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번역가, 아동문학가)

 

명사와 함께 읽는 철학동화
조용히 빛나는 가로등 같은 삶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작은 불빛을 내고 있는 낡은 가로등. 가로등은 마음속에 한 가지 소원을 품고 있어요.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싶은 거예요. 가로등이 ‘내 불빛이 저 별처럼 빛나니?’하고 묻자, 풍뎅이도 나방도 가로등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풍뎅이와 나방에게 밤하늘의 별과 골목길의 가로등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존재인 거예요. 가로등은 풍뎅이와 나방의 반응에 실망해요. 그러고는 속으로 다짐하지요.

 

“별처럼 보이지 않으면 어때. 그냥 조용히 빛나고 있으면 되지. 그게 내 할 일이잖아. 내 할 일만 다 하면 되니까 내 역할은 그걸로 충분해.”

 

마음을 비웠기 때문일까요? 어느 어두운 밤, 가로등이 서 있는 골목길을 두 사람이 지나갑니다. 아버지와 아들이었지요. 아들이 가로등 옆을 지나며 “아빠, 여기는 밝아요.” 하자, 아버지가 “이 가로등이 없으면 이 길을 다닐 수 없단다.” 라고 해요. 아들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별을 보며 “우아, 가로등이 저 별보다 밝은 것 같아요.” 라고 하지요. 이 말을 들은 가로등은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외칩니다. 그리고 폭풍우 치는 밤, 기꺼운 마음으로 삶을 마무리합니다.


이 동화는 하마다 히로스케가 거리에 쓰러진 가로등을 보고 썼다고 하는데요,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이 작품에서 가로등은 우리들을 의인화한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더 멋지고 훌륭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요. 그야말로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은 거예요. 이러한 바람이나 소원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현실을 무시하고 환상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럴 때 주변 사람들은 이 작품의 풍뎅이나 나방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되지요. 하마다 히로스케는 가로등을 통해 우리가 어떠한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보여 주고 있어요. 현실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다 보면, 자기가 있는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고요.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는 아니지만, 어두운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존재가 되는 거지요.


사실, 우리 주변에는 멋진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요. 노래도 잘 부르고,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고, 멋진 물건도 뚝딱 만들어 내요. 망가진 물건을 후딱 잘 고치는 사람도 많고요. 남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힘껏 돕고, 고민도 잘 들어줘요. 그야말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밝고 행복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는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재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만 높게 평가하니까요. 지위가 높거나 유명하거나 부자가 아니면 ‘그저 그런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예요. 그런데 몇몇 사람 말고는 누구나 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 수밖에 없어요. 이른바 ‘별처럼 빛나는 스타의 삶’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골목길의 가로등 같은 삶’을 살아가는 거지요. 작가는 우리에게 이런 삶도 충분히 멋지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별 못지않게 빛나는 삶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아요. 그리고 그게 마음대로 안되면 괴롭기도 해요. 저마다 꿈을 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예요. 그러나 말도 안 되는 꿈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현실을 원망하거나 자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요.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아무리 빨리 가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법이거든요. 가로등도 늙고 지칠 때까지 ‘별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어요.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오래도록 괴로워했지요. 그런데 분수에 넘치는 그 꿈을 버렸을 때, 비로소 골목길에 있는 작은 불빛이기는 해도 누군가에게는 별빛보다 밝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요. 어쩌면 우리는 지나친 꿈이나 소원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많을지도 몰라요. 그건 참 어리석은 일이에요. 나는 우리가 자신의 처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다른 빛을 내는 가로등 같은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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