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찬이가 가르쳐 준 것>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조은수(어린이 책 전문작가)

 

찬이가 가르쳐준 것은
우리의 무례함이다.

 

보이는 게 다일까?
아주 얄따란 책이다. 심지어 가볍다. 표지에는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이 보인다.
책장을 넘기고 싶지 않다. 이야기가 별로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장애의 현실을 별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마음속 장애를 가까스로 이겨내고 책장을 넘기면
우리는 찬이가 가르쳐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아주 심쿵하게!


우리가 보기에 숨 쉬는 일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듯한 찬이의 하루 일과가 카메라가 쫓듯 펼쳐진다. 찬이는 누구보다 바쁘다. 아니 찬이 엄마는 누구보다 바쁘다. 그래서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긴 누나인 ‘나’는 누구보다 생각이 많아졌다. 겨우 초등학생인 나는 엄마를 빼앗긴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누나의 눈으로 엄마와 찬이, 주위 사람들의 편견을 고스란히 옮겨 보여주는 이 책은 손쉽게 판타지로 빠지거나 장애인의 삶을 섣불리 미화하지 않는다. 특히 그림을 보면 찬이의 일상을 기록화처럼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 화자인 누나나 엄마, 찬이 누구에게도 극적인 변화는 없다. 다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내뱉고 동정하는 게 얼마나 무례하고 파렴치한 일인지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알게 된다.

 

삶의 환경은 변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극적으로 이겨내는 장애 따위는 없다. 그저 힘겨운 하루하루는 날마다 되풀이되고, 아무리 봐도 돌파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가만가만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말해준다. 인생은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환경을 바꾸고 팔자를 바꾸는 게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고. 주어진 인생의 몫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특별하게 나대지 않는 잔잔한 글과 기록화처럼 그려낸 담담한 그림이 우리의 마음을 쿵하고 울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 삶, 힘겨운 그대로 날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장애, 그 진실을 거짓 없이 그려낸 이 책이 딱딱한 굳은살처럼 박혀 있는 우리의 무례함을 아프게 잡아 뜯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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