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책 <엉뚱한 수리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승민(작가)


책을 펼치고 소이가 빗자루를 타는 모습까지는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그림이 주는 편안함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저녁 6시가 되고, 어른들이 모이고, 소이가 기웃거리다가 말하죠.

“아저씨는 왜 멀쩡한 의자를 가지고 나왔어요?”

나는 여기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읽고 있는 나도 무의식적으로, 아저씨가 앉아 있는 의자가 망가졌을 거라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거든요.

 

정상인 물건과 망가진 물건,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 정상과 비정상.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결국 우리가, 혹은 내가 만들어낸 기준입니다. 잠깐 뒤돌아보니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똑같은 공부를 하고, 남들이 말하는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늘리려고 했죠. 그게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기준을 가지고 ‘정상’의 범주 안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배웠습니다. 독창적인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살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겪는 문제는 전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어딘가 망가진 건 아닌지, 도태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이런 의문을 끊임없이 가지고 고치고 수정하려고 합니다. 마치 언제까지나 내가 망가진 것처럼 말이죠.

 

‘난 절대 고치지 않을 거야.’ 소이의 단호한 생각이 부럽기만 합니다.

<엉뚱한 수리점>에서 소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내가 가진 경직된 시선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물의 용도는 다양하고, 그걸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할 수 있다는, 익히 아는 개념을 다시 머리 안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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