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위! 아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윤철(경희대학교 교수)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 들려주는 문명사
‘알쏭달쏭 이분법 세상’ 시리즈 두 번째 책『위! 아래!』는 글쓴이 이월곡 선생이 친구처럼 다가가 속사이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속삭임! 우리는 서로 어여쁘게,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끼리 속삭인다. 『위! 아래!』는 그런 책이다.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책. 그래서 저자가 밝히는 것처럼 “책은 읽는 게 아니라 만나는 것”이다.
이 책은 위와 아래가 구별이 아닌, 차별과 배제로만 읽히는 세상을 넘어서는 방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부와 권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위와 아래로 가르고, 반목과 대립으로 몰고 가는 고약한 세상을 바꿔낼 마음과 지혜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 고약함의 다른 이름이 바로 ‘이분법’ 혹은 ‘흑백논리’에 기댄 것임을 알려주면서.
자칫하면 이런 이야기는 고루한 ‘공자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새롭지도 않은, 그래서 공허한 설교 말이다. 하지만 『위! 아래!』는 다르다. 경전을 주문처럼 외우는 훈계조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처한 생생한 현실의 생김새를 찬찬히 짚으며, 위와 아래의 진짜 뜻을 헤아린다. 헤아림,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정함과 살핌의 어투로 이야기한다. 따짐이 아닌 따스함의 시선으로 우주를 비롯한 자연과 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근히 풀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위! 아래!』는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 들려주는 문명사이기도 하다. 네루가 자신의 딸에게 편지로 들려준 『세계사 편력』을 연상케 한다.
위와 아래를 차별과 배제로만 몰고 가는 세상을 넘어서기 위해 『위! 아래!』가 제안하는 방도 중 하나는 낮은 데로 임하소서다. 위를 부정함이 아니라 ‘좋은 위’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아래를 튼튼하게 만듦으로써 가능하다. 높은 빌딩일수록 더 넓고, 더 깊이 아래에 뿌리박고 있듯 말이다.
또 다른 방도는 소통을 통한 바꿈이다. 생명 유지를 가능케 하는 대류현상처럼, 위와 아래가 상대의 빈 곳으로 내려가고 올라가며 서로 데우고 식혀주는 것이다. 『위! 아래!』는 이것을 위 혹은 아래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다움을 향한,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향한 발걸음 말이다.
『위! 아래!』는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대학생도 귀를 기울일 내용을 담고 있다. 중장년도 마찬가지다. 쉽게 접할 수 없었으나 세상과 삶의 섭리를 깨닫게 하는 자연과 문명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과 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멋있고, 맛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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