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책 <옛날 옛적 자판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황정회(서원초등학교 교사,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운영진)

 

《옛날 옛적 자판기》는 ‘재미없는 공부만 잔뜩 가르쳐야 하는 학교를 싫어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작가 소개처럼 아이들 곁에서 살아 온 선생님의 시선으로 그린 아이들 이야기이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다른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말이다.


먼저 표지 그림을 보면 제목처럼 표지가 자판기 모양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칸에는 심술이 잔뜩 난 아이와 파란 뱀이 그려진 음료수가, 두 번째 칸에는 음식을 든 두 아이와 활짝 웃는 호랑이가 그려진 음료수가 보인다. 마지막 세 번째 칸에선 그림자 괴물 같은 녀석이 잔뜩 겁을 주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먼저 읽을지 이 자판기에서 골라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모두가 똑같은 잣대로 줄을 세우려 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교실과 중앙 계단 통행금지로 대표되는 아이들에 대한 학교의 통제를 담은 <계단 뱀> , 고장 난 자판기 앞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욕심과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담은 <옛날 옛적 자판기> 그슨대라는 우리나라 전설 속 요괴와의 만남를 통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폭력과 경쟁심을 담은  <그슨대가 보이나요?>


어린이들이 읽으면 통쾌하고, 어른들이 읽으면 심장이 뜨끔한 책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야기 속 곳곳에서 만나는 어른들에게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뜨끔해진다. <계단 뱀> 의 1학년 준후가 만난 학교는 하지 말라는 금지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규칙만 가득하다. 곳곳에 도사린 학교 뱀들은 준후에게 이해와 설명 대신 감시와 억압만을 제공한다. 그런 준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건 화내고 겁주는 학교 뱀이 아니라 준후를 아끼고 사랑하는 선생님의 진심이다. 준후가 학교 뱀들을 뻥뻥 내지를 때 아이들은 통쾌하고, 내 안의 뱀처럼 도사린 마음을 마주할 때 어른들은 뜨끔할 것이다.


<옛날 옛적 자판기>는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며 새로운 이야기보따리가 열린다.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다 보면 먼 옛이야기는 어느새 지금의 이야기가 되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어른들의 욕심과 만나게 된다. 어쩌면 쓰레기를 무심코 버리려던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뜨끔할지도 모른다.


<그슨대가 보이나요?>는 화를 내면 낼수록 한없이 커지는 귀신 그슨대를 통해 마음속에서 자라는 미움과 폭력의 뿌리를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 미움과 폭력의 뿌리가 실은 어른들이 부추긴 경쟁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어른들은 또 한 번 가슴이 뜨끔할 것이다.


《옛날 옛적 자판기》는 서로 다른 인물과 사건을 다룬 이야기 세 편을 담고 있지만,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하나만 더요! 하나만 더 들려주세요!” 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마음으로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한다. 그래서 작가가 가진 이야기보따리 속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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