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샐리 존스의 전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작가(고정욱)
흥미진진한 모험에 담긴 삶의 깊은 의미
눈이 휘둥그레진다. 작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렬하다. 스케일이 방대하면서도, 세부 묘사가 치밀하다. 대하 장편소설에 들어갈 이야기가 한 편의 그림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고릴라가 아닌가.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고릴라 한 마리가 태어난다. 고릴라 족장은 아이의 삶이 순탄하지 않으리라 예언한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과연 아기 고릴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고릴라는 밀렵꾼을 거쳐 터키 상인의 손에 넘겨진다. 그때부터 샐리 존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스탄불로 데려가면서 비싼 관세를 아끼려고 여자 아이 이름을 붙인 것. 샐리는 이후 정처 없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떠도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영문도 모른 체 신출귀몰한 도둑이 되었다가, 서커스에서 재주를 부리고, 증기선에서 선원 생활을 하기도 한다. 동물원에서 수컷 오랑우탄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과는 쓰라린 실연이다.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샐리는 좌절을 딛고 꿋꿋하게 일어선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보스라는 선원 친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비슷한 상처를 가졌기 때문일까, 진한 우정이 서로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마지막 장면은 잊히지 않을 진한 여운을 남긴다. 멋진 반전으로 (책을 보세요!) 자신들의 배를 마련하여 전 세계를 떠돌던 샐리와 보스는 아프리카 밀림의 깊숙한 곳에 다다른다. 까마득히 오래 전에 샐리가 떠난 바로 그곳이다. 샐리는 과연 고향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보스와 함께 새로운 모험에 나설 것인가? (역시 책을 보세요^^)
이토록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나가는 작가가 그림까지 실감나게 그렸다니, 놀랍기만 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가 단박에 눈길을 잡아챈다. 게다가 심리 묘사는 얼마나 탁월한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작품이다. 책 한 권으로도 세계일주가 가능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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