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que 판타스틱 2007.9 - Vol.5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판타스틱 잡지도 슬슬 물이 오른 느낌입니다. 아 어쩜 실린 소설 한 편, 한 편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전민희님은 그 짧은 단편에도 세월의 돌에서 느꼈던 기묘한 느낌을 살려내셨더군요. 클릭 한번, 사소한 변수로 뒤바뀌는 그 삶들을 보면서 주인공들을 이런저런 운명으로 이끌던 작가님의 음흉한 손길을 떠올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디벙커는... 아, 저는 저번달 1편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2부작이었더군요.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어요. 어찌보면 진짜 채널러는 채널러였네요. 뭐. 회의주의자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다니 자기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는 들지 않는 걸까요. 뭐 그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쏟아지는 수다, 천연덕스러운 설명에 킬킬거리며 읽었네요.

내일의 꽃! 거울에서 보았을 때는 눈치채지 못한 설명들이 보이네요. 아니면 잡지에 실으시면서 첨가하신 걸까요. 위장에서 단백질 형질이 발견되었군요. 처음 읽는 사람한테 그런 단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모르겠군요. 미스터리어스한 부분이 있지요. 그런 부분들이 이 기묘한 세계에 대해 더 몰입하게 해주더군요. 근데 저도 이렇게 광합성 인간에 대해 상상한 적이 있긴 해서, 정말로 글로 만들어내주신 점에 감사하고 있어요. 아 최고야! 게다가, 다음호에서는 클라이막스에 치닫겠어요. 이 슬프고 기괴한 이야기를, 과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실까요. 아, 그리고 은형유가 여자인 줄은 이번 호에서 캐릭터 소개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여자로서의 묘사가 전혀 없어서 몰랐어요. 사실 이 소설에서 성별은 그다지 상관없는 거 같기도 하고요.

다이티타운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번 것도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재밌더군요. 이걸 도대체 어쩌면 좋은지! 흥분해서 회사에서 다 읽어버렸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목이 잘린 걸로 시작하는 도입부라니! 그러고도 살아있을 수 있는 미래 세계가 신기하기도 하고, 도대체 왜 그런 일을 당해야만 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어른이 배제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업둥이단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보살펴 줄게는 슬프면서도 오싹한 이야기였어요. 아, 안타까워라. 마치 안락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아시다시피 안 읽었고요.

에또... 디오티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근데 내용을 다 까먹어서 어쩌죠? 허브에서 연재하다 만 건 또 어쩌죠? 3권 시작부분부터 연재해주겠죠? 그렇겠죠? 아, 이거 참. 탐정 해리 시리즈는... 뭔가 하드보일드! 라는 느낌이 들면서 주인공 해리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사건의 전반적인 줄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돌아오지 않는 남자가 완결되면 1호부터 차근차근 다시 봐야겠어요.장르문학 전문고교...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학교가 정말 좋을까요? 읽으면서 그런 생각만 나더군요.

역사를 빛낸 탐정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아는 사람한테는 시시한 이야기일 테고, 초보자에게는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보일 거 같았어요. 저는 중간 정도라서 적당히 재밌게 보긴 했지만 그냥 블로그 포스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다지 와닿지 않네요.

한국 인구 1억 이야기는 저도 자주 생각했던 거라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보긴 했습니다. 뭐 굳이 한국인이 늘어날 필요는 없고, 한국어 사용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 거긴 하지만요. 한국의 문화 컨텐츠가 다양하고, 또 다양해지길 기원하는 그 마음들이 보이긴 하더군요. 해리포터는... 안 읽어서 모르겠어요.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진 이상 제가 손댈 가능성은 더 적어진 거 같네요.

에세이 두개... 1편 보고 느낀 것은 그저 그 시장 큰 미국도 비슷하긴 하구나, 뭐 이런 거였죠. 다만 한국의 문제는 독자들도 '순'문학이라는 데에 왠지 모르게 더 가치를 둔다는거? 장르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미국보다 더 많죠. 재미를 위해 독서하고, 책을 사는 문화가 아니라서... 장르작가는 '순'문학작가와 비슷하게 굶어요. '순'문학에서 성공한 사람보다 성공한 장르작가가 더 잘 살지도 않구요. 아아 왜 제가 장르문학에 빠졌을까요?? 보다보니 다시 막 안구에 쓰나미가.... 인터뷰는? 솔직히 심심했어요. 뭔가 확하고 와닿는 그런 것이 없네요. 질문들이 무난해서 그런가요?

다카라즈카는 제가 몰랐던 분야라서 즐겁게 읽었어요. 남장배우분들이 상당히 멋지더군요! 유치한 내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아예 그 전형을 즐기라면 또 못 즐길 것도 없...지 않군요. 비웃는 재미로 보니까요. 다카라즈카 팬들이 보면 때려죽이려할지도... 그치만 화려한 퍼포먼스, 그 장르적 뚝심이랄까, 이런 건 정말 좋아요. 보러가고 싶어졌답니다.

장르 인사이드 이후 리뷰들과 출판사 인터뷰는 조금 심심... 딱히 와닿는 게 없어서 쓸쓸했어요. 다음호 안내는 참 즐겁더군요. 이영도에 드디어 디오티마, 좌백님 무협...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느낌이 아주~~ 월척이구나, 만선이구나, 앗싸. 뭐 이런 느낌이네요.

판타스틱 여러분... 앞으로도 망하지 말고 절판하지말고 100년씩 이어지는 잡지로 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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