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똥의 정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똥은 신비롭다. 나는 큰아이가 태어나서 눈 첫 번째 똥을 먹어 봤다. 천사 같은 아기의 똥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다. 냄새와 생김새 모두 달랐다. 그러나 맛은 참기 어려웠다. 내 첫아이의 첫 똥이라는 생각에 꾹 참고 삼켰지만 결코 권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똥이 신비롭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똥은 신기하고 재밌는 소재다.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에게 미생물에 관한 강연을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들을까? 많은 과학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생물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을 강의하면 아이들은 당연히 지루해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미생물에 푹 빠져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키워드 세 개는 모두 미생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엉덩이, 방귀, 똥이다.


똥은 생명이다. 똥 부피의 3분의 1은 미생물이 차지한다. 그리고 그 미생물은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온 것이고 우리 몸에 사는 것들이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와 함께 살면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 몸의 체중을 조절하고 또 우리 뇌를 조종하기도 한다. 생태계의 건강을 생명의 다양성으로 판단하듯이 우리 몸의 건강도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 그러니까 똥 안에 있는 미생물의 다양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똥은 귀하다. 농사를 위해 똥은 절대적인 요소였다. 옛날에는 밖에서 놀던 아이들도 똥만은 집에서 누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꾹 참고 달려갔다. 남미 해안가에서 채취하는 구아노는 유럽인들의 생명줄이었다. 구아노로 비료를 만들었다. 그런데 구아노는 바닷새의 똥이 굳은 것이다. 구아노가 더 이상 공급이 되지 않자 질소비료를 발명했다. 그런데 앞으로도 질소비료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까? 영화 <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가 사람의 똥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버틴다는 이야기다. 우주선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똥이 위기의 순간에는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똥은 과학이다. 『똥의 정체』는 생명의 정체와 생태계의 원리를 단지 똥으로만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학자들이 어떻게 자연에 접근하지는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별난 천재들이 아니다. 단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에 궁금해하고, 그 호기심을 체계적으로 풀어 가는 사람일 뿐이다. 즉, 과학은 어떤 사실을 알아내는 일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어 가는 태도인 것이다.


『똥의 정체』는 똥에 숨겨져 있는 과학적인 사실을 알려주면서 과학을 하는 태도를 가르쳐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들과 같이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최종 목적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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