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좋은 어린이책 <나뭇잎>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숙자(빵과그림책협동조합)


“귀를 기울이는 모두”가 되기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그림이 있지요. 이 그림에서 소크라테스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 왼손으로 하늘을 가리킴과 동시에 오른손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독배를 향해 내밉니다. 그에 비해 뒤돌아서 천장을 향해 절규하거나, 벽을 치며 괴로워하거나, 돌아앉아 고개를 푹 숙이거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우는 등 소크라테스의 동료와 제자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잔드라 디크만의 그림책 <나뭇잎>에서 이와 유사한 장면을 봅니다. 위기에 처한 나뭇잎의 주위를 에워싼 채 나뭇잎의 이야기를 듣는 친구 동물들의 표정에서 말이지요. 그 표정에는 그동안 나뭇잎에게 소원하게 대했던 미안함과 나뭇잎의 이야기를 듣는 숙연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마치 동물들이 아, 하고 탄식을 내뱉고 있고 그 탄식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나뭇잎> 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표정은 이렇듯 생생합니다. 비단 그 장면뿐만 아니라 이 책은 전반적으로 바다와 숲이 선명한 컬러와 환상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어,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어느 날, 북극곰이 자신의 몸집보다 작은 얼음덩이에 의지해 바닷가로 떠내려옵니다. 그 북극곰은 오래된 동굴을 자신의 집으로 삼고 숲속을 돌아다니며 나뭇잎을 모읍니다. 숲속 동물들은 그 북극곰을 ‘나뭇잎’이라 부르며 아무도 가까이하려 않지요. 그렇게 혼자 외롭게 지내는 나뭇잎을 두고 동물들은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환경 그림책인가 보다 하고 책장을 열었는데, “까마귀가 가장 먼저 발견했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첫 줄부터 손을 멈추고 글과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천천히 글을 음미하며 읽다 보면 문장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완성을 위한 한 부분인 것만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나뭇잎>은 동물의 이야기면서 나의 이야기, 아이의 이야기, 어른의 이야기, 소수자의 이야기가 됩니다. 모든 관계의 이야기인 것이지요.
 

관계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타자(낯선 존재)에 대한 이해 혹은 공감의 순간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마지막에서 동물들은 나뭇잎 이야기를 모두에게 전하기로 하는데, 그 모두는 그냥 모두가 아닌 “귀를 기울이는 모두”입니다. 타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모두인 것이지요.


약 2500년 전 아테네 사회는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펼친다는 이유로 한 위대한 철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도 목숨이 위태로운 나뭇잎, 북극곰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그 기회를 살리려면 바로 낯선 존재에 대한, 즉 이방인에 대한, 자연에 대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온 우주에 대한 공감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책 속 나뭇잎이 처한 위기는 나뭇잎 주변 동물들의 위기이자,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위기,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귀를 기울이는 모두”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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