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기러기는 차갑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유강희(시인)


얼마 전 시인이 시골 작업실로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우리가 잘 사나 궁금했던지, 저녁이나 함께하자는 거였다. 마침 봄비가 내리는 저녁 무렵이었다. 시인이 소반에 손수 차린 밥상은 화살나무 어린순, 바위취, 골담초 노란 꽃 등을 소스와 곁들인 스테이크였다. 난생처음 맛보는 별난 음식이었다. 이런 특별한 재료들은 모두 마당가에 심은 것들이다. 미처 생각지 못한 기발하고 아름다운 조합이었다. 이렇게 주위의 풀과 나무 하나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시인은 아마도 세상의 모든 존재를 그만의(유일의) 존재로 인정하는 가운데 조화와 균형의 미를 추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러한 시적 견지는 작품 「주인」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하늘, 바람, 아가 등)은 모두 주인이라는 생각 속에는 생명에 대한 온갖 부당한 이해를 뛰어넘는 시인의 곧고 두터운 자애가 뜨겁게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 외에도 「월식」 「개울에서」 「들쥐와 옥수숫대」 등에서 우리는 존재에 대한 차별 없는 깊은 사랑과 자연을 담는 시인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동심의 말간 눈망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가 그의 동시 세계를 구성하는 요체가 아닐는지. 이러한 동심이 “울음을 참다가/ 옹이가 되었다”고 말하고 또 “잘려 나간 곁가지가/ 얼마나 굵었는지/ 잊지 않으려고”(「옹이」) 나무는 옹이를 품은 거라고 말한다. 시인은 이렇게 곁가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마음을 써 준다. 그러니 「나이테」에서 징 소리를 발견하는 것도 하나 이상하지 않다. “상추씨가 땅속에/ 터널을 뚫”(「텃밭」)은 것도 크게 과장스럽지 않다. 그뿐인가. 「목판화」에선 고라니의 발소리도 이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 기호로 당당히 등록된다. 「고드름」에선 매달려 있는 고드름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발굴해 낸다. 시인의 동심의 직관이 이렇게 사물의 고갱이를 고드름보다 더 날카롭게 꿰찬다. 하마터면 하나뿐일 뻔했던 염소 뿔도 “심심할 것 같아서”(「뿔」) 시인이 얼른 하나 더 만들어 준 덕에 두 개가 되었다. 시인은 생각의 깊이를 숨겨 둔 이러한 동시들로 어린이에게는 보물찾기 같은 시 놀이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동심을 잊거나 잃고 사는 어른에게는 동심의 귀환을 깜짝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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