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살아남은 여름 1854>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세훈(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의과대학에서는 여러 다양한 과목을 배웁니다. 그 중 하나로 병의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예방의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그 안에는 특히 전염병의 원인과 전파에 대해 공부하는 역학(Epidemiology)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이 책의 주인공인 스노박사의 업적입니다. 그 당시, 런던의 지도와 사망자, 그리고 사망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제공되는 물의 수원지를 표시하는 ‘간단’해 보이는 일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지 그들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살아남은 여름 1854년>이라는 책은 실화는 아니지만,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로 믿어도 될 만큼,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는 이 책에서 학생시절 무미건조하게 만났던 스노 박사를,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콜레라의 원인이 “공기에 떠다니는 나쁜 독기”라고 믿는 권위에 찬 완고한 위원회 위원들을 어떻게 설득했었는지를 제게 자세히 말해주었습니다. 스노 박사 뿐 아니라, 그를 돕는 주인공 ‘뱀장어’와 친구들 또한 스노(Snow) 박사와 학문적으로나 이름으로나 찰떡궁합이었던 화이트 헤드(Whitehead) 목사님이 기존의 단단한 체계를 깨뜨리기 위해, 그리고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수고했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1895년, 지구 반대편인 서울에서 호열자라고 불리는 콜레라가 유행하여 많은 이들이 죽었습니다. 그 당시 조선정부는 캐나다인 의료선교사 에비슨 박사를 방역 책임자로 임명하여 콜레라에 대처하였습니다. 그와 동료들은 환자를 격리하고, 생리식염수로 탈수를 치료하였을 뿐 아니라, 일반 백성을 교육하여, 다음과 같은 예방수칙 전단을 거리에 붙였다고 합니다. “콜레라는 귀신이 아니라 병균이라는 작은 벌레가 입으로 들어와 생기며, 이 벌레는 물을 끓이면 죽고 손 씻기를 잘하면 전염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방역과 치료원칙이 50여 년 전 런던에 있었던 스노 박사와 동료들의 헌신에 의해 처음 알게 된 것이라는 겁니다.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하는지 관심 있는 학생들, 지금도 스노박사의 새로운 가설의 증명 방법을 따라 하는 과학자와 의사들, 그리고 자신만의 고루한 생각에서 쉽게 바뀌지 않을, 미래에 저와 같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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