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신화 백과사전
레이첼 스톰 지음, 김숙 옮김 / 루비박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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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 형식이라는 것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인도, 몽골, 이란, 아랍,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 여러 문화권의 신화를 개관해놓았다는 점이 참 흥미진진했다. 번역도 약간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렇게만 설명하고 끝난단 말이냐 하는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지만 일단 인도의 수많은 신들이 힌두교와 베다와 불교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인도와 중동신화간에 비슷한 역할을 맡은 비슷한 이름의 신들이 나온다는 걸 알게되었고, 인도와 중국의 신화간에도 연관이 있고,(불교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도교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또 일본과도 연관이 된다는 게 이러한 백과사전식 서술을 통해서도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 중동편과 인도편과 동아시아편으로 나눠져 있어서 각각의 편마다 서언을 담아 이해를 쉽게 해준 것은 좋은데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신화는 담았으면서 베트남이나 우리나라의 신화는 담지 않았다는 게 좀... 우리나라의 신화도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데! 저승에 대한 이야기는 한중일이 공통적인 부분도 있지만 서로 다른 부분도 있어서 얼마나 재밌는데.
예와 항아의 이야기가 인상이 깊다. 예란 놈은 진짜 배신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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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 10대를 위한 SF 단편집 창비청소년문학 5
송경아 외 지음, 박상준 엮음 / 창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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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소품들. 청소년용이라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쓴 건 아닌가 싶은 감이 있다. 어쩐지 뭔가 교훈을 주려는 느낌이랄까. 거울에 올라왔던 단편들쪽이 이것들보다 훨씬 아이들의 감성에 직접 와닿을 법한 글들인데.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서 오히려 실패한 느낌이었다. 재미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원래 훨씬 잘들 쓰시는 분들이라서 조금 아쉬웠달까. 요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지. 돈없어서 근근히 알바하면서 학교다니는 녀석도 있고, 엄마랑 백화점가서 명품 사들고 친구랑 브랜드 경쟁하면서 다니는 애도 있고, 학원에 자습에 과외에 잠 잘 시간도 부족한 사람도 있고, 집에서 맨날 두들겨 맞다가 집 뛰쳐나오는 애, 춤에 미친 애, 친구들이랑 노는 게 너무 좋아서 친구따라 강남이 아니라 지옥도 가는 애, 만화에 미친 애, 사춘기 소년소녀라는 이름 하에 뭉뚱그려지는 질풍노도의 아이들은 사실은 제각기 너무나 다르다. 그 나이 때에는 오히려 같은 또래 아이들끼리 그렇게까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르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커서 대학교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지금에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나 때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또 다르다. 너무 달라서 하나로 묶을 수 없는 그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에 의해 묶이다보면 어쩐지 스테레오 타입이 되어버린다. 맨날 방황해야하고, 응? 성장해야하고, 고민해야하고, 뭐야. 물론 쑥쑥 클 때이고, 찬란하게 빛날 때이긴 하지만. 이왕 청소년을 위한 SF란 이름을 붙였으면 좀더 깊이 있게 그 문제들을 고민해야하지 않았을까? SF가 그러한 사색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아이가 외계로 나서는 지점(그러고보니 그런 단편이 두개나 돼!) 서로 이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종족간에 우연히도 이해가 싹트는 지점. 나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악 진짜 쟁쟁한 작가들이 잔뜩이었는데 이렇게 심심한 단편집이라니, 아쉬워서 이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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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7.12 - Vol.8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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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신정아 기사가 뜬금없다고 뭐라고 했더니 이번엔 시사문제와 은하영웅전설을 크로스 시키는 센스라니. 확실히 점차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좌백의 무협단편이 끝났다. 무협다운 이야기였다. 복수로 점철된 삶. 황폐하고 신경질적인 삶. 그것이 바로 무협이 아닐까. 진정 도와 의리를 말하는 삶이라면 그렇게 칼들고 설칠 일도 없겠지. 소오강호같은 느낌도 나고.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 기나긴 순간. 아무래도 제목이 스포일러 같다. 기나긴 순간이지... 으음... 내 예상이 맞지 않으면 좋겠다. 늑대인간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디오티마는 제발 단행본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오늘의 배명훈 단편은 그분의 다른 글들에 비해 조금 어딘가 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극단적인 결말을 맞기엔 그다지 심각하다던가, 긴박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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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의 여행 10 - NT Novel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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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후기를 중간에 섞어 놓다니, 용납할 수 없어. 매번 허를 찌르는 후기가 본편보다 인기있는 시구사와 케이이치. 후후후. 이번에도 당했다. 그러나 유쾌한 건 어디까지나 후기만. 여전히 피와 살이 튀며 화약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탕탕 소리로 시끄러운 세계다. 아이디어가 떨어졌다더니 잔인함과 시니컬함을 더 강화한 느낌이다. 다행이라면 리쿠와 티가 사이좋아졌다는 것 정도일까. 진짜로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키노군에게 걸려서 그정도로 끝난 건 차라리 다행이었지. 흑흑, 주인공 성격이 너무 더러워도 조마조마하다니깐. 원래 이렇게 시니컬한 이야기는 별로 안 좋아하는 데 왜 키노의 여행만은 자꾸 사게 되는 걸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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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라디오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그레그 베어 지음, 최필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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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은 무지 어려웠다. 생전 들쳐본적 없는 유전공학이니 생명공학이니 하는 이야기가 아주 전문적으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몇번이고 앞장을 들춰보면서 주인공들이 토론하는 내용을 10분지1이라도 이해해보려고 발악했다. 내생적 종양 RNA 바이러스라든가 뭐라든가. 아무튼 이론은 하나도 모르겠다. 중반부까지 토론과 논쟁을 거듭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이방인 마냥 방황하는 수 밖에 없었다. 중반부까지 읽고 또 읽고 나서야 대충 이해했다. 사실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아이들은 그냥 새로운 아이들일 뿐이다. 나는 그게 진화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인간의 복잡한 의사소통구조와 첨단화된 사회에 최적화된 변이일 뿐이다. 생태계 전반에 걸쳐 보았을 때 그것이 진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종, 아니 이미 종은 분화되었지만 어쨌거나 그것이 지구라는 커다란 생태계, 커다란 생명체가 유지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식일까? 아니 애초에 진화라는 건 뭐야? 생존을 위한 변이라는 거지? 그건 세포차원, 생명체 개체의 차원, 종의 차원, 목의 차원, 생태계 전체의 차원에서 모두 이뤄지는 것일까. 아 어렵다. 이정도까지 가면 이미 기술적인 수준을 벗어나게 된다. 일종의 철학, 신학이 되어버린다. 사실 철학과 종교는 모두 세계의 이치를 탐구하는 데에서 온 학문이니까 과학이 극에 달하면 그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게다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종의 분화같은게 눈앞에서 일어난다면? 신의 징벌로 여기는 것도 우습지만은 않은 일이다. 세상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진실을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일부의 학자들조차도 자신들의 판단이 옳은지 끝없이 의심하고 두려워한다. 변이는 사람을 두렵게 하는 법이니까. 변이가 질병이냐, 아니면 진화인가. 그것은 결과론적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기도 하고. 다운증후군인 아이로 태어난 자조차도 어떤 자에겐 축복이라 여겨지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같은 현상을 가지고도 어떤 이는 불안해하면서도 '진화'로서 그 변이를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악마가 퍼트린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거겠지.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로 이렇게 되고 말 거야. 변화는 무섭고 불안한 것이긴 하다. 그중에서도 나는 불안증이라고 할 만큼 변화를 두려워 하는 타입이다. 내가 만약 SHEVA의 아이를 갖게 된다면? 나에게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면? 세계 곳곳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내가 멀쩡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솔직히 잘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를 죽이려하진 않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날 해칠지도 모른다면, 내가 SHEVA의 아이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면 낙태를 결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류의 진화냐 멸절이냐 하는 인류의 존망을 건 결정까지 갈 것도 없이, 그런 상황에서 내 아이에 대한 희망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무사히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죽음의 사신처럼 여겨질 것이 분명한데.  

아무튼, 책은 말한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가 패닉에 빠지고 정부는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나치 같은 짓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사랑은 인류를 진화시키고 지구를 구하는 법이라고.

그래 사랑은 우주를 구하는 법이지. 

*PS-나만 그렇게 느꼈나 했더니 번역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군. 나는 어차피 시공사에는 희망을 접은 지 오래라서 말이지. 띄어쓰기 오타 오역. 시공사는 겉보기엔 크지만 직원 막 굴리고 일정 빡빡하게 잡기로 유명해서 교정 교열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내가 받아봤던 번역 원고는 이보다 더한 상태로 출판사에 도착했다. orz 그러니까 제대로된 번역원고는 그 후 번역자와 편집자가 서로 계속 부딪쳐 가면서 만들어 내는 셈인데 출판사 시스템이 좋지 않으면 그 작업이 허접하게 굴러가게 되고, 책이 허접하게 나오게 된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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