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리 집 첫 반려견 두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종욱(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개는 영혼의 반창고
이 책을 읽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두리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키웠던 개들 중에 비슷한 하나였고, 하린이는 바로 내 자신이었습니다. 유년기의 생각과 경험이 이렇게 비슷한 걸 보면 아마도 이 책은 수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의 반복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인간과 개의 최초 관계를, 개는 인간을 지켜 주고 인간은 개를 돌봐 주는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사이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솔직히 개(강아지)를 보면 귀엽고 안아 주고 싶지 않은가요? 개가 곁에 있으면 너무나 귀엽고 든든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인간 중 그 누가 평생을 변치 않고 이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다만 이런 사이가 되려면 정말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개는 사람이 아닙니다. 개는 혼자서 사람의 역할을 해낼 수 없고 그것을 바라는 것도 무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바깥에 내놓으면 달라집니다. 바깥은 개의 원래 영역이고 그들은 사람보다 훨씬 더 야생에 잘 적응합니다. 그래서 나는 큰 개들을 마당에서 키우고 바라보고 산책시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개들은 애완견과 야생견의 중간 단계 정도에 머무를 것입니다.


이 책 주인공 두리처럼 금방 크는 대형견은 대개 이런 방식으로 키웁니다. 그러니 하린이 가족이 집안에서 두리를 키울 때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내 경험에 비추어도 능히 짐작이 갑니다.


한번은 동물병원에서 대형견에 속하는 ‘세인트 버나드’를 일주일간 돌본 적이 있는데, 그 개의 넘치는 배설물을 치우느라 혼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걸 보면 비록 개들 때문에 수의사의 길을 택했다 하더라도, 나는 개 그리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린이나 그의 가족들의 방식은 사랑입니다. 좋아함과 사랑은 하늘과 땅처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은 수의사의 길을 잘 선택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아픔과 죽음들을 차마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개 두리와 하린이가 함께한 짧은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이지만, 곳곳에 친절하게 들어가 있는 반려견에 대한 상식과 조언을 알아 가는 기쁨도 쏠쏠합니다. 백과사전식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지식은 잊어버리기 쉽지만, 이렇게 몸으로 체득한 지식은 잘 지워지지 않는 법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심장사상충, 예방주사, 배변훈련, 개의 심리 등등 개를 키우는 법에 관한 거의 모든 상식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입니다.


어린 하린이처럼 나 역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서 생긴 상처를, 여전히 동물들을 통해서 치유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일에 우연이 없듯이, 개는 우리에게 필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인간의 영혼을 치유해 준 반창고 같은 든든한 존재이지요. 두리와 하린이의 이야기가 인간의 오랜 친구 개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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