이 상당히 멋지더군요! 유치한 내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아예 그 전형을 즐기라면 또 못 즐길 것도 없...지 않군요. 비웃는 재미로 보니까요. 다카라즈카 팬들이 보면 때려죽이려할지도... 그치만 화려한 퍼포먼스, 그 장르적 뚝심이랄까, 이런 건 정말 좋아요. 보러가고 싶어졌답니다.

장르 인사이드 이후 리뷰들과 출판사 인터뷰는 조금 심심... 딱히 와닿는 게 없어서 쓸쓸했어요. 다음호 안내는 참 즐겁더군요. 이영도에 드디어 디오티마, 좌백님 무협...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느낌이 아주~~ 월척이구나, 만선이구나, 앗싸. 뭐 이런 느낌이네요.

판타스틱 여러분... 앞으로도 망하지 말고 절판하지말고 100년씩 이어지는 잡지로 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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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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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딱지가 아주 선명하게 박힌 추리소설입니다. 아니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수위의 표현(잔인함이나 선정성이나)들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오므로 자기가 나이는 먹었지만 정신연령은 아무래도 19세 미만인 거 같다~ 싶은 분들은 조용히 덮어주세요. 뭐 리뷰 정도를 읽는 것이라면 괜찮을 듯 싶습니다만.

그렇지만 표현 수위가 장난 아닌 작품이라고 해서 천박하다거나 자극적이기만 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예술과 외설이 어쩌구저쩌구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겠지만... 아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런 표현들은 대체적으로 범인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것이라서 어딘가 어라? 하며 이상함-혹은 낯설음을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무시무시한 책을 읽고 잠들어도 그다지 무시무시한 꿈을 꾸지는 않았어요. 일단 이 범인이란 작자가 말 그대로 '병'을 앓고 있는 작자거든요. 네크로필리아.

어딘가 멀고 먼 존재로만 느껴지는 사람입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특이한 사람이 범인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이 사람은 네크로필리아입니다'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이 쉽게 다가설만큼 호감가는 외모를 가진 사람입니다. 흔히 예비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히카코모리나 오타쿠도 아닙니다. 번듯한 어른이지요. 그러니까 잔혹한 표현보다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병, '살육에 이르는 병'에 걸려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인 겁니다. 중간에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이 범인의 집은 열심히 탐문하고 다니던 전직형사님의 이웃집입니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그부분이 가장 오싹했어요. 다른 반전 다 필요없어. 이게 짱 무서워!! 뭐 이런 기분이었달까요.

문제는 뒷표지에 떡하니 박아놓기까지한 '반전'에 대한 것인데 말입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처럼, 여기에도 서술 트릭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트릭이 숨기고자 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화자의 정체에 대한 눈가림이지요. 둘다 사회적인 병폐, 모순을 드러내는 데에 이 반전이 쓰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분은 '벚꽃~'의 반전을 어이없다고 엄청나게 악평을 하셨는데(좋아하는 책이라 맺혔음.) 저는 상당히 감동받았기 때문에 이 소설의 반전을 보고 저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더군요.

 소설의 아귀를 딱 맞춰주는 마지막 '한 조각'의 역할에 충실한 반전이라면 저는 역시 '벚꽃~'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벚꽃~'은 그 반전이 없으면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거든요. 앞에서 어라 왜 이러지? 했던 부분들이 그 '반전'을 통해서만 설명되며, 그 '반전'을 통해야만 이 소설의 메세지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노인이라도 괜찮아! 이 사회가 우리를 남은 인생이라고 무시해도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씩씩한 목소리랄까요. 요즘 강풀의 순정만화 3에서 노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던데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면에서는 똑같지만, 강풀은 "우리도 사람인데..."하며 울먹이는 듯한 쓸쓸한 듯한 목소리를 낸다는 느낌이라면 '벚꽃~'에서는 반전을 통해 "이자식들아! 우리도 사람이거덩!!!"하고 포효하는 듯한 목소리를 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벚꽃~'이야기가 아니라 '살육에 이르는 병'이야기를 해야지요. 사회병폐와 관련된 서술트릭이라는 점이 흡사하다보니 전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아무튼 이 '살육에 이르는 병'에서 반전은 사실 그 앞에서 어느정도 감이 왔기 때문에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히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소설을 보는 시각이 변할 정도라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주어지는 힌트는 그저 범인이 @@@가 아닐 수 있다는 것만 나타낼 뿐, 범인이 ###일 거라는 힌트를 주는 건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서술로는 @@@나 ###나 둘다 가능해요. 게다가 내용이나 주제 상, 범인이 @@@든 ###든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을 것 같구요. ###가 범인이라는 사실에 내가 느낀 것은... "남자는 나이먹어도 애란 말인가..???"라는 것이랑. "청 동안이잖아!"라는 것정도. 진짜 생각해보니 엄청 동안입니다. 아니 왜 이런 심각한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이 생각만 떠오르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아무튼 범인에 대한 묘사와 피해여성들의 태도를 보면 정말... 저처럼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거예요. 정말로 같은 성격의 트릭을 쓴 '벚꽃~'에서는 주인공을 대하는 다른 이들의 태도가 약간 의문스러운 구석들이 확실히 있긴 했거든요. 근데 이 소설에서는 범인이, 보통 독자가 생각할 법한 @@@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범인의 태도야 범인이 병자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그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그 엄마야 뭐 자식새끼는 언제나 자식일뿐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피해여성들의 태도가 그렇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무리 요즘 대세가 미##라고 하더라도 그렇지! 그렇게 가면 그건 @조%$제 밖에 안되잖아요. 나라면 ###같은 사람이 와서 집적거리면 이게 어딜! 날 뭘로 보고! 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말이죠. 아무리 잘생기고 매너 있더라도 뭐랄까 아가씨들은 그런 게 있다고요. @@@가 그랬다면 요즘이야 워낙 개방된 사회니까 젊은이들끼리의 불타오르는 하룻밤~!!!으로 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가 하면 그건, 성매매처럼 보일 수도 있다니깐요. 아가씨도 그걸 알 텐데 홀랑 그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는 무슨 판타지에 나오는 초절정 주인공급인 모양입니다. 자꾸 '벚꽃~'하고 비교하게 되는데 '벚꽃~'에서는 그래서 돈도 주고 그러는 데, 그런 일 하던 아가씨들도 잘 안 넘어온다고요. orz 아니 어쩌다보니 리뷰마저 19금!!!

어쨌거나 다시 진지하게 흠흠흠. 이 소설은 결국 현대 사회가 살육에 이르는 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그렸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네크로필리아와 마더콤플렉스는 연결되기가 쉽지 않아요. 마더콤플렉스로 인한 인지적 성불능이 네크로필리아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그 과정이 뭐 그냥 이해가 잘 안됩니다. 핵가족화와 동양 특유의 아버지가 부재한 자녀교육으로 인해 자식이 마더콤플렉스를 갖게 되거나 비뚤어진 성역할관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실제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마사코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가정이, 이 평범해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아주 일반적인 이 가족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죠. 건강한 가정이 아니예요. 하지만 그런 것을 느끼기에는 범인이 그대로 @@@였다고 하더라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그래도 범인이 ###라는 것으로 정체된 범인의 심리나 정신상태가 좀더 명확하게 나타나긴 했지요. 아 이 사람이 이렇게나 정체되어 있었구나! 하는 감탄이 나는 거예요. 하지만 이미 비슷한 트릭의 "벚꽃~"을 먼저 경험한 상태라 그런지, 아니면 요 얼마전에 프로이트와 융 이야기가 겉핥기로 잔뜩 나온 '살인의 해석'을 읽었기 때문인지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이라면 왠만하면 너무 반전을 내세워서 선전하진 말아주세요. 너무 기대하게 되서 그건 별로거든요. 추리소설이랄면 홍보 멘트도 시침 뚝 떼는 맛이 있어야죠.

첨언하여, 역시 이해가 안가는 거라면, 프로이트의 이론은 지나치게 '남성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아니 실제 프로이트의 책을 읽은 게 아니니까 '프로이트의 이론'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프로이트의 이론을 다룬 다른 글들'이라고 말해야 하지만요. 그런데 이러한 마더콤플렉스,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무시, 어머니에 대한 집착은 아버지가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억압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의 이야기.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이야기를 보면 언제나 아버지의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어머니와 아들이 힘을 합치는 거죠. 아버지의 역할이 부재하기 때문에 어머니와 친해지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억압하는 '가부장적 구조'가 마더콤플렉스를 만드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어머니와 아들간의 지나친 밀착관계가 동양, 그것도 가부장적인 가정 구조가 가장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주로 보이고, 또 사회문제시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식으로 크게 되면 어른이 되더라도 아버지는 여전히 자신의 명령을 들어야할 대상으로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자신이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아들을 보니까, 한 명의 '자아'로서 독립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자신이 아버지가 되더라도 또다시 어머니와의 관계 같은, 보호와 종속의 관계만 받아들이게 될 테니, 자신이 보살펴야할 자식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고, 억압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관계처럼 이 관계도 대를 이어 되풀이 하게 되는 거지요. 물론 인간이니까 언제나 예외는 차고 넘칩니다만... 해설에서 이야기한 핵가족화 같은 것이 원인이라면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의 이야기는 있을 수가 없었겠죠. 그 때는 핵가족화 따위는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윗세대는 여전히 '권위'로만 관계를 지탱하려하고 아래 세대는 그 권위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무시하게 된 데에서 비롯된 과도기적인 문제라고는 볼 수 있을 듯 싶은데...  

엉뚱한 이야기가 리뷰의 본 내용보다 훨씬 많았던 듯 하지만 마지막은 정석대로, 어쨌거나 소설 재미있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찔러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본격추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대추천! 그러나 맨 위에 말했듯 자신의 정신연령이 19세 이상이 아니라는 분은 비추천! 저처럼 사회파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약간 물음표! 이것으로 오랜만의 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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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7.8 - Vol.4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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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고교는 그저 그런 느낌이다. 탐정아저씨는 여전히 좋다.

코니 윌리스의 글은 여전히 위트가 넘치더라. 회의주의자의 유령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결론을 내고 싶어하지 않은 화자의 마음이 절절히 이해되었다. 그러니 아예 안 믿는 것도 너무 쉽게 믿는 것도 우스운 거겠지.

듀나의 여우골, 아 무서웠다. 요즘 듀나씬 이런 좀비류의 호러를 쓰는 게 좋은 모양인데... 버번에 파우스트에서 봤던 것도 그렇고 말이지. 근데 나는 이런 결말 싫어. 언제나 나는 해피엔딩을 사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오싹함을 낮게 평가할 마음은 없다. 우리 나라의 전설에서도 이런 음습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생각해보면 모든 전설은 음습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아이스크림 제국. 아이스크림 제국은 아, 정말 달콤한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씁쓸한 커피맛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된 기분이 들었다. 달콤한 판타지에서 폴 오스터 같은 기괴한 판타지로 승화하는 모습이 아무튼... 무섭기까지 했다. 근데 내가 이 결말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모르겠다. 조금 모호하달까 어지러운 면이 있어서, 그런 걸 노린 것이겠지만, 더 오싹한 것 같다.

기사들은 여전히 밍밍한 느낌이다. 날카롭고 섬세한 리뷰 같은 게 있으면 좋을 법도 하건만, 그런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내일의 꽃'. 역시 화면으로 보는 것과 지면을 통해 보는 것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주인공의 다급하면서 절절한 감정, 그 세계의 고요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가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종이로 보게 되니 더 숙독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문장이 미묘하게 껄끄럽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내가 술술 읽히는 문장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겠지. 좀더 세련된 문장으로 써내려갔다면 좋았을 거라고, 괜한 아쉬움을 표현해본다.

여전히 실비와 브루노, 역사속의 나그네는 읽지 않았다. 내 취향이 아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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