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은희(배방초등학교 교사,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학교로 간 그림책》 저자)

 

우리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귀한 목숨
잠깐, 입을 닫고 귀를 기울여 보세요. 느릿느릿, 나직나직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아직 먼 산에 눈이 하얀데 꽃이 핀다고요? 의심스러워 고개를 저었다면 지금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이태수의 생태 이야기》를 펴 보세요. 부는 바람에 코끝이 발갛게 어는 2월, 선운사에 핀 빨간 동백꽃과 바스락거리는 갈색 나뭇잎 새로 살그머니 고개 내민 노루귀의 분홍빛이 보이나요? 여러분에게 낯선 꽃과 곤충, 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생태세밀화를 그린 화가 이태수 선생님이에요. 이태수 선생님은 우리가 생태세밀화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세밀화 그리기에 온 힘을 쏟은 분이랍니다.


나는 공부도 못해, 나는 왜 이렇게 못생겼냐구, 왜 나는 힘도 없고 작냐구! 이렇게 투덜거리며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지금 가만히 눈을 감아 보세요. 누구도 잘나거나 모자란 목숨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살아있어야 할 소중한 목숨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나요? 빠르고 날랜 거, 크고 힘센 것만 최고라고 여기던 마음에게 느리고 더딘 목숨, 누구도 제자리에서 때를 기다리는 목숨이라며, 그러니 너 또한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귀한 목숨이라고 축 처진 어깨 다독이는 이태수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나요? 그리고 혹시 곁에 있는 어른이 불만 섞인 목소리로 자신이 초라하다고 말하면 살그머니 이 책을 건네주어도 좋을 거예요.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이태수의 생태 이야기》는 세밀화로 그린 생태도감이면서 우주와 생명, 존재의 귀함을 저절로 깨달을 수 있는 철학이 담긴 책입니다. ‘살아 있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깨달음은 나를 넘어서서 내가 만나는 모든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밭을 만들지요. 따라서 이 책의 미덕은 그림의 예술적 성취 그 너머에 있어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의 모습과 목소리를 보여 주고 들려주기 위해, 한 올 한 올 붓 끝에 혼을 실은 작가의 삶을 만나면서 우리는 좀 더 깊고 넓은 세상으로 성큼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산이나 들, 계곡 또는 바닷가로 놀러 갈 때 《도롱뇽이 꼬물꼬물 제비나비 훨훨-이태수의 생태 이야기》를 들고 가세요. 처음 보는 낯선 목숨들의 이름과 생태를 아는 데 보탬이 될 겁니다. 이름을 모르는 것들에게 우주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이름을 불러주면 그는 더 이상 낯선 꽃이나 곤충, 새가 아니랍니다. 이름을 불러 주는 순간, 내 안에서 새로운 목숨으로 자리 잡게 되거든요. 내가 소중한 것만큼 그들도 귀한 생명이란 걸 깨닫게 되니까요. 함부로 할 수 없는 목숨이 많아지면 이 세상에 더 많은 친구가 생기고, 내 삶은 그만큼 풍요로워지지요.

 
자, 지금부터 이태수 선생님이 불러주는 생명들의 이름을 크게 소리 내어 불러 보세요. 아마 조금은 덜 외롭고 덜 초라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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