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좋은 어린이 책 <크레용이 돌아왔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대조(대구 화원초등학교 교사)

 

무엇에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마음을 갖게 해 주는 이야기
예전에 우리 딸이 하얀 토끼 인형을 늘 끼고 살았다. 잠잘 때, 밥 먹을 때, 책 볼 때,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에도 꼭 안고 가던 소중한 인형이었다. 그 인형은 우리가 가족 여행을 떠났을 때도 함께였다. 그런데 다음 날 급히 호텔을 나오면서 딸은 하얀 토끼 인형을 두고 와 버렸다. 이불 속에 끼어서 깜빡 잊고 온 것이다. 딸은 며칠 동안 울적했다. 그러더니 금방 다른 장난감이 자리를 차지했고 딸은 차츰 하얀 토끼 인형을 잊게 되었다. 이제는 기억조차 지워진 하얀 토끼 인형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크레용이 돌아왔어!》를 읽으며 내내 예전에 딸의 품에 항상 안겨 있던 그 하얀 토끼 인형이 생각났다.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함께한 물건들. 그러나 지금은 실수인지 고의인지 잊어버리고 잃어버려 곁에 없는 물건들. 이 책에는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간절히 바라는 버려진 물건들의 항변이 담겨 있다.


부러진 채로 소파에 버려진 적갈색 크레용, 관심 받지 못해 쓸쓸한 연두색 크레용, 위풍당당 에스테반, 수영장에 떨어뜨리고 간 형광빨강 크레용, 햇볕에 녹아버린 노랑주황 크레용, 개가 먹고 토해 버린 황갈색 크레용, 어두운 지하실에 버려진 야광 크레용, 연필깎이로 깎아 쓸모없게 된 금색 크레용, 빨래 건조기에 들어가 양말을 뒤집어 쓴 청록색 크레용, 동생이 함부로 써서 괴로운 아기 크레용, 집 나간 갈색 크레용……. 크레용들이 버려진 장소나 그들의 사연을 보면 정말 있을 법한 일들을 세세하게 잡아내어 장면마다 웃음이 난다. 이들의 사연을 보며 어린 독자들도 잊었던 자신의 경험이 떠올라 흠칫 놀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버려진 물건들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을까.


이렇게 버려진 크레용들을 위해 주인인 대니는 특별한 집을 마련해 주었다. 햇볕에 녹아 둘이 서로 붙어 버린 크레용을 위해 큰 대문을 만들고, 개에게 먹힌 크레용을 위해 높은 방을 만들고 ‘개는 출입금지’라는 안내까지 적어 두었다. 크레용이 가진 사연마다 그들의 어려움을 감싸주려고 노력한 대니의 마음이 따뜻하고 흐뭇하게 느껴진다. 그림 속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서 대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렇게 다시 모인 크레용들은 이제 다시 누군가와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는다.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고, 관심을 보여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도 표현하기도 한다. 서로 모자란 것은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기대며 그들의 행복한 집을 꾸며 나간다. 물론 이 집은 버려진 물건들을 위해 ‘누구나 환영’하는 공간이다.


어떤 사연으로 그랬든 버려지고 잊힌 물건들이 그들의 집에서 다시 행복을 찾아가듯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구석진 곳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들에게 애정을 가졌으면 한다. 버려진 물건도 누군가의 관심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갈 수 있다는 따뜻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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