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혜수(아동문학평론가)

 

예전에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요란하게 울던 갓난아기는 누군가 달러 지폐를 건네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을 뚝 그쳤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많았다. 아기가 참 귀엽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아기 반응을 재미있어하는 공감 속에는 물질 만능 세태에 대한 이런저런 웃음이 배어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도 좋아하는 돈을 어느 누가 싫어하고 거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의 주인공 초원이와 친구들이 돈을 벌겠다고 한 건 축구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달짝지근한 양념치킨이 먹고 싶기도 했다. 남동생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바지가 아닌 나만을 위한 치마가 입고 싶었다. 아주 작은, 그러나 매우 중요한 이유로 나선 돈벌이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세상을, 그리고 세상 사는 이치를 알아 간다. 어른들의 못됨을 느끼고, 돈의 부조리한 생리를 배우며, 돈의 강력한 유혹과 그것을 멋지게 이기는 법을 익힌 것이다.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를 보고 자녀들에게 돈 벌기가 이렇게 어려우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부모님이 있지는 않으리라. 성적과 무관하게 지금 어린이 삶은 어른들의 삶에 비하여 결코 만만치 않다. 또 돈 벌기가 그리 어려운 것은 개인 탓도 있지만, 사회 시스템의 고장에 더 큰 원인이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옛 전설이 되고, ‘다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외치는 게 매우 겸연쩍어진 수상한 세월의 한복판이니 말이다.

 

문득 공부방 교사가 초원이를 붙잡고 “너희들만 믿는다.”라고 외치듯 나도 이 땅의 아이들을 부여안고 뭐라도 한마디 하고 싶어진다. 미안하다고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살아가 줘서 고맙다고 할까. 아니면, 그냥 초원이가 좋아한 노래 한 자락 “조심해라 돼지들아, 우리들이 달려간다, 우다다다다!”를 같이 부르자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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