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해외 이주, 낯선 세계로 떠난 길>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신은미(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


슬프지만 희망을 놓지 않은 한민족의 이주 역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수년간 근무한 연창호 학예사가 하와이를 비롯하여 멕시코, 독일 등 한민족의 초기 해외 이민 역사를 담은 『해외이주- 낮선 세계로 떠난 길』이란 책을 펴냈다. 복잡한 이주 역사를 지역별로 나누고 각각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전개하면서 삽화를 곁들여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하와이로 이민 간 인천 소년 인수
인수는 하와이로 이민을 가고 싶어하지만 조상 제사를 중시하는 할아버지의 반대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쉽게 결정하지를 못한다. 하와이편에는 개항장이 들어선 인천의 풍물과 하와이 이민에 큰 역할을 한 미국 선교사 존스 목사의 설교 장면을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소년 인수가 제물포 항을 떠나 일본 나가사키에서 갤릭호로 갈아타고 하와이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과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하루가 생생히 재현되고 있다. 하와이에 정착하고자 노력하는 한인들의 모습과 태평양을 오고 간 처녀 총각들의 사진신부 이야기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수는 왜 도전과 모험의 길을 선택했을까?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겨운 일을 하며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양심을 지키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에네켄 농장의 하루
성인이 된 인수가 독립운동 단체인 국민회의 간부로 도산 안창호와 함께 멕시코의 한국인들을 탐방한 여행기이다. 서른 살이 넘은 인수는 하와이로 건너간 지 15년이 지나 국민회 회원이 되었다. 그는 노예 같은 생활을 하는 한국인 동포를 돕고자 도산과 함께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 지역으로 찾아갔다. 노동 강도가 사탕수수 농장 보다 몇 배나 센 에네켄 농장에서 직접 노동을 하며 1905년 멕시코로 사기당하여 이주하게 된 동포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고 함께 슬퍼한다. 어떻게 하면 천 여 명의 동포들에게 희망의 돌파구를 선사할 것인가? 그리고 멕시코를 벗어난 3백 여 명이 1921년 쿠바로 건너간 후 그들이 민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독립 운동에 의연금을 내는 정성을 읽노라면 가슴 뭉클하다. 그곳에서도 삼일만세운동 기념식을 매해 열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우리 민족의 독립에의 열망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간도 명동촌의 친구들 이야기
북간도 명동촌을 개척한 분은 김약연 교장을 비롯한 다섯 가문이다. 이들은 1899년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들어갔다. 이들의 자식들이 이 책의 주인공인 윤동주와 송몽규이다. 식민지 조국의 백성이자 학생인 몽규와 동주의 운명이 읽는 내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명동촌에서 자란 그들은 서울로 유학 온 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동시에 감옥에서 옥사하고 만다. 그래서 윤동주의 서시가 더욱 슬프게 읽혀진다. 중국편에서 아쉬운 점은 주인공 이외에 명동촌을 개척한 김약연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다는 것과 1860년대에 압록강과 두만강을 봄철에 건너가 농사짓고 가을에 곡식을 수확하고 돌아오는 이야기, 그 후 만주로 이주하는 이야기, 그리고 중국인들이 중국식 변발과 의복을 강요하자 이에 저항한 이야기 등이 빠져 있는 점이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뺀듯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사할린 징용으로 강제 이주된 삼형제 이야기
이 책을 통해 사할린으로 간 사람들의 출신지가 대부분 대구 일대의 경상도이며 이산의 고통을 서너 차례 겪고 있고 지금도 그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할린으로 끌려갔던 사람들은 제대로 임금을 받았을까? 사할린에 있다가 일본 본토의 광산으로 이중 징용된 한국인들은 살아 있을까? 삼형제들은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 올 수 있을까? 끊임없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글이 전개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연극배우 소냐
소냐는 카자흐스탄의 중학생으로 고려극장의 연극배우이다. 소냐는 왜 서툰 한국어로 공연을 해야 하는 지 고민이다. 이에 대한 의문은 19세기 말 연해주로의 이주, 1937년 소련에 의한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그리고 소련 치하에서의 한국어 금지, 1992년 이후의 연해주로의 재 귀향 등 방대한 한국인의 러시아 이주 150년의 역사를 작가의 글을 따라 읽노라면 자연스레 해소 된다. 1937년 강제 이주 실시 이전 2천명의 우리 민족의 지도자를 소련이 처형한 내용을 읽노라면 전율을 금치 못하고,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정책의 여러 원인도 작가가 그 나름대로 구명하고자 하여 독자로 하여금 지적인 성취감을 제공한다.

 

꿈을 찾아 떠난 독일로 떠난 청년들
바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이다. 독일 탄광촌에서 광부들은 “글뤽아우프”라고 인사한다. 지하 막장에서 지상으로 살아 돌아오라는 독일말이라고 한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독일 탄광에서 작업하는 장면을 생생히 묘사해주고 있어 실감을 더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지하 막장의 천장을 받치는 슈템펠이라는 무거운 쇠기둥을 매일 80개 이상 박아야 하는 중노동을 견디며 일을 한다. 그러나 그만 사고를 당해 입원하게 된다. 병원에서 주인공은 한국인 간호사를 만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는 부분에서는 안도의 숨을 쉰다. 당시 파독 간호사들은 독일의 간호제도에 잘 적응하였을까? 왜 독일인들은 한국인 간호사들을 동양에서 온 천사라고 불렀을까? 한국인 간호사들만이 유일하게 다른 외국인 간호사들이 추방당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일까? 독일에서의 근무 후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위와 같은 호기심을 이 책은 만족시켜 주고 있다.
 
초기 이민 역사는 슬픈 역사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희망의 사다리를 잃어버리지 않고 역사와 운명의 시련 앞에 포기 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슬픔을 이겨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한 분들이다. 이들이 해외로 나가 노동자가 되고, 탄광 광부가 되고, 간호사가 되고, 그리고 독립운동가가 되는 과정은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살아온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선조들의 또 다른 역사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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