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한계령을 위한 연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보람(노란상상 편집장)

 

바우솔에서 출간한 그림책 <한계령을 위한 연가>는 시 속의 목소리를 이미지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독자들을 한계령 한 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시퍼렇게 시린 겨울의 이미지, 눈 속에 파묻힌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각, 사방이 눈뿐인 하얀 산 속에서 말없이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어디에선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는 들짐승들.

 

고요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이 모든 이미지들이 나를 둘러싼다. 아름답고, 몽상적인 경험이다. 꿈꾸듯, 내 삶 속 어딘가에 놓여 있던 한계령에 갇혀버리는 공상에 빠지게 된다.

 

폭설이 쏟아지는 한계령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폭설이 내려도 입김을 후후 불며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느껴지리라 확신하는 것은, 이 그림책은 우리의 시간을 멈추게 한다. 지나간 내 서글픈 운명들을 잠시 되돌려 놓는다.

 

살아지는 대로 터벅터벅 걷다 보면,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있다. 붙잡아야만 했던 손, 해야만 했던 말, 들어야만 했던 목소리, 조금 더 머물러야만 했던 자리. 충분히 아프거나 행복에 겨워야 했던 때. 많은 이가 이것들을 지나쳐 마냥 걷고 있다. 그리고 한참을 걷고 걸어 잠시 멈추어 섰을 때 생각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을 한 곳에 모아 가두고 싶다. 고립과 정지된 시간이 자유가 되고, 비로소 숨이 트이는 순간을 갖고 싶다. 폭설이 내리는 어느 날, 한계령에 묶인 어느 운명처럼.

 

그림책 <한계령을 위한 연가>는 한계령이라는 한계에 묶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삶을 멈추어 놓고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림책을 넘겨 보는 아주 짧은 시간, 소복하다 못해 깊고 무겁게 쌓인 눈 아래 정지된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눈부신 축복이다. 그리고 쌓인 눈이 녹고, 이윽고 다시 터벅터벅 걷게 되는 것 역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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