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좋은 어린이책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윤경(<얘들아, 정말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니?>, <옷 잘 입는 아이가 될 거야!>) 저자

 

나는 너희를 기다리는 바로 그 사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누구나 가질 법한 질문이지만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이야기로 나에게 생각 거리를 던져 준 책이다. 위의 질문은 현실이 힘겹거나 무엇인가 얻을 수 없는 것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이 주로 하는 생각일 것이다.


‘나는 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지금 부모가 사는 집에서 태어났을까? 만일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나라, 더 풍족한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한 내가 되었을까?’ 하는 막연한 의문과 뒤를 잇는 상상들.


대한민국이 아닌 유럽의 거대한 저택 푸른 잔디에서 친구들과 뛰노는 모습, 내 이름은 정윤경이 아니라 킴벌리나 엘리자베스? 생각해 보니 어릴 적 이런 상상을 곧잘 했던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하면서 때론 즐거웠던 기억도 난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 만약에 내가 다른 곳에 있다면 어땠을까요? / 여기와는 전혀 다른 곳에요.”


책장을 넘기며 이 책도 어린아이들에게 내가 만약 다른 곳에서 태어났으면 나의 지금은 어떠했을까를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생각과 달랐다. 이 책에서 “내가 만약”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은 유럽의 거대한 저택이 아니다.


그곳은 가족이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황량한 도시의 다리 밑이거나 전쟁이 끝나지 않아 숨어 지내야만 하는 위험한 곳이다. 머무를 곳 없이 떠돌아야 하는 배 안이거나 아이도 힘든 노동을 해야 하는 가난한 나라다. 또 바람이 모든 흔적을 쓸어버리는 사막이거나 온통 나무와 풀뿐인 정글의 한가운데 같은 위험하고 외롭고 힘들고 가슴 아픈 곳이다.


그동안 내 아이가 더 많은 것을 누렸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지 이 책이 말하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에 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사는 ‘여기’보다 ‘다른 곳’에는 내가 아닌 다른 아이가 태어나 힘들고 고통받으며 산다는 것을 돌아보게 한다.
 

“만약에 내가 있는 곳에 / 홍수가 나고 지진이 나면 어떡하죠? / 지금 내가 있는 곳, 이곳으로 돌아와야 할까요? / 이곳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면 좋겠어요. / 내가 여기에 살아도 좋다고 말해 줄 사람이요.”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곳’이 아니라 ‘이곳’에 태어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나는 갈 곳 없어 떠도는 이들과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기다려 줄 한 사람이라는 것 말이다. 더불어 내가 여기에 살아도 좋다고 말해 줄 내 가족,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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