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책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강무홍(작가)

나는 어릴 때 우리 엄마가 아프지도 않는 사람인 줄 알았다.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하면서도, 엄마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아침을 짓고 온 식구를 깨웠다. 내가 학교에 늦을까 봐 잔소리를 해대면서도, 추운 겨울에는 발이 시리지 않게 부뚜막에 내 운동화를 데워 놓기도 했다.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엄마가 데워 준 운동화 덕분에 나는 따뜻한 발로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엄마가 아프지도 않고 늘 우리한테 뭐든지 해 주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왜 엄마라고 아프지 않고, 쉬고 싶지 않았을까.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고, 식구들이 엄마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제는 꼬부랑 할머니가 된 엄마의 굽은 등과 야윈 몸을 보면, 나는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견뎌 냈을 엄마에게 그저 죄송하고 고맙다.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를 이야기하는 아이의 눈에도 엄마는 늘 강자다. 목소리도 크고, 온 식구를 닦달하고, 급기야 화도 막 낸다. 그러니 엄마의 좋은 점이라곤 도통 모르겠다. 엄마가 푹신해서 좋다는 동생이나 불곰인 엄마가 자신을 구해 줘서 고맙다는 아빠도 엄마의 진짜 좋은 점은 잘 모르는 듯하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의 지나온 세월이 담긴 사진첩이 엄마를 다시 보게 해 준다. 엄마도 이렇게 조그마할 때가, 정말로 이렇게 젊고 예쁜 때가 있었을까…. 아이의 눈에 엄마의 일상이 새롭게 비친다. 온종일 탁자 앞에 서 있는 엄마의 퉁퉁 부은 다리, 계속해서 큰 소리로 말하다가 마침내는 점점 거칠어지고 갈라지는 엄마 목소리, 한밤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는 엄마, 그리고 끝내는 불곰으로 변하고야 마는 엄마의 고단한 하루가.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한 일이 아닐진대, 온 식구를 챙기며 살아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런데도 세상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책 속의 엄마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작가 역시 아이들의 엄마로서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내고 있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작가는 헌사(?)를 빌려 역설적이게도 엄마를 힘들게 하고 외롭게 하는 가족이 결국 힘의 원천임을 고백하고 있는 듯하다. 가족이라는 둥지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애틋한 마음을,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림은 우리가 보는 세상, 사람과 사물 속에 깃든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 너머에 켜켜이 쌓인 사연을 과감한 구도와 기법으로 풀어낸다. 그럼으로써 익히 알고 있기에 쉽게 넘겨 버릴 수 있는 것들을 붙잡아 거기에 담긴 진실을 들여다보게 한다. 덕분에 책의 이야기는 볼수록 뭉클하게, 더욱 깊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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