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게 정말 천국일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장미랑(숭의초등학교 교사)
아직 어린아이 티를 못 벗은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단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해 보자. 공책, 연필과 같이 구체적인 명사를 가르쳐 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추상적인 개념으로 넘어가면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아이들도 막막하다. 그중에서도 ‘죽음’이라니! 사실 어른인 나조차도 죽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은 내게 커다란 느낌표를 ‘쾅’ 하고 던져 주었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는 내가 그토록 어려워하는 주제인 ‘죽음’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아이가 유품인 공책을 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공책 가득히 죽음 뒤의 세상을 상상하고 있었다. 천국은 어떤 곳일지, 천국에 어떤 옷차림으로 가야 할지, 못된 사람이 가는 지옥은 어떤 곳일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어떤 모습으로 그의 곁에 머물러야 할지.
할아버지는 마치 소풍을 가듯이 죽음을 꿈꾸었던 것이다. 죽음을 두고 마음껏 상상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살펴보자니,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기분인 것도 아니다.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게 볼 것도, 절대 입 밖에 내지 못할 만큼 무거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는 죽음을 그저 미래라 여긴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올 미래 말이다. 그래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림책의 주인공은 도무지 죽음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지만, 아주 조금씩 죽음에 대해 자연스레 떠올려 본다. 아마 할아버지는 그저 미래 어딘가로 향했던 것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테다.
사실 그 누구도 죽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흔들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며 누구나의 미래임은 분명하다. 죽음에 대해 용기 내어 생각해 보고, 조금씩 상상해 보며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아, 단지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말은 아니다. 이미 다 커 버린 어른들에게도 꼭 해 주고픈 말이기도 하다.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