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넘어진 교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손호정(남양주덕송초등학교 교사)


「넘어진 교실」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린 책입니다.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인 '블루'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조롱하고, 비웃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괴롭힙니다.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의 마음은 너무도 차갑고, 냉정하며 그 수법은 담임 선생님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교묘합니다.


 고학년에 접어들 무렵부터, 아이들은 또래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집단의 결속력은 강해지지요. 뜻이 맞는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친구를 활동에 끼여 주지 않고, 무시하고 더 나아가 따돌리는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단 따돌림에는 절대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들이 뭉쳐 다시 가해자가 되기를 반복하지요. 이렇게 모호한 경계에 놓인 아이들은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양심에 걸리기는 하지만, '다른 아이도 그랬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뿐, 스스로 화해를 청하지는 않지요. 아이들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어른인 부모와 교사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이들의 상처를 알아차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부모와 교사가 문제 상황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의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책 속의 아이들이 제 나름대로 집단 따돌림의 악순환을 깨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실과 꼭 닮은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하며 보여 준 화해와 용서의 작은 씨앗은 진짜 우리 교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다친 아이는 없는지 찬찬히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지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어두운 문제에 대면하고, 스스로 바른 길을 찾아가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입니다. 또한 블루와 오렌지를 통해 반 아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듯,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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